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로 후보 재선출' 전당원투표 부결
절차적 정당성·내홍 심화 우려 반영된 듯
후보 지위 되찾은 김문수, 11일 후보 등록
권영세 "혼란 사과" 비대위원장직 사퇴
국민의힘 정당사(政黨史)상 초유의 '강제 단일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당원들의 제동으로 종결됐다.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 그 과정에서 노정된 비상식적인 모습들이 대선 패배 가능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진 모양새다. 당 지도부 일부가 대선 후보 교체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김 후보가 '부활'한 만큼 이제 2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승리를 위해 '원팀'을 이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밤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변경 지명을 위한 당원 투표 결과 안건이 부결됐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충정으로 당원들의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이지만 결과적으로 당원 동지 여러분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절차와 과정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당원 투표 부결로 비대위 관련 결정들이 무효화 돼 김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이 즉시 회복됐고, 내일(11일) 공식 후보 등록이 이뤄진다"고 부연했다.
이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 또한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는 우리 당이 이재명 독재를 막아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너무나 어려웠던 시기에 함께 노력한 모든 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든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의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찬반 응답이 근소한 차이였다는 게 당 지도부의 설명이다.
예상 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당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 '후보 교체' 절차에 대한 당내 비판은 다수 제기됐었다. 당 지도부는 전날 비대위와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새롭게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을 받는 절차 등을 진행했다.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국회본청에서 당의 새로운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한 신청 서류를 접수 받았다. 접수 결과, 이날 새벽에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입당 절차를 완료한 한 후보만 단독으로 후보 등록 신청을 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국민이 잠든 새벽 시각에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대선 후보의 선출을 적격 취소한 건 명백히 대국민 사기극이며 쿠데타"(조경태 의원), "한 후보와 짜고 기습적으로 새벽에 1시간으로 제한해 후보 신청을 받았다. 목표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비민주적인 모습"(박정훈 의원) 등 비판이 분출했다.
당원 투표 안건이 부결된 것도 절차적 정당성과 당 분열 등을 우려하는 당원들의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 절차를 진행한 것은 여러 번 설명했지만 당원의 뜻에 따라서 한 것"이라며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약속해서 그 약속 이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로써 김문수 후보는 하루 만에 다시 대선 후보 지위를 되찾게 됐다. 김 후보는 11일 오전 9시에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21대 대선 후보 등록을 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단일화 문제로 촉발된 내홍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 김 후보의 첫 번째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 후보는 입장문을 내서 "이제 모든 것은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과 연대하겠다. 국민의힘은 혁신으로 승리의 터전이 되겠다"며 "이제 새롭게 앞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를 향해서는 "끝까지 당에 남아 이번 대선에서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한덕수 후보는 당원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바로 승복 메시지를 냈다. 한 후보 측은 서면브리핑에서 "한 후보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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