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머무는 곳' 아닌 '여건만 되면 떠나는 곳'이란 이미지…정체성 재정립해야"
"구로차량기지, 지역 발전 막는 핵심 장애물…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되도록 노력"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원단 재편성해 주거 환경 개선…교육 환경 개선 로드맵도 마련"
"구디, 직주근접 가능한 주거·상업·문화 복합 도시 조성…철도 지하화로 교통체증 해결"
서울 구로구는 과거 1970~80년대 구로공단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수출 산업의 핵심 지역이었다. 하지만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제조업 쇠퇴 속에 과거의 영광은 점차 빛을 잃고, 지금은 낙후 지역이라는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구로구의 정체성을 시대 변화에 맞게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더 나은 내일, 함께 여는 구로'라는 슬로건 아래 구로구의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
1966년생인 장 구청장은 구로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 졸업 후에는 현대자동차를 거쳐 사단법인 구로시민센터 지방자치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서울시의회 구로구 제1선거구에 출마해 제9대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25년 재보궐선거에서 구로구청장에 당선됐다. 당적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지난 19일 데일리안은 장 구청장을 만나 그의 구정 운영 철학과 구로구의 향후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데일리안과 장 구청장 간 일문일답.
-선거 후보자 등록부터 '구로사람'을 강조했다. 구로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사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3살 때 구로에 와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이곳에서 졸업했다. 특히 구로고등학교 1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결혼 후에도 계속 구로에 사는 등 50년 넘게 구로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구로는 제 고향'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구로구 최초의 지역 성장형, 지방의원 출신, 정치인 출신 구청장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있다."
-구로구는 과거 수출산업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서울 내에서도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건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의 개선이다.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외부에서 볼 때 구로구는 '머무는 곳'이라기보단 '여건만 되면 떠나는 곳'이란 이미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도 있다. 구로공단은 단순한 산업 시설이 아니라 한강의 기적을 견인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교육과 문화적으로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교 시설 현대화와 학습 환경 개선으로 젊은 가족층 유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거 환경 개선을 추진해 매력적인 주거 공간과 생활 인프라 확충으로 정착을 유도할 방침이다."
-구로역 인근의 구로차량기지 부지는 개발 가치가 매우 높은 땅이다. 그럼에도 이전에 난항을 겪고 있어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구로차량기지는 소음과 교통 단절 문제로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이다. 차량기지 이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무산됐지만, 경제적 타당성은 인정받았다. 광명시의 반대가 변수였다. 현재는 새롭게 용역을 마쳤고,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되도록 서울시, 국토교통부, 지역 정치권 등과 긴밀히 공조 중이다. 민관 협의체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차량기지 이전과 연계해 경인선·경부선 철도 지하화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서 간 지역 단절 해소 등 지역 균형 발전과 구로구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구로구의 교육 환경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이 많다. 그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가구도 많은데, 학령인구가 있는 가족이 떠나면 그만큼 지역 고령화가 빨라진다. 교육 환경 개선 대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교육 시설 자체는 열악하지 않다. 문제는 젊은 세대가 이사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과 주거는 '한 몸'으로 주거 환경 개선이 곧 교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구로구는 아파트 지역을 제외하고는 재개발·재건축 열망이 굉장히 강한 편이다. 그래서 구청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원단을 재편성해 주거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또 중단됐던 민관 교육 거버넌스 복원을 추진하고 학교 교육 환경 개선비 증액, 구로평생학습관 건립, 공공도서관·청소년 시설 확충, 느린학습자 지원센터 설립 등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로드맵도 마련했다. 구로에서도 충분히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는 목표를 실현하겠다."
-도시 발전 여건의 핵심은 일자리와 교통이다. 그에 대한 로드맵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일자리가 있어야 사람이 머물고 지역이 성장한다. 이를 위해 구로디지털단지를 직주근접이 가능한 주거·상업·문화 복합 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가리봉동 배후 지역도 주거와 상권이 결합된 곳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청년·중장년·노인 등 성별·세대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먼저 청년창업 및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청년 중소기업 체험 사업, 또래 멘토링 등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중장년 취업 박람회 개최와 중장년 일드림센터도 운영 중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공 중심의 노인 일자리를 확대해 고령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인로, 경부선, 경인선 라인이 구로구를 관통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체증이 있다. 러시아워 시간대에 교통 체증을 해결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 다만, 희망을 걸고 있는 건 철도 지하화다. 앞으로는 구로구를 철도 지하화 선도 지역으로 포함하도록 서울시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
-구로구는 외국인 주민이 많은 곳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밀집 지역에는 내국인 주민들이 거주를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지역 내 갈등의 원인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중국 동포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많은데, 이런 시선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예전에 저는 중국 동포 자녀가 많은 초등학교를 국제학교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바꾸자는 취지였지만,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오해로 무산됐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들이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주민과 내국인 주민 간의 갈등이 아닌 공존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공동체 행사에 외국인 참여를 확대하고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는 교류·소통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또 차별 없는 정책 설계와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구정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전하는 구청장으로서의 각오는.
"구청장은 구민의 삶을 바꾸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책무다. 구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안정' 정책에서 성과를 내겠다. '구청장 잘 뽑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간보다 밀도를 높이는 행정을 실현하겠다.
'더 나은 내일, 함께 여는 구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주민 참여가 핵심이다. 선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정 운영에도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진정한 자치가 이뤄진다고 믿는다. 혼자 결정하지 않고 함께 만드는 구정을 실천하겠다. 떠나고 싶은 구로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구로가 되도록 함께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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