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변 위협에 경호 강화한 이재명 "15세 이하만 손잡는다"

데일리안 강릉·동해·삼척(강원) =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5.05.04 00:10  수정 2025.05.04 00:10

3일, 사흘째 '민주당 험지' 경청투어

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태백 방문

지지자들 "소년공 역경 스토리 최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사흘째인 3일 강원 동해안 지역의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를 찾아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부터는 경호 문제 때문에 손을 잡지 못하게 됐다. 이해 부탁드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강원 속초 중앙시장을 방문해 신변 위협 제보로 인해 대민 접촉을 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 후보는 "오늘도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측에 따르면 최근 이 후보에 대한 습격을 모의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의 제보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한 분 한 분의 손을 꼭 잡고 따뜻한 위로와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고 싶었지만, 어쩌다 세상이 이리 됐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어린아이에게는 살갑게 눈을 맞추고 안아주며,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강릉 안목해변에서 만난 어린아이와 손을 잡고는 "15세 이하만 손을 잡는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사진 찍어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에도 대부분 응했다. 삼척 해수욕장에서 이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은 한 초등학생은 "우와! 사진 찍었다. 오늘 할 일 다 끝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와 주변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 후보는 이날 강원 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태백 등 '동해안 벨트'를 방문하며 당 험지로 손꼽히는 접경지역을 위주로 '골목골목 경청 투어'를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양양 전통시장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강릉 안목해변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태백의 한 중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민심을 살폈다.


지지자들은 '잼가드' '안전거리 유지'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이 후보를 보호하면서 "지켜드리겠습니다"고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사흘째인 3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삼척해수욕장을 찾아 도민들에게 손하트를 그리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안목해변 유세 현장에서 "여의도 정치판에 간 지 3년 됐고, 시장·도지사까지 하면 10년이 지났다"며 "제일 안타까운 건 뭘 그리 서로 죽이려고 하느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정하고 공존하고 함께 잘 사는 것이 훌륭한 공동체"라며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내가 지방을 다니면 주민들이 '왜 우리 동네 정치인들은 동네를 안 보살피냐'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며 "잘못해도 찍어주고, 사고 쳐도 찍어주고, 파란색인지 빨간색인지 이런 식으로 마구 찍어주니까 동네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지지자는 "나는 권성동 안 찍었어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안목해변이 있는 강릉을 지역구로 뒀다. 이 후보와 권 원내대표는 중앙대 동문이기도 하다.


이에 이 후보는 웃으면서 "권력을 맡겨 놨더니 쿠데타를 하지 않나, 계엄하고 그걸 비호하지 않나, 헌법을 어기고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한테 권한을 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투표는 총알이다, 정말 혁명의 수단"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유세를 듣던 파란색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중년의 여성 두 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꼭 대통령 되세요"라고 외쳤다.


강릉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 60대 여성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어떤 점이 좋으냐는 질문에 "싫은 점이 하나도 없고, 모든 모습이 완벽하고 좋다"며 "소년공부터 시작한 이 후보의 감동의 스토리가 특히 좋다"고 했다.


강릉역에서 만나 60대 택시 기사는 "강원도도 30%쯤은 이 후보를 지지한다"며 "이 후보에게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검찰에서도 못 밝힌 것 아니냐. 또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는 실책밖에 없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 맞춤 공약으로 어민 소득 증대와 정주 여건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해양 바이오 산업과 레저 관광 산업 육성 ▲권역별 복합해양 관광도시 확대 ▲마리나 거점 및 레저 선박 클러스터 조성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사흘째인 3일 강원 태백시 장성동 산나물 축제장에서 붕어빵을 사먹으며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후보는 삼척에서 '경청 투어'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출된 것에 대해 "현재 대한민국 최고 당면 과제는 헌법파괴 세력들을 책임 묻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건데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국민들이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반헌법 민주공화국 파괴세력들끼리 연합하는 거야 예측된 일 아니겠느냐"라며 "국민들께서 국가반역세력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스스로 한번 돌아보시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험지 위주로 민생 투어를 하고 있고 있는데, 바닥 민심을 어떻게 느끼고 있냐'는 질문에는 "다들 힘들게 살고 계시다"고 말을 아꼈다.


이 후보의 이날 일정에는 우상호·이광재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병주 최고위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지역구로 둔 허영 의원과 이재명 캠프 대변인인 강유정 의원 등이 동행했다. 이광재 위원장은 평창 출신으로 강원도지사를 역임했고, 강릉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병주 의원도 강원도와 인연이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경기 포천·연천을 시작으로 2일 강원 철원·화천·인제·고성, 이날 동해안 벨트까지 3박 4일 민주당 험지를 공략하고 있다. 4일에는 경북 영주·예천, 충북 단양·제천, 강원 영월으로 이동해 경청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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