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기자회견 전문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08.01.25 12:24  수정

나훈아 심경고백

1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나훈아가 25일 오전 11시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괴소문’을 직접 해명하고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나훈아는 가정 파괴범이라는 ‘괴소문’에 대해선 “대응하는 것 자체도 자존심이 상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나훈아는 “말도 안 돼는 소리를 써 놓고 네티즌을 부추기는게 누구냐?”며 반문한 뒤, “긴 세월을 보냈기에 매스컴의 속성을 잘 안다”며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알려진다는 걸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 기자회견 전문 -

언론에서 의혹 해명해야

언론에서는 해명을 한다고 얘기하는 데 해명이라는 뜻은 어떤 사건이 문제가 됐을 때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밝고 명확하게 설명을 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해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 게 없기 때문에 해명을 할 게 없다.

해명은 확실치 않은 얘기들을 제대로 실제 근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보도를 한 기자나 언론에서 해명을 해야할 것이다. 난 절대 이런 자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절대 나와서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기사를 다룰 때는 신중해야

나는 40년을 노래 했다. 여기에 모인 기자 여러분,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리고 있는 여러분들. 만약에 40살이 되지 않은 분들은 내가 노래를 시작할 때 태어나지도 않은 분들이다. 40년을 했기에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기사를 다룰 때는 적어도 신중했어야 했다.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야 함에도 진실은 없고 엉뚱한 얘기들만 하나부터 열까지 난무했다. 만약에 이런 식이라면 뭐 하러 목숨을 담보로 전쟁에 가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죽기까지 하는 기자들이 있겠느냐.

나는 오늘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뭘 써가지고 나온 것도 없다. 하고 싶은 얘기를 있는 그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썼기에 그냥 썼다면 방조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테니까 끝까지 들어달라. 소문난 걸 적기만 했다는 건 말이 안돼는 얘기. 챙겼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썼기 때문에 그냥 썼기 때문이라고 하면 방조자이며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면 방관자다.

말도 안 돼는 얘기가 나올 때는 언론 한곳에서라도 이게 아니라는 얘기가 나왔어야 했다. 유독 연예계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설명을 두 가지만 드리겠다. 하나는 우리 공연을 할 때는 ‘내일 공연을 하니까 오늘 하자’ 해서 절대로 안 된다. 길게는 1년 전 짧게는 4~5개월 전에 준비를 마쳐야만 공연이 가능하다. 풀어서 말하면 공연을 계약을 하는 데 한두 달 전에는 계약이 안 된다.

공연하려면 꿈이 필요해

두 번째, 나는 40년을 노래했다. 내가 공연할 땐 표가 없다. 표를 구하려 해도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 이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이렇게 40년 오기까지는 나름대로 느끼는 ‘꼭 이렇게 해야 만이 많은 사람들이 와서 박수를 쳐주는 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절대로 온 분들을 실망하지 않게 공연하는 것이 약속이다. 물론, 펑크를 낸다든지 스케줄을 바꾸는 것은 안 된다.

두 번째, 진실해야 한다. 우리처럼 긴 시간을 노래를 하면 노래를 잘 하는 쉽게 하는 법을 알게 된다. 무대에서 거짓말 하지 말고 노래도 해야 하고, 무대 전체를 거짓 없이 해야 한다. 무대에서 땀을 흘리더라도 진실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느낀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자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세 번째는 꿈이다. 우리는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나는 유독 연출, 무대 감독, 출연 세 가지를 모두 하기 때문에 꿈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매년 공연을 똑같이 해본 적이 없다.

공연을 마치고 두려운 마음 들어

그렇게 바꾸려면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도 나와야 하고, 사람들이 보고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하는 정도의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꿈이 필요하다. 꿈 얘기는 중요한 얘기다. 지금까지 노래를 해 오면서 5~6년 전부터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힘들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꿈이 고갈돼 가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최측근에 있었던 사람들은 내가 했던 말을 들었던 사람이다. 12월 31일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계단에서 겁이 덜컥 났다. 내년에 어떻게 공연을 꾸려나가야 할지 두려움이 생겼다.

공연 끝나고 가진 파티에서 말을 했다. ‘공연을 내려오는 계단에서 겁이 났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우리 겸손하자’는 얘기를 수십 번, 수백 번 하기도 했다. ‘한발 짝만 다른 사람 보다 뒤에 서자, 겸손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 취소는 기획사 책임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별안간 펑크를 내고 돈까지 물어가며 취소했다. 웃기는 얘기다. 나는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잡혀 있는 걸 몰랐다. 재작년에 다음해 공연을 잡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했기 때문에 몰랐다.

세종문화회관은 스케줄을 잡기도 어렵고 까다롭다. 그런데 공연 기획사 측에서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잡아놓고 ‘혹시 마음 변해서 하지 않을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쓴 기자가 한 발짝만 움직이면 이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기획사만 만났어도 이 문제는 제대로 밝혀졌을 것인데 발품을 팔지도 않고 글로 썼다.

회사의 경우, 내가 쉴 때는 같이 쉬어야 하는 회사일 뿐이다. 그러다 ‘잠적했다? 행방이 묘연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 기사가 보도된 날에는 스태프들과 휴가를 가고 있었다.

가정 파괴범? 대응하는 것 자체도 자존심 상해

말도 안 돼는 소리를 써 놓고 네티즌을 들끓게 만드는 거, 이걸 부추기는 사람들이 누구냐? 매년 1, 2월에는 외국에 가서 좋은 공연도 보면서 꿈을 가슴에 담는다.

작년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전라도 남원에서 뱀사골로, 뱀사골에서 경상도까지 걸어갔다. 될 수 있으면 사람들 시선을 피했다. 옛길을 통해 서울 근처까지 걸어봤다. 그러는 동안에 신문에 ‘남의 마누라 빼앗아 가고, 가정 파괴범이다’라는 기사가 났다.

대한민군은 엄연히 간통죄라는 게 있는 법치국가다.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미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긴 세월을 지냈기에 매스컴의 속성을 잘 안다. 대응하는 것 자체도 자존심 상한다. 진실은 시간이 걸릴 뿐 꼭 알려진다는 걸 믿는다.

죽을병? 여러분이 팬으로 나를 죽인 것!

소문 때문에 할 수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고 싶었던 마음을 포기하고 외국을 나갔다. 대학에 들어가 ‘스페셜 프로그램’ 강의를 들었다. 물론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서 들어갔다. 밤새 숙제하면서 꿈을 담았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것이었다.

나보다 어린 교수가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란 별명을 지어 주기도 했다.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해 행동이 또 어려워졌다. 결국은 못 다니고 들어왔다. 들어왔더니 이제는 나를 죽이더라.

‘부산 모 병원에서 입원했는데 죽을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부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내가 단언컨대 대한민국 공공장소에 3분 이상 서 있어가지고 거기 있다는 사실이 소문이 났을 것이다. ‘아니다, 못봤다’ 하는데도 여기저기서 계속 기사가 나왔다.

여러분이 팬으로 나를 죽였다. 말할 가치도 없고, 말을 대꾸할 이유도 못 느낀다. 여러분들이 나를 못 찾는 이유는 내가 40년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한 것도 있겠고 나름대로 한 것도 있을 것이다. 나를 탁구대에 올려놓고 핑퐁을 치고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다 한 것이다. 그래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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