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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의 혜윰] 사라진 부동산 희망과 2030


입력 2021.04.19 07:00 수정 2021.04.16 17:24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여권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2030은 왜 등을 돌렸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잠실·삼성·청담·대치동 일대가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잠실·삼성·청담·대치동 일대가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것이에요. 모든 것 중에 최고라 할 수 있죠.”


[쇼생크 탈출] 주인공 앤디가 친구 레드에게 남긴 편지에는 영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가 담겼다. 나락으로 떨어진 삶 속에도 희망이 있었기에 앤디는 20년 넘게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끝내는 탈출할 수 있었다. 희망은 생각보다 강한 삶의 원동력이다.


희망이 사라졌을 때의 허탈감과 무력감은 크게 찾아온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무엇보다도 ‘부동산 문제’ 때문이었다. 특히 ‘2030=진보, 4050=보수’라는 공식을 깨부수고, 여권의 지지 기반이었던 2030의 표를 얻은 것은 우리 사회가 크게 생각해 볼 문제다.


2030이 돌아선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더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국·윤미향 사태에서 발생한 공정이니 정의 따위의 부재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발생한 희망의 부재가 주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향해가고 대출까지 막힌 상황에서,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은 사라졌고 계층이동 사다리는 사실상 끊어졌다.


정부가 투기꾼을 잡고 실수요자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25번의 부동산 정책은 모두 실패에 가까웠다. 그 과정에서 나온 2030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는 그들의 마지막 발버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대는 아파트 2만9079건을 매입하며 처음으로 40대를 제치고 연령대별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통제’에 기반한 정부의 부동산 기조는 계속됐다. 규제일변도 정책을 강행하며 각종 세금·대출 규제를 옥죄었다. 이 상황에서 터진 한국주택토지공사(LH) 투기 사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속화했다.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이 돌아설 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촛불혁명의 주역이었던 2030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오랫동안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다수의 2030이 ‘나는 보수라서 오세훈 시장을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문 정부는 더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2030의 돌아서기 시작하는 한 여권의 희망도 없을 것이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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