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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쫓아내는 문재인과 추미애, ‘부마항쟁’ 각오하고 있는가?


입력 2020.11.25 08:40 수정 2020.11.25 08:33        데스크 (desk@dailian.co.kr)

추미애의 윤석열 축출 시도는 유신정권의 차지철과 꼭 닮은 꼴

야당 총재 김영삼 의원 제명은 부마사태 이어 10.26으로 자멸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1979년 10월, 대통령 문재인은 1년 전에 특전사를 병장 만기 전역하고 경희대 법학과에 복학한 27세 즈음의 고시 준비생이었다.


다음 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니 공부하느라 당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자세히 몰랐다고 보고 그때 그 사건, 그 엄청난 파동을 요약해 드리겠다. 신민당 총재 김영삼의 의원직을 정권이 제명해 버린 ‘헌정 사상 초유’의 행패 말이다.


이 헌정 사상 초유라는 말에 문재인 정권은 각별히 긴장해야 한다. 역사의 강이 험하게 굽이칠 때마다 초유의 사태는 어김없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이번에 도모하고 있는 일도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지 않는가?


박정희 유신정권은 탁월한 리더십과 선견지명으로 수출에 의한 급속 경제 성장에 성공, 단기간에 나라 백성들이 보릿고개에서 벗어나는 기적을 이룸으로써 박수를 받았으나 독재라는 불명예스런 딱지는 떼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지식인들과 학생들, 다수 중산층 시민들로부터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당시 독재정권에 비판적인 국민들을 대표하는 이는 신민당 총재 김영삼이었다. 79년 5월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김대중의 비밀 지원을 받은 그는 2차 투표에서 정권이 선호하는 이철승을 11표차로 누르는 역전승으로 야당 대표가 돼 드디어 박정희 정권 타도 투쟁의 선봉에 서게 됐다.


YH 여공 당사 농성 보호, 뉴욕 타임스 기자회견 발언 등이 터지면서 정권의 그에 대한 미움도 극대화됐다. 합법적 정치 무대에서 제거해 버리고자 하는 그들의 무모한 충동에 불행히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비극의 시작이었으며 그 비극의 엑셀레이터를 밟은 사람은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이었다.


10월 4일, 여당은 국회 안으로 사복 경찰 300여명을 불러들여 야당 의원들을 꽁꽁 묶어 놓은 채 한쪽 골방에서 회의를 열고 공화당과 유정회 의원 159명 전원이 찬성, 김영삼 의원 제명안을 가결시켰다. 김영삼은 국회를 떠나면서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마침 지난 22일은 그의 서거 5주기였다.)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졌다.12일 후 김영삼의 고향 부산에서 학생들이 ‘유신철폐’ 구호와 함께 거리로 나왔다. 다음 날부터는 시민들이 합세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계엄령이 선포됐고 군 장갑차들이 부산대 주변 등 시내 도로에 나타났다. 4일 후 시위는 마산으로 번졌다. 정권은 마산에 위수령을 내렸다. 부산과 마산에서 수백 명이 체포돼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이것이 이른바 부마(釜馬)사태이고, 광주사태와 마찬가지로 훗날 사태 대신 민주항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정권은 초긴장했으나 엎지러진 물이었다. 10.26의 총성은 그로부터 며칠 후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울렸고. 유신정권의 광인(狂人) 호위무사 차지철은 ‘이게 다 네 탓이야, 버러지 같은 놈!’이라고 외친 권력의 또 다른 축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사살됐다. 그로써 박정희 정권도 몰락했다.


법무부장관 추미애가 24일 결정한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측불허이고 폭풍전야의 느낌이다. 대단히 걱정스럽고 착잡하다. 무리한 선택, 감정적인 조치는 파국을 부르게 돼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감찰 결론은 철저히 절차를 무시한 기습적인 것이었고, 그 사유는 전혀 일방적인 주장이었다. 대한민국에 법치(Rule of Law)가 이렇게 무너지고 실종된 적이 문민화 이후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놀랍고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대통령 문재인은 추미애의 발표 직전 보고를 받았을 뿐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도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 사태가 일파만파가 돼 나라가 요동을 쳐도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를 끝끝내 하지 않을 것인지 ‘문재인, 트위터라도 좋으니까 국민들에게 말 좀 하라’고 요구한(데일리안 11월22일자 <정기수 칼럼>) 필자로서 묻는다.


문재인은 유신정권의 차지철처럼 정권을 위해 몸 바치려다 급기야 자기 성정에 못 이겨 윤석열의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패대기 치는 추미애 때문에 박정희 같은 운명을 맞이해도 좋겠는가? 당신들은 부마항쟁을 각오하고 있는가? 원하지 않는다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추미애의 윤석열 축출 시도는 친문 핵심들과 문재인의 지시 또는 최소한 그들의 공감 또는 묵인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그녀는 이 결정을 위해 그동안 징계(해임) 사유 목록을 적어 꾸준히 감찰을 진행해 왔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대면조사 비협조 및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위반 등 ‘확인’됐다는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들의 사실관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당연히, 밝히지 않았다.


앞으로 열릴 징계위원회에서도 구체적 내용과 진위 여부는 낱낱이 공개되지 않은 채로 그저 ‘비위가 심각하고 중대해 징계를 결정했다’라고 발표될 것이다. 추미애의 일방적 결정을 들은 민주당 대표 이낙연은 “법무부가 발표한 윤 총장의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길 권고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뭘 알고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려웠을까? 정권 파수꾼 장관의 주장은 절대로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그의 기자 출신답지 않은 자세와 판단력에 연민의 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의도와 스타일로 보아 추미애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윤석열을 징계하고 임면(任免)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윤석열을 소원대로 제거하고 나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감히’ 수사에 착수한 대전지검에 대해서도 인사의 칼을 휘두르는 등 그녀가 말하는 소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일층 일로매진하게 될 것이다.


추미애의, 즉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에 손 대려는 총장 윤석열과 몇몇 맹견 검사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애완견 총장, 애완견 검사장, 애완견 검사들로만 채워 두려고 하는 시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사실상 농단(壟斷)이라 해야 할 그 거짓 개혁 칼부림에 윤석열의 목이 지금 경각(頃刻)에 달려 있다.


필자는 윤석열에게 일찍이 ‘버티다 짤리라’고 조언을 한 데 이어 추미애가 한낱 사기꾼 말을 이용해 그를 감찰한다고 했을 때는 ‘더럽고 한심한 꼴 더 이상 보느니 차라리 옷 벗고 나가 그들과 크게 한 판 싸울 준비를 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윤석열은 결국 버티다 잘려 나가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대가 변하여 ‘부마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 민심, 그 표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잠시 광기(狂氣)를 진정시키고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민심 이반(離叛)이야말로 그들에게 ‘심각하고 중대한’ 사태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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