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엔터사, 국내외 계열사 설립·인수 활발
팬 플랫폼 위버스·유니버스 양강구도 형성
국내에서 엔터업을 거론할 때 ‘3대 기획사’라는 말이 익숙하다. 2000년대 이전까지의 엔터업은 소형 기획사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소속사’라는 명칭으로 연예인의 활동을 지원해주는 회사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3대 기획사’가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1990년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국내 엔터산업을 체계화했고, 2000년대에는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케이팝(K-POP)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이 크게 향상됐고, 이는 세계적인 ‘케이팝 돌풍’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 기획사들은 주식회사나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점차 대형화, 산업화했다.
현재 3대 기획사들은 국내외로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타 기업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왔다.
SM은 해당 회사를 포함해 SM C&C, 키이스트 등 5개 상장사와 34개 비상장사 등 총 39개의 계열회사를 두고 있다. 이중 21개 계열사는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법인이다. 최근에는 내실을 다진다는 명목 하에 비음악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자회사 ‘SM스튜디오스’(SM Studios)를 설립했다. SM이 보유하고 있던 SM C&C, 키이스트, SM 라이프디자인그룹, 디어유, 미스틱스토리의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하면서 독자적으로 움직였던 영상·미디어 콘텐츠 관련 회사들을 한 지붕 아래 묶어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SM 본사는 음악사업에 집중한다.
YG는 해당 회사와 모델 매니지먼트 YG플러스 2개의 상장사와 드라마 제작(스튜디오플렉스)·외식(YG푸즈)·화장품(코드코스메 인터내셔널)·스포츠(YG스포츠) 등 18개의 비상장사 등 총 20개의 계열회사(본사 포함)를 두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중 6개가 해외 법인이다. JYP는 국내외 10개(본사 제외)의 계열사를 두고 있고, JYP 본사만 상장사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3대 기획사를 넘어서게 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는 앞서 쏘스뮤직·플레디스·KOZ 등을 인수하고 CJ ENM과 합작 법인 빌리프랩을 설립하는 등 국내외에 총 17개 계열사(본사 제외)를 두고 있다. 이중 8개가 해외 법인이다.
하이브로 회사명을 변경한 이후엔 더 폭넓은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해외 레이블 이타카 홀딩스를 10억5000만달러(약 1조1860억원)에 인수했다. 이타카 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제작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쿠터 브라운이 대표인 회사다. 매니지먼트사 SB 프로젝트와 컨트리 음악 레이블 빅 머신 레이블 그룹, TV 및 OTT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사일런트 콘텐트 벤처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B 프로젝트에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제이 발빈, 데미 로바토 등이 소속돼 있다. 또 유니버설 뮤직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오디션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또 다른 보이그룹 제작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이브는 국내외로 몸집 불리기를 진행함과 동시에 위버스를 통해 플랫폼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이제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 단순히 가수를 기획·제작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의 끝엔 결국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었다.
해외 시장 없이는, 산업의 내·외부 모두 지탱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에서 성장해 해외로 수출하는 시대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위버스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획사들의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네이버가 하이브의 자회사인 비엔엑스(beNX)에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약 3548억원을 투자하고, 비엔엑스가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하고 팬커뮤니티 위버스 지분 49%를 넘겼다. 이어 지분매각 대금을 활용해 하이브는 비엔엑스와 함께 YG의 자회사 YG플러스에 각각 300억원, 400억원 등 총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YG플러스의 아티스트 글로벌 멤버십 관련 사업은 위버스를 통해 전개된다.
브이라이브는 네이버의 대표적인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다. SM의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도 브이라이브를 통해 중계가 이뤄진다. JYP 역시 브이라이브의 일본법인 비욘드라이브코퍼레이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와 YG, JYP, SM이 네이버와 투자를 주고받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대항마로 떠오른 팬 플랫폼 유니버스는 그 외 타 연예 기획사들과 접촉 중이다. 탄탄한 국내외 팬덤을 보유한 강다니엘, 아이즈원, 몬스타엑스, (여자)아이들, 박지훈, 아스트로, 더보이즈, AB6IX, 우주소녀 등이 론칭 멤버로 참여했고, 향후 계속해 아티스트 소스를 늘릴 방침이다. 더구나 막강한 콘텐츠와 엔터사업으로도 손을 뻗어 ‘엔터계 거대 공룡’으로 불리는 CJ ENM과 카카오가 유니버스와 손을 잡으면서 위버스의 막강한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