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지지·추종은 반드시 독재자를 낳는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5.18 07:07  수정 2025.05.18 07:07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불가피했다

민주, 법원의 ‘결별 확인서’ 원하나

특정인을 교주 받들듯 하는 세력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찾아 추모관을 둘러보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놀라긴 했지만 이해 못할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황당한 행위를 한 차례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벌이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실망했던 까닭은 한 밤중의 갑작스런 계엄선포보다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준비에 있었다. 대통령이 무슨 일을 그렇게 내지르듯이 벌였다가 그처럼 쉽게 되치기를 당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의회 내의 지지·우호 세력이라고는 국민의힘 108석뿐인 상황이었다. 반면 취임 이전부터 광장에서 재임기간 내내 ‘퇴진·탄핵’을 압박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거의 절대다수의 의석을 장악하고 있었다. 계엄령 선포 즉시 국회가 해제를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것처럼 민주당과 그 아류 정당들의 입법 횡포와 국정 방해 실상을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국민과 야당에 대한 일종의 쇼크요법? 그것도 아니면 탄핵반대 집회에서 나왔던 ‘계몽령’?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불가피했다

유감스럽지만 어느 쪽도 정당하고 합리적인 계엄선포 이유나 명분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현직 대통령을 집권당 일부 까지 가세해 ‘파면’으로 내 몬 것은, 그 자체만으로 헌정사의 깊은 상처로 남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조선시대 세도정치를 연상시키는 세력정치의 장이 열리기 시작한 느낌이다.


어쨌든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적을 정리한 것은 이상할 게 전혀 없다. 배경 여하 간에 탄핵의 단초를 제공했고, 자유우파 정권의 파탄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좀 늦었지만 탈당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 할 만하다. 그로 인해 엄청난 상처와 타격을 입었더라도 국민의힘은 대선에 나서야 하고, 다수 의석의 반민주적 횡포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할 정치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이 표를 모아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지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유우파와 중도 유권자들 가운데는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적극 지지자들은 그가 탈당한다고 지지를 철회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거부감을 가진 우파 및 중도 유권자들은 그가 당적을 고집하는 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이미지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가능한 한 벗겨내 주는 것이 윤 전 대통령의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당적 시비에서는 한 발 물러설 수 있게 됐다. 김문수 대선 후보도 큰 짐 하나 내려놓은 셈이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힘, 그리고 자유우파 정치세력은 내부의 갈등과 균열을 스스로 치유하는 역량을 국민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 적전분열의 병을 고치지 못하면 패배할 일만 남는다.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민주당 측의 오지랖 넓은 간섭·공격이다.


“내란 수괴와 극우 내란 후보가 결별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짜고 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 위장 탈당쇼에 속아갈 국민은 없다”(17일 황정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민주, 법원의 ‘결별 확인서’ 원하나

민주당은 탄핵소추 사유 중 ‘내란죄’를 철회하지 않았던가? 형법상의 내란죄와 관련해서는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예외 규정이라도 있는 건가? 당 선대위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공식 브리핑에서 ‘내란 수괴’ 운운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의 규정을 정면으로 무시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인가?


전과 4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선거법 위반 재판의 경우 대법원이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한 만큼 전과 5범이라고 할 수도 있다)을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뭐라고 불리는 게 적당할까?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법사위 회의 때 이 후보를 가리켜 “잡범”이라고 하던데 민주당 식 논리에 따른다면 그게 적절한 표현 아닌가?


윤 전 대통령과 김 후보가 ‘결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짜고 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건 또 뭔가? 법적 정치적인 결별은 ‘탈당’으로 완성된 것일 텐데 그것 말고 진실을 담보할 또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서로 욕설이라도 퍼부어야 하나? 아니면 법원에 가서 ‘결별 확인서’라도 받아오라는 건가?


누워서 침 뱉기에도 정도가 있지. 다양한 종류의 범법행위를 했다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사람의 절대적인 지배를, 열렬히 자청해서 받고 있는 사람들이 남의 집안일에 왜 그처럼 관심을 보이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혹시라도 이 일이 대선 판도를 바꾸어놓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알겠는데 괜한 트집 잡아 경쟁상대의 이미지에 상처를 주고자 하는 것은 민주당 주도세력으로부터 인성까지 전수받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좌파 정치세력의 선전선동술이나 프레이밍‧네이밍 재주는 역사적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어떻게 국사를 함께 논의해야 할 의회 파트너 정당의 대선후보를 ‘극우 내란 후보’로 규정할 수 있는지 그 낯 두꺼움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극우’라는 표현에 맛을 들인 모양인데, 자기들이야말로 ‘극좌’의 행태를 날이면 날마다 과시하고 있는 집단 아닌가.

특정인을 교주 받들듯 하는 세력

의석수로 의회를 점령해 입법전횡을 일삼음으로써 대의민주정치의 의의를 깔아뭉개고 거대정당 독재 체제를 굳혀 가려는 민주당을 이해하기는 난해하다. 일찍이 이런 정당이 우리 헌정사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범법자가 법의 족쇄를 풀고, 신분 세탁을 하기 위해 사법부까지 공공연히 협박하는 일이 가능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는 것인가. 그 한 사람을 무비판적으로 교주 받들듯 하는 정치집단의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인가?


“민주주의 붕괴를 주도하는 많은 정치인은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서려는 야심 찬 경력지상주의자다.……그들이 반민주적 극단주의를 묵인하는 이유는 그게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들 정치인은 단지 앞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붕괴에 반드시 필요한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된다.”


스티븐 네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이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박세연 역, Tyranny of the Minority)에서 독재의 평범성(banality of authoritarianism)을 설명하는 부분1인데, 민주당을 이해하는 지침서로는 그만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 그 사람들이다. 길어지긴 하지만 이들의 지적을 조금 더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들은 헌법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따르지만 그 정신을 교묘하게 훼손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전투적인 정치가 아니라, 법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헌법이 아무리 훌륭하게 설계되었다고 해도 기술적인 차원에서 합법적인 형태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헌법적 절차에 의해 권력을 획득하고, 그 권력의 행사에 대해 대중의 무비판적 지지와 추종과 환호를 받는 정치인이 독재자가 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라는 표현은 아마 불필요 할 것이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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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식이 존중되는 정치를 희망하신다'는 분이 개뜬금 계엄선포한 윤석열의 기행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라고 하시는 부분이 참 아이러니 하네요ㅎㅎ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든 현 상황에서 양측 대화조차 하지 않고 바로 계엄부터 때린다? 보수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계엄 선포한 인간이 이해가 된다니 무슨 어불성설인지 모르겠네요 
    무조건적인 지지 추종이라 하니 윤씨 지지하는 '일부' 극우들과 유튜버들 선동이 먼저 떠오르는데 내용이 정 반대라 신기하네요 보수가 할 일은 남탓 그만하고 보수 정치인들이 앞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됩니다 
    제일 쉬운게 하는건 없으면서 남탓만 하는건데 보수가 앞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중도 지지자로써 의문이 드네요 
    보수를 비판하는게 무조건 진보 세력은 아닙니다 
    편협한 시각으로 남탓만 하는게 오히려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닌지 한번 좀 생각을 해보셔야할 듯 합니다
    2025.05.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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