자컨 춘추전국시대, 그럼에도 다시 한번 [자컨 10주년③]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15 08:00  수정 2025.06.15 08:00

단순 콘텐츠 넘어선 '자컨'…마케팅·브랜딩 수단으로

아티스트→기획사, 명확한 요구사항 생겨

바야흐로 자컨(자체 콘텐츠) 춘추전국시대다. 10년 전만 해도 소수의 아이돌 그룹이 선택적으로 제작하는 독특한 활동 방식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아이돌 활동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제작하지 않는 아이돌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자컨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에이티즈 '원티즈'

과거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등 일부 그룹이 주름잡던 자컨 시장은 스트레이 키즈와 트레저, 엔하이픈 등이 비슷한 트래픽을 내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비교적 신인에 속하는 보이넥스트도어 제로베이스원 등도 200만 뷰를 훌쩍 넘기며 케이팝(K-POP)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내용 역시 대동소이하다. 요리, 여행, 추리, 공포체험 등의 콘텐츠가 비슷한 플롯으로 등장한다.


연출 및 콘셉트에 차별점을 두기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플레이브는 지난해 5월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제영재 PD와 손을 잡았고, 에이티즈는 수면 내시경 전후의 모습을 그대로 촬영해 멤버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공개했다. 샤이니는 ‘SHAT 문제지’를 제작해 풀어본 후 공식 SNS에 업로드해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스마트폰 중독 치료 수련회, 웹드라마 주인공 오디션 등의 특집을 꾸린 트레저는 데뷔 1년 만에 1000만뷰 영상을 2개나 돌파했다.


이제 자컨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아티스트의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일릿의 경우 미니 2집의 컴백을 앞두고 자체 콘텐츠 '아일릿의 밤'을 통해 신곡과 관련한 스포일러를 흘렸고, 아이유는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공개 직후 함께 호흡을 맞춘 박보검과 자신의 자체 콘텐츠 '미니 팔레트'에 출연해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븐틴은 컴백 전마다 '고잉 세븐틴' 스페셜 편을 공개해 활동 홍보에 힘을 보탰다.


아이돌 멤버 개개인의 브랜딩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컨에서 보인 이미지가 이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그룹 스트레이 키즈 창빈이 자컨에서 "나는 네가 줏대 있게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후 한 휴대폰 광고에서 같은 대사를 읊은 사례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에스파 카리나는 자컨을 통해 꾸준히 예능감을 보여준 후 '미스터리 수사단', '싱크로유' 등의 예능 고정 출연자로서 활약했다. 세븐틴 디노는 자체 콘텐츠로 선보인 '부캐' 피철인으로 부석순의 골든디스크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획사와 아티스트 모두 자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예능이라는 소스만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기획사의 명확한 요구사항이 있는 편”이라며 “멤버별 특성에 따라 포지션을 정하기도 한다. 아티스트 스스로도 캐릭터와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타 아이돌의 자컨을 모니터링한 후 ‘이런 느낌은 어떻겠냐’고 건의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기획사의 시선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 관계자는 "자컨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업로드되는 만큼 글로벌 팬덤과의 접근성이 용이해 팬덤 확장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자컨을 통해 코어팬을 넘어 대중성까지 확보한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만큼 생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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