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혼잡도 280%,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직접 타보니… "토나오려고 합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1.05.24 05:00  수정 2021.05.23 23:50

사우역부터 김포공항역까지는 몸 움직일 공간 아예 없어…주변 사람들 숨소리까지 들릴 지경

"전철을 타야 하는 사람들이 아예 들어오지도 못해…사람들과 너무 살이 닿아있는 것도 불쾌"

"GTX-D 강남 노선 개설이 김포시 땅값 올리기?

21일 김포골드라인의 김포공항 행 열차 내부가 출근하는 승객들 꽉 차있다.ⓒ데일리안

22일 오후 검단신도시 스마트시티 총연합회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집회를 열고, 'GTX-D노선 서울 직결'과 '서울 5호선 김포·검단 유치'를 주장했다. 이들은 촛불과 'GTX-D원안 사수! 서울 5호선 유치', '다른 곳은 광엽급행 서북부만 자선완행?'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앞서 김포와 검단 시민들로 구성된 김포검단시민연대는 '서울 직결'이 빠진 GTX-D노선에 반발해 김포시청 인근에서 차량100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드라이브 집회와 촛불집회, 풍선챌린지 등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GTX-D노선'이 당초 계획대로 서울의 강남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부천까지만 연결된다는 정부 발표 이후 해당 시민들의 반발과 논란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자는 지금의 해당 지역 출퇴근길이 도대체 얼마나 복잡하면 시민들이 이럴까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현재 김포와 검단에는 서울로 바로 연결되는 철도가 없고, 김포경전철 골드라인이 김포의 가장 안쪽인 양촌에서 출발해 김포공항까지만 운행한다. 서울로 출퇴근하려면 김포공항에서 내려 공항철도, 5호선, 9호선 등으로 환승해야 한다.


김포 한강신도시가 2011년에 입주를 시작했지만 김포골드라인은 지난 2019년에야 겨우 개통했다. 그나마도 객차의 크기가 일반 중전철보다 작고 2량 밖에 되지 않아, 현재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280% 수준까지 올라가는 지옥철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비가 누적누적 내리던 지난 21일 금요일 아침. 출근길의 김포골드라인 이용객은 평소보다는 덜 했지만 여전히 붐볐다.


기자는 아침 7시 40분경 운양역에서 종점인 김포공항역으로 향했다.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정차하는 역마다 많은 인파가 물 밀듯이 들어왔다. 특히 풍무역과 고촌역은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로 혼잡도가 극에 달했다.


걸포북변역까지는 기자가 몸을 움직일 약 15cm 내외의 여유 공간이 그나마 있었다. 하지만 다음 역인 사우역부터 김포공항역까지는 여유 공간이 전혀 없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다. 다른 사람과 마주 보거나 완전히 밀착돼 붙어있어야 했고, 앞 뒤 옆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잘 들을 수 있었다.


열차가 정차하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얼굴을 찌푸리는 승객들이 부지기수였다. 공간 대비 승객들이 너무 많은 탓에 지하철이 급정거했을 때도 넘어지거나 중심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행동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본의 아니게 서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있는 웃픈(웃기고 슬픈) 모습이 연출됐다. 마스크 때문에 숨 쉬기는 갈수록 불편해졌고, 지하철 객실 안의 온도도 쉼없이 상승하고 있었다.


김포골드라인 운영회사 관계자는 "지하철 객실 내부 온도가 23~24도로 측정되면 에어컨이 자동으로 돌아간다"며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에는 항상 작동되고 오늘도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전철과 별개로 김포골드라인은 환풍기와 에어컨은 있지만, 송풍기가 없어 답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1일 김포골드라인 노선인 운양역 3번 출구 앞 GTX-D 강남 직결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데일리안

대학생 김 양(23)은 "사우역까지는 비교적 김포골드라인 타기가 괜찮지만 그 이후부터는 이용하는 승객들이 점점 많아져서 어쩔 수 없이 전철을 몇 대 보내고 타는 경우도 많다"며 "주 3일 아침 스터디를 하러 합정역을 가야 하는데, 가는 길이 정말 토가 나올 정도다. 공간이 좁아 사람들과 너무 살이 닿아있는 것도 대단히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3개월째 사우역에서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김 씨(69)는 "오늘은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적은 편에 속한다. 출퇴근길 복잡함이 한창 피크일 때는 전철을 타야 하는 사람들이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며 "출퇴근길 혼잡도는 그야말로 완전히 미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가방이 지하철 문에 끼이거나 지하철을 타려다 넘어지는 위험한 사고들도 종종 봤다"며 "이래서 김부선 라인으로 불리는 GTX-D가 강남까지 무조건 뚫려야 한다. 김포골드라인은 2량이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고 거듭 강조했다.


직장인 이 씨(46)는 매일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서울역으로 출퇴근한다. 이 씨는 "GTX-D 강남 노선 개설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을 김포시 땅값 올리기로 매도하면 안 된다"며 "2량 밖에 안되는 김포골드라인 출퇴근길 속 혼잡에 시민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 지 충분히 감안해 전철 노선을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들은 결코 부천까지 돌아서 서울을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지하철 이용객들은 강남 노선이 신설되지 않는다면 매일 아침 끝도 없이 지옥을 경험해야한다며 하소연했다. 김포검단시민연대는 오는 28일 청와대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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