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연예인②] 요식업 전향 한 돈스파이크 “먹어본 놈은 못 이겨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6.09 14:26  수정 2021.06.10 08:59

이태원 텍사스 바비큐 레스토랑부터 홈쇼핑까지 '대박'

"돈 벌겠단 마음보다, 손님들 또 올 수 있게 만들어야"

ⓒ본인 제공

줄서서 먹는다는 이태원의 ‘핫’한 텍사스 바비큐 레스토랑이 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돈스파이크가 운영하고 있는 ‘로우 앤 슬로우’는 ‘연예인 이름값’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전히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다.


돈스파이크는 앞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20인분은 족히 될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소기를 들고 차원이 다른 먹방을 선보인 것을 넘어, ‘골목식당’을 통해 음식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요리 철학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최근엔 tvN ‘온앤오프’에 출연해 방 한구석에 쌓아둔 악기를 처분하려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음악적으로 “이렇다 할 히트곡도 없고, 내세울 게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지만, 돈스파이크의 작곡가로서의 역량은 국내 톱클래스 수준이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김범수의 담당 편곡자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SPP(스포츠 프리젠테이션)부문 총괄 음악감독으로도 활약했다. 당시 경기장 내에서 선곡되는 모든 음악 및 음향 콘텐츠들의 연출을 책임졌을 정도로 그의 음악성은 대중적으로 인정받았다.


“사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먹방이 화제가 된 이후 음악 작업이 안 들어오더라고요(웃음). 과거에 작업했던 사람들은 이제 거의 활동을 안 하고 있고, 세상도 바뀌었잖아요. 작곡가의 수명이 짧은데 전 25년 가까이 했으니 오래 한 편이죠. 직업을 한 가지만 갖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골목식당’ 출연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3~4일씩 이름이 올라가 있었어요.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골목식당’에서의 화제성을 보고 선택한 것이 요식업이었죠.”


ⓒ본인 제공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골목식당’ 방영 이후 그는 서울 신사동 한 라이브홀에서 ‘굴라굴라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예매 시작 30초 만에 예정된 400장을 모두 팔아치웠다. 이후 추가로 판매한 100장도 5초 만에 모두 소진됐다. 로우앤슬로우도 초반엔 이렇다 할 홍보 없이 오픈했는데, 손님들로 줄을 세우는데 정확히 3일이 걸렸다. 당시 줄은 식당이 위치한 블록 끼고, 이태원역 삼거리에서 용산 소방서 앞까지 이어졌다. 총 거리 300여m에 달하는 줄이 그의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었다.


“(요식업으로 전향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조금도 없었어요. 제 라이프 스타일이 먹고 쓰는 거 좋아하고, 무엇보다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지금을 포기하는 걸 가장 싫어해요. 그보다 지금 현재, 오늘 하루를 사는 게 더 중요하죠.”


초반의 인기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돈스파이크의 평소 성격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미래가 아닌, 오늘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쏟는다. 직접 고기를 고르는 것은 물론, 최상의 품질을 위해 굽는 시간, 음식을 담는 식기, 심지어 메뉴판에 들어갈 사진 작업, 간판 디자인 등 자잘한 일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현재는 지방까지 다수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터뷰 중 그가 보여준 단체 메신저만 해도 십여 개에 달한다. 메신저를 통해 각 지점별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먹어본 놈’은 이길 수 없어요. 해외 각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음식을 접했죠. 방송에서 선보였던 굴라쉬, 미트파이 등의 아이디어를 직접 냈는데, 모든 게 여행을 통해 접한 음식들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사실 요식업을 제대로 하려면, 연예인을 관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 버리고, 제로인 상태에서요. 급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요식업이거든요. 본인이 위기감을 느껴지도록 설정을 해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아직도 하루에 1000통씩 문의전화를 받아요. DM과 댓글 관리도 필수고요.”


ⓒ본인제공

홈쇼핑을 통해서도 그는 소위 ‘대박’을 쳤다. 매장에서 하루에 3톤의 고기를 판매한다면, 홈쇼핑에선 1시간에 무려 22톤의 고기를 판매한다. ‘고기는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명언(?)을 남긴 돈스파이크는 식당은 고기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식당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모두 식당 운영과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사람들은 ‘돈스파이크’라는 이름이 붙으면 홈쇼핑이고, 식당이도 다 같은 브랜드로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지방에 가서 제 방송의 제품을 몰래 시켜보기도 했어요. 제가 원하는 고기가 한결 같은 맛으로 배송이 되는지 보려고요. ‘홈쇼핑 같지 않는 스테이크’를 파는 게 목표였어요. 가격이 비싸더라도 홈쇼핑에서도 먹을 만한 고기를 판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죠. 다행히 제 계획이 결과로 나왔고, 덕분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습니다. 바빠서 아직 집 구경도 제대로 못 했지만요. 하하”


현재 (주)더궈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돈스파이크는 목표로 일명 ‘고기제국’ ‘바비큐 타운’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고기리’라는 실제 존재하는 마을에 각 나라의 바비큐 관련 식당을 옮겨 놓고, 체험존과 캠핑존을 마련하고, 원테이블 레스토랑 등 계획도 꽤 구체적이다. 현재는 FNB 그 첫 스텝이 바로 바비큐 레스토랑 로우앤슬로우인 셈이다.


“이제 식당은 모든 게 매뉴얼화되어 있어요. 음식을 만드는 것은 물론, 담음새와 손님을 대하는 에티튜드까지 모두요. 당연히 직원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만큼 직원 복지도 훌륭하게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은 방향 설정이에요. 가게로는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단, 손님이 또 올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그만큼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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