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UAM·PBV·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 추진
E-GMP 기반 전용 전기차 출시로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대
HTWO 브랜드 앞세워 수소전기차·수소연료전지 보급도 본격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수출의 최대 주역인 반도체는 메모리 경쟁력 강화와 비메모리 성장을 본격화하고 있고 배터리도 전기차 시장의 본격 확대의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도 친환경·자율주행 등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에 대응해 산업 주도권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 주력 업종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내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 주]
자동차 산업은 이동수단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 즉 ‘모빌리티 혁명’의 중심에 서있다. 가솔린이나 디젤 등 내연기관의 퇴출 스케줄이 빨라지고 전기차(EV)나 수소전기차(FCEV)로 대체되는 한편, 모빌리티의 형태도 전통적 자동차에서 벗어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으로 다양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기업이 ‘모빌리티 혁명’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AI), 감지센서,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 배터리와 드론, 로보틱스 등 다양한 이업종과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국내 유이(唯二)한 토종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이같은 모빌리티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사업 범위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하고 미래 기술 개발과 사업모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속한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20에서 UAM과 PBV에 모빌리티 환승 거점인 허브(Hub)를 결합한 미래 도시 구상을 발표했고,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도 이 구상에 맞춰 추진된다.
UAM 분야에서는 2019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신재원 UAM사업부장을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UAS(무인 항공 시스템)를 시작으로,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한다는 스케줄을 설정해놓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제품군을 더욱 확대해줄 PBV 사업도 본격화한다. PBV는 배터리와 구동륜으로 구성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플랫폼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변하는 본체를 결합한 자율주행 지상 모빌리티로, 이동수단이자 주택이나 사무실, 상점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기아는 지난달 사명 변경과 함께 중장기 전략 ‘플랜S’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는 PBV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 모빌리티 전략도 포함됐다.
기아는 카누(Canoo), 어라이벌(Arrival) 등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통합 모듈형 플랫폼 위에 다양한 본체를 적용해 사용자의 필요 목적에 맞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콜드체인(냉장물류) 스타트업 에스랩 아시아와 최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mile Delivery) PBV 실증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PBV 사업 상용화에 대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
기아와 에스랩 아시아는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급증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해 도심 내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에 최적화된 차세대 PBV 모델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싱가포르에서 실제 서비스 운영을 통해 PBV 사업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기아는 국내에도 올 상반기 중으로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전자 상거래와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인해 PBV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규모가 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는 공유 서비스 차량과 저상 물류 차량, 배달 차량 등 기업과 개인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PBV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업체가 보유한 대량생산체제의 강점을 살려 미래 신산업으로 각광받는 로보틱스 분야 진출도 본격화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 가속화를 선언했다.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등 계열사 지분투자는 물론 정의선 회장도 사재로 20%의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봇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물류 로봇을 통해 확보한 요소 기술을 활용해 이후 이동형 로봇 시장에 진입한 뒤, 미래 로봇 산업에 있어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개인용 전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전동화(電動化)’ 이슈에도 적극 대응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선언하고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 모델을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출시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크로스오버 전기차(프로젝트명 JW), 기아는 준중형 전기차(프로젝트명 CV)를 각각 내놓을 예정이다.
E-GMP는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돼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국내기준)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와 함께 전동화의 투 트랙으로 육성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사업도 본격화한다. 세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 판매를 더욱 가속화해 시장 저변을 넓히는 한편, 트럭과 버스 등 상용 수소전기차도 국내외 시장에 적극 보급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의 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 사업 육성에도 적극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소에너지 신사업 브랜드 ‘HTWO(에이치투, Hydrogen+Humanity)’를 론칭하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현대차·기아의 경쟁사인 다른 완성차 업체는 물론, 선박, 발전기, 열차의 동력원으로까지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발걸음을 서두른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레벨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레벨3 자율주행은 특정 조건에서 자율주행을 하지만 위험할 경우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에는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 사업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또,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통해 미국 네바다주 공공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에 가까운 레벨4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3년에는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와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미국 주요 지역에서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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