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그림자' 벗어나지 못한 김문수·국민의힘, 민심 멀어지게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6.04 06:00  수정 2025.06.04 06:00

계엄·탄핵에 심판론 상당했지만 절연 못해

초유의 '강제 후보 교체' '반탄' 기조 유지에

李 반감 정서 불구하고 중도 표심 못 얻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 승복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두 번째 대권 도전(새누리당 경선 포함)에서도 완등에 실패했다.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돼 윤 전 대통령과 구(舊)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론이 상당했음에도, 대선 기간 내내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패인으로 꼽힌다.


김문수 후보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나를 (대선 후보로) 선출해서 함께 뛰어준 당원 동지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어떤 위기에 부딪혀도 국민의 힘으로 위대한 정진을 계속해왔다"며 "부족한 내게 과분한 성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대선 완주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반탄(탄핵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경선 과정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과의 경쟁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당심을 기반으로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김 후보는 자신이 내뱉은 '단일화' 발언에 발목이 잡혔다. 당 지도부는 물론 한 전 총리 추대에 앞장섰던 친윤(친윤석열)계 등 국민의힘 의원의 상당수가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김 후보와 당 지도부는 대치했고, 결국 당 지도부는 초유의 '강제 후보 교체'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전당원투표가 예상과 달리 부결되면서 김 후보는 극적으로 생환했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며 지지층이 결집하고 지지율이 차츰 상승하면서 '김문수의 시간'이 시작되는 듯 했으나, '윤석열'이라는 그림자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반감 정서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 캠페인도 역부족이었다.


김 후보는 경선 당시 계엄에 대한 사과 요구를 수차례 받았지만, "사과는 때 되면 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다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2일이 돼서야 "계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두고도 김 후보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혁신, 당정관계 재정립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고, 그 일환으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탈당은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라거나 "탈당 권유는 적절치 않다"며 김 비대위원장과 엇박자를 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전광훈 목사 집회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입장을 냈을 때도 "내가 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얼씬도 하지 말라"며 강하게 선을 그은 것과 온도차가 있는 애매한 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한 김 후보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와 '방탄 입법' 시도 △이 후보 장남의 도박 및 음란문언 논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설난영 여사 비하 논란 △짐 로저스 지지 선언 진위 논란 △이 후보 사법거래 의혹 등 무수한 호재에도 중도층 설득에 걸림돌이 됐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당원이 김 후보를 지켜줬을 때 '김문수의 별의 순간'이 왔지만, 본인 주도의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면서 승기를 내줬다"며 "당원들이 쌍권(권영세·권성동)이 잘못했다고 당원투표에서 심판을 했는데 권성동 원내대표를 살리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쌍권을 살리면 우리가 뭐가 되느냐'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윤은 친윤대로 김 후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당 역사상 주류가 당 대선 후보 지원을 제대로 안 해준 경우는 없었다"며 "김 후보가 기강을 잡았어야 했는데 못잡고 결국 이번 대선을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흐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정현(앞줄 왼쪽부터) 공동선대위원장, 윤상현 공동선대위원장,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겸 공동선대위원장,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3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21대 대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친윤계의 반탄 행보, 윤 전 대통령 비호 움직임도 대선 패배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대선 전날인 2일에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하겠다'고 밝힌 발언은 너무나 유감"이라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은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방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신동욱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단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일찍 후보가 결정돼서 하나로 집중해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우리는 후보 단일화 과정 등에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드린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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