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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80년대 백골단 보는 것 같다"…경찰 3·1절 불시 검문에 시민들 '분통'


입력 2021.03.01 17:42 수정 2021.03.01 19:4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민중노총, 박원순, 백기완 때는 가만히 놔두고 왜 우리만 가지고 이러나?" "文정권의 명백한 이중잣대, 정치방역 그만하고 방역형평성 지켜라"

3·1절을 맞아 광화문 광장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곳곳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쳤지만 법원의 9인 이하 참석 인원 제한에 따라 큰 충돌은 없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3·1절을 맞아 광화문 광장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곳곳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쳤지만 법원의 9인 이하 참석 인원 제한에 따라 큰 충돌은 없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제102주년 3.1절을 맞아 보수단체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9인 이하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면서 소규모 집회가 주를 이뤘고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경찰의 잦은 불시 검문은 많은 시민들의 불편을 자아내고 빈축을 샀다.


경찰은 서울 시내에 118개 중대 7000여명의 인원을 배치하고 곳곳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주요 도로 및 지하철역 내에도 경찰을 배치해 삼엄한 경비태세를 유지했다.


특히 비가 내리는 탓에 더욱 한산해 보였던 청와대 일대 등에는 차벽까지 세워져 엄중함을 더했다.


보수단체 폭정종식 비상시국연대는 1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정문 앞에서 '반헌법 폭치 입법독재 타도 3.1 국민저항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회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포함해 9명이 참석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비상시국연대가 1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정문에서 '문 폭정 종식, 김명수 퇴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비상시국연대가 1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정문에서 '문 폭정 종식, 김명수 퇴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혹은 보기 위해 속속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도심 내 집회 금지'라고 쓰여 있는 안내문과 현수막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의거, 광화문 도심 내 집회를 금지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내걸렸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도심지역만 1년이 넘도록 막아놓는 것은 방역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의도인 것"이라며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놔두며 정작 일반 시민들은 9명 넘도록 못 모이게 하는 것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정치방역 중단하라' '매국노 문재앙 물러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했다.


'문재인 폭정 종식, 김명수 퇴진' 팻말 든 국민통합연대.ⓒ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문재인 폭정 종식, 김명수 퇴진' 팻말 든 국민통합연대.ⓒ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그러나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광화문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철통 경계를 펼쳤다. 50여 명의 경찰은 집회 신고 인원 이상의 시민들이 몰리자 곧바로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고, 폴리스 라인 안에 있던 시민들을 선 밖으로 나가도록 조치했다. 세종홀 앞에 있던 경찰관은 세종홀에 왔다고 답한 시민에게 "우회하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의 불시 검문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광화문역 주변의 경찰관들은 수시로 지나가던 행인의 길을 막아서고 신원 확인을 요구하며 불시 검문을 자주했다.


결국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갑자기 불시 검문을 당한 한 시민은 "80년대 백골단(청바지 등을 입고 민주화 집회와 시위를 폭력적으로 저지하던 80년대 사복경찰들)을 보는 것 같다"며 "집회를 보러 온 것도 아닌데 경찰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또 기자회견을 보러 왔다는 안모(65)씨는 "인원을 초과했다고 나가라고 하는데 경찰 인원수가 더 많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시민들이 조금만 모여도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인원을 분산하고 있는 경찰.ⓒ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시민들이 조금만 모여도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인원을 분산하고 있는 경찰.ⓒ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일부 보수 성향 시민들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영결식 때와 다른 대응을 문제 삼으며 "이중잣대 정치방역"이라고 반발했다. 이모(81)씨는 "장례식은 집회가 아니라더라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은 같지 않으냐"며 방역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수단체인 자유민주국민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이중잣대 방역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문 정권은 지난 해 개천절 집회를 막느라 경찰차벽으로 광화문 재인산성을 쌓고, 한글날에는 철제 펜스로 광화문 재인목장을 만들었다"며 "오늘 삼일절에도 예상은 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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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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