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영남·중도 약세'에 지지율 박스권
윤재옥 "유동층 결집 중…이후 인물 대비"
金, 서울 돌며 지지·중도층 동시 겨냥 행보
"확실한 아젠다 선점 필요" 조언도 등장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 투구에 나서고 있다. 보수 내부 인사들을 아울러 지지층 결속을 우선하되 합리적인 색채를 지닌 인사들과의 접점을 늘려 중도층 포섭까지 서두르겠단 전략이다. 당내에서도 아직 스윙보터들의 표심이 오리무중인 만큼 이들을 사로잡을 투트랙 전략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대선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재옥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루에 (김 후보의) 지지율을 1%p씩 올려서 사전투표 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골든크로스를 이루겠다는 게 선대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상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두 부류의 표심이 남아있단 셈법 때문에 가능하다. 윤 의원은 "민주당 쪽 지지자들은 유동층까지도 결집돼있고, 우리는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실망한 유동층들이 이탈해있다"며 "(지금) 유동층들을 결집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운을 뗐다.
윤 전 대통령의 거취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인해 일부 지지층이 결집을 하지 못한 상황인데, 이들이 조만간 결집하게 되면 김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윤 의원은 "이 결집이 끝나고 나면 중도층까지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데, 조기 대선을 하게 된 이 상황에 대해 분노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 선거가 가진 의미와 권력 독접으로 인한 폐해, 우리 (김문수) 후보가 살아온 삶의 과정이나 이력, 공직생활을 하면서 성과를 냈던 부분들을 상대 후보와 대비해 홍보하면 분노가 좀 누그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지층 결집이 마무리 된 뒤, 중도층에서 이재명을 싫어하는 표심을 건드려 김 후보 쪽으로 끌어온다면 지지율의 추가 상승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윤 의원은 "김 후보 지지율을 올리는게 우선적인 선결 과제라 생각해 거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의원의 분석대로 현재 보수 지지층은 결집돼있지 않고, 중도층은 국민의힘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소스에 의뢰해 16~17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42%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32%)는 비율보다 불과 10%p 높았다. 부산·울산·경남에선 이재명 후보(46%)가 김 후보(41%)를 되레 5%p 차로 앞서기도 했다. 아직 보수층의 결집이 전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층의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하다.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스스로를 중도층이라고 응답한 이들 중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답변은 53%에 달했고 김 후보는 22%, 이준석 후보는 10%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52%가 이재명 후보를, 20%가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내에서도 윤 의원의 분석이 타당한 면이 있지만, 국면 전환을 위해선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우리 지지층 사이에서 무섭게 퍼져나가는게 '아예 투표를 하러 가지 않겠다'는 분들인데, 이 분들의 마음만 돌려도 지지율에 엄청난 상승이 있을 것"이라며 "중도층에서 이재명을 싫다는 분들 중 일부는 이준석 후보에게로 넘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하루 빨리 이들을 포섭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최소한 대등한 싸움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후보 역시 이날 보수통합과 중도표심을 염두에 둔 행보에 나섰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를 찾아 △취약계층 대상 기초연금 인상 △요양병원 입원환자 간병비 지원 △치매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노인 공약을 발표했다.
노인 공약 발표와 이날 오후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서 오찬 간담회에서 강조된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은 집토끼인 지지층 결집을 위한 시그널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엔 당내에서도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색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만나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오 시장의 주요 정책인 '디딤돌 소득'과 '서울런' 등을 중심으로 한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전국으로 확장시키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만나며 덕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으며 보수 빅텐트를 형성하기 위한 길을 열어놓는 제스쳐를 선제적으로 취하기도 했다.
토론회 참석 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청년 정책공약을 발표한 것 역시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년의날을 맞아 청년들과 함께 연단 위에 오른 김 후보는 △유연근무제 활성화 △공정채용법 제정 △반값 공공셰어하우스·월세존 조성 등 청년 공약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는 인공지능(AI)과 미래 산업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안철수 의원을 '정치고문'으로 위촉하면서 정책 전문성과 중도 확장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인선을 단행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어느쪽도 놓칠 여유가 없는 김 후보와 당이 적절한 일정으로 호응을 높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에서다. 다만 확실한 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정책이나 아젠다를 선점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문수 후보 하면 생각나는게 깨끗하고 도덕적인 이미지인데 지금 이걸로 대선을 완주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중도층이나 청년들이 혹하고 좋아할만한 정책이나 정치 이슈를 발굴해서 선명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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