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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망친 악마들의 승승장구…'아니면 말고'도 판친다


입력 2021.02.24 05:00 수정 2021.02.23 21:02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학폭 미투, 정의구현인가 여론재판인가

이재영·이다영(25) 선수ⓒ인스타그램 이재영·이다영(25) 선수ⓒ인스타그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25) 선수에 대한 고발을 시작으로 스포츠계에서 연예계까지 '학폭 미투(학교 폭력 나도 당했다)'가 이어지고 있다. 학폭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유명세를 얻고 승승장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폭로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폭 미투는 대부분 학폭 가해자의 위선에서 비롯됐다. 이다영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 "갑질과 괴롭힘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즉각 피해자의 분노와 반발을 야기했다. 피해자는 "본인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을 새까맣게 잊은 것 같아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도 방송에서 '저 세상 낯가림으로 이 세상 연예인 생활 중'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등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부각됐다. 수진의 학폭을 고발한 피해자는 "저의 학창 시절을 송두리째 망쳐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팬들에게 둘러싸여 수줍고 착한 이미지로 활동하는 것이 괴롭고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유튜브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유튜브

이렇듯 남을 짓밟은 과거는 철저히 잊은 가해자들의 파렴치한 모습에 피해자들은 폭로를 결심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가해자가 계속 대중 매체에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착한 사람들인 것처럼 조명이 되면 피해자는 더 고통스럽다"며 "피해자는 이 (불공정한)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공론의 장이 이들을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믿음도 '학폭 미투'를 배가시키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폭로되는 가해자들이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일반인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어떤 힘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며 "시스템이 가해자를 감싸는 구조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은 권력과 서열이 작동하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공론의 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시스템에 압력을 가해 확실하게 불이익을 받게 해주는 만큼 믿음이 가는 것"이라며 "공론의 장에서라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김성삼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당사자가 부인하면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믿을 구석이라곤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지지밖에 없으니 공론의 장을 택한다"며 "학폭의 특성상 여러 명의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폭로가 폭로를 낳고 여러 명의 증언을 통해 가해자의 성향이 드러나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박상하.ⓒ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 박상하.ⓒ 한국배구연맹

특히, 공론의 장에서 폭로를 통해 가해자를 응징하는 과정은 피해자를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 폭로로 대중의 지탄을 받은 가해자는 자숙기를 갖는 방식으로 도덕적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 교수는 "가해자가 결국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또 다른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허위 폭로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온다. 폭로들 가운데 거짓 주장이 있고 한 쪽의 주장만 듣고 과도하게 여론재판으로 흘러가버리면 지목을 당한 측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가 계속될 경우 진짜 피해자가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권혁중 대중문화평론가는 "SNS 글은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입증할만한 근거 없이 학폭을 주장하기엔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사실에 입각한 공론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연예스포츠계가 어릴 적부터 성적제일주의와 스타성 양상에만 급급해 인성을 소홀히 한 결과가 공론의 시대에 뒤늦게 나타나고 있다"며 신속하고 세심한 사실관계 규명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김성삼 교수는 "가해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신속하게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며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심리 상담을 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엔 가해자와 함께 팩트체크하는 절차와 과정이 있어야 여론몰이를 차단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이 늦어지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억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피해자는 그 피해를 굉장히 고통스럽게 생각한다. 고통스러운 나머지 과장되게 기억하면 허위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반면 가해자 입장에서는 그 기억이 그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서로 기억의 구성을 세심하게 따져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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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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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dkdk 2021.02.24  11:48
    것은 아님말고 식이 아니라, 견디다 견디다 못해서 트라우마를 이겨보려 발버둥치며 쓰는 거다. 감쌀 걸 감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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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dkdk 2021.02.24  11:47
    기자야 정신차려라. 요새 잘못 쓰면 다 명예훼손이라 폭로글 쓰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자기검열한다. 소속사에서 막고 협박해서 내리는 경우가 대다수지. 변호사 동원해서 협박할 게 뻔한데 미쳤다고 목숨내놓고 연예인 저격하겠냐.
    
    우리가 아는, 피해자가 연대해서 피해글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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