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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설계사 양극화 가속에 보험사 '촉각'


입력 2020.10.31 06:00 수정 2020.10.30 15:5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명 중 1명 이상은 월 소득 100만원도 안 돼

"지인 대상으로 한 전통적 영업 구조 벗어나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단됐던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이 다시 열린 4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운동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단됐던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이 다시 열린 4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운동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뉴시스

국내 보험설계사 4명 중 1명 이상은 한 달 소득이 채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설계사들 사이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보험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지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적 영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업계에서 지난해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설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6.4%와 26.2%로 집계됐다. 반면 월 5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설계사의 비율도 생명보험이 21.1%, 손해보험이 20.1%로 20%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보험설계사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최근 들어 다소 완화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고소득보다는 저소득 인력이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보험설계사가 다른 직업군과 달리 저소득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보험사가 설계사의 성과에 따라 모집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위촉계약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극화의 원인으로는 고착화 된 영업 방식이 꼽힌다. 설계사들의 보험 판매 중 상당 부분이 여전히 지인을 대상으로 상품을 권유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가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설계사를 통한 보험 가입 시 소비자와 담당 설계사와의 관계는 친척 및 친구 등 지인이 40.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소개를 통한 관계(33.2%) 등의 순이었다. 특히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지인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 가장 빈번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설계사의 고객 창출은 신규 개척보다 기존 계약자 관리를 통한 추가 계약이나 지인 등 연고 모집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올해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계사의 모집 비중은 지인(48.1%)과 기존고객(28.8%)이 절대적이었고, 신규 개척은 9.8%에 머물렀다. 연령대별로 봐도 60대 이상 설계사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지인 영업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연고 위주의 영업은 보험설계사들의 지속 가능한 소득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의 경우 설계사 등록 초기에 판매실적이 집중돼 일정 소득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시간이 경과해 새로운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점차 소득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인 영업에서 벗어나 신규 고객을 개척하는 단계가 되면 다시 소득이 늘어날 수 있지만, 대다수 보험설계사들이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탈락하는 현실이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면 영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지인에 의존하는 제한적인 영업 구조가 계속되면, 설계사들 간 소득 양극화 현상은 한층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사회·환경의 변화 아래서 기존의 영업 관행이 지속된다면, 저소득 설계사가 대규모 양산되면서 자발적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소득자 증가로 보험설계사 조직의 양극화가 심화되면, 설계사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생산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들이 신입 혹은 저능률 설계사들의 역량 강화 지원을 통해 고능률 조직으로의 개편을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로써 설계사 소득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정착률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사의 고객 창출 방식에 있어 소비자 수요에 기반 한 시장개척 영업 비중을 확대한다면, 설계사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과 더불어 보험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및 소비자 신뢰 구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고에 의존한 보험가입 권유보다는 위험보장에 대한 주의 환기를 통한 소비자의 자발적인 보험가입 문화 확산 시 보험산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계약유지율 제고 효과 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보험사는 설계사 교육과 훈련을 통해 영업력을 향상시키고, 면밀한 고객 분석을 기반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설계사 영업과 연계해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영업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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