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 신인 배우가 주목 받을 수 있는 무대가 얼마나 될까요? 사실상 주목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신인 뮤지컬 배우의 고백이다. 높은 티켓 가격으로 관객들은 검증된 스타 배우의 출연작을 선택하고, 제작사 역시 흥행의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인지도가 낮은 신인 배우에겐 선뜻 기회를 내어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신인 배우들에겐 실력만으로 넘기 힘든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달 29일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차미’의 신인 배우 회차 할인 청잭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들 나를 봐요’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제도는, 해일리(차미호 역), 박희준(김고대 역), 윤준협(오진혁 역) 등 ‘차미’의 신인 배우 회차에 대해 전석 티켓 50% 할인을 적용한다.
실력 있는 신인 배우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무대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공연 관계자는 “실력이 있지만 인지도가 낮아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신인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했다”며 “현재 6월 19일과 6월 26일 회차에 해당 할인이 적용되어 있는데, 추후 계속해서 신인 배우 회차를 늘려가고 할인 역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이벤트성 할인을 넘어, 신인 배우 출연 회차를 확대 운영하려는 ‘차미’의 시도는 침체된 공연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이벤트성으로 몇몇 작품에서 신인 배우의 회차를 할인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이 작품처럼 본격적으로 할인 회차를 지속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는 신인 배우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이외에도 재관람 관객을 증가시키는 효과로도 작용한다. 현재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티켓 가격이 19만원(VIP석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작품이 좋아도 가격 부담으로 재관람을 망설이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값할인’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으로 공연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물론 이 같은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사실상 제작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객석 점유율이 유지돼야 할인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차미’의 경우 현재까진 신인 배우 할인 회차의 유료 점유율은 30%내외로, 다소 아쉬운 수치다. 다만 이 공연 관계자는 “바로 점유율이 높아지리라 기대하진 않는다”면서 “개막 이후 반응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높아지고 관객들이 접근하기 좋은 할인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인 배우 회차가 처음부터 흥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는 단순한 티켓 판매 전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래 한국 공연계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에게 성장 발판을 제공하고, 공연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잠재력 있는 신인 배우들이 꾸준히 무대에 설 기회를 얻고,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경험을 쌓아나갈 때, 한국 뮤지컬 산업은 더욱 풍성하고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신인 배우 회차 할인 정책의 성공 여부는 제작사의 의지와 관객들의 인식 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단기적인 수익에 매몰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인 배우 육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제작사의 노력, 익숙한 스타 배우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신인 배우들에 대한 편견을 거두는 관객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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