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갈등 2라운드 ´당규가 문제´

입력 2008.01.28 14:32  수정

당규대로 하면 ´친박´ 김무성-´친이´ 김덕룡 부적격자로

안상수 "부패 사건 전력 안돼"-강재섭 "융통성 필요"

‘4.9총선’ 공천 문제를 둘러싼 ‘친이(親李)-친박(親朴)’ 진영 간 대립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던 한나라당.

지난 25일 가까스로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양측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든 듯했으나, 이번 주 공심위 활동이 본격 시작되기에 앞서 당헌·당규상에 적시된 ‘공천 부적격자 기준’의 적용 범위 등으로 놓고 또 한 차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당 쇄신 차원에서 마련한 당규 개정안 중 ‘각급 공천심사위원회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고 한 제3조2항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을 계속 벌이고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에 연루된 자’ 등을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제시한 제9조가 바로 그것.

향후 공심위의 공천 심사 과정에서 이들 조항이 엄격히 적용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김무성 최고위원과 서청원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의 김덕룡 의원 등 상당수 전·현직 의원을 비롯해, 최근 경남 거제에서 출마 선언을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에 이르기까지 공천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특히 최근 당내 공천 갈등 봉합과 관련해,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사이에 ‘물갈이 폭’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양 진영 내부의 ‘물밑 신경전’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현행 당규상의 공천 부적격자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는 ‘친이’ 측에서 먼저 나왔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국민들인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후보 공천할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깨끗한 인물을 공천해 다른 정당과 차별을 시도해야 한다. 부패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은 절대 선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당규에 규정돼 있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코드’에 맞는다고 무능한 인물을 공천해선 안 된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인물을 공천하면 한나라당은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한나라당은 폐쇄적으로 당내 인물만으로 공천해서 안 된다”면서 “외부에 문호를 열어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많이 영입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록 “개인적 의견”이라고 전제하긴 했으나, ‘친이’계로 분류되는 안 원내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원칙론’을 강조하며 ‘친박’계를 압박함과 동시에, ‘공천 물갈이’를 통한 자파 내 ‘인적 쇄신’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번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이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도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질서와 기준이 요구된다”면서 “정권을 교체했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공천 기준의 엄정한 집행’을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인명진 윤리위원장도 언론 인터뷰 등에서 “현재 당 윤리위에선 부패로 기소되면 당원정지, 형 확정시에는 제명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제 와서 당규를 놓고 사족을 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다”고 현행 당규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현재 당내에선 당규상의 공천 부적격자 조항이 소급 기준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면·복권된 사람에 대한 규정도 없는 등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점에서 공천 심사에 앞서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듯하다.

당장 강재섭 대표부터 “10~20년 전에 벌금형 받은 것도 (공천) 결격사유로 봐야 하는지는 당헌 당규의 취지를 해석해서 해야 한다”고 공천 기준 적용에 융통성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전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고, 특히 “이 당선자 측근들이 이곳저곳 공천 약속을 하고 있는데 웃긴다”며 “헛물 켜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 역시 2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당규를 개정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냐가 문제”라며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안강민 공심위원장 또한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 당규상 공천 부적격자 조항의 ‘모호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친박’ 측은 일단 이 문제에 대한 의견 제시를 삼가는 모습.

다만 ‘친박’계의 김학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자리에서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이어 “그동안 공천 심사를 두고 계파 안배 등 얘기가 많았고, 그로 인해 당 대표가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면서 “이제 어떤 부분에 대해서도 오해될 소지를 얘기해 공심위에 영향 미치는 것은 부적절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을 바라보고 당의 앞날을 위해 (공심위가) 새 정부에 적합한 공천기준을 설정해 잘 해주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강 대표와 공심위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한편 공심위는 이날 오후 안강민 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향후 공천심사 일정 등을 논의, 확정할 계획.

현재 공심위는 29일부터 사흘간 총선 예비후보자 추천 공고를 내고, 내달 1~5일 공개모집한 뒤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전까지 지역별 공천심사를 끝내는 방향으로 향후 일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2월 말~3월 초 지역구별 후보를 1차로 선정하고, 단수후보를 압축하지 못한 지역은 3월 초중순쯤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 늦어도 3월 중순에는 총선 공천이 마무리할 예정.

비례대표 후보의 경우, 지역구 후보의 경선 기간에 심사를 해 3월 중순쯤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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