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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정책금융…은행 보증대출 첫 300조 돌파


입력 2020.10.19 06:00 수정 2020.10.16 10:2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만 40조 가까이 급증…정부 지원 타고 '급물살'

코로나 불확실성 여전한데…금융 불안 도화선 우려

국내 5대 은행 보증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보증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스스로 차주의 담보나 신용을 평가하지 않고 외부 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내준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40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정책금융에 고삐를 죄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증을 끼고 실행되는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과도한 보증대출이 금융 시장 전반의 불안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보증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310조8179억원으로 지난해 말(271조5029억원)보다 14.5%(39조315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보증대출 취급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해당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주요 대형 은행들 대부분 보증대출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우선 KB국민은행의 보증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43조5533억원에서 48조7816억원으로 12.0%(5조2283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보증대출도 43조839억원에서 48조7384억원으로 13.1%(5조6545억원) 늘었다.


아울러 NH농협은행 역시 38조5018억원에서 44조8607억원으로, 우리은행은 42조216억원에서 44조1030억원으로 각각 16.5%(6조3589억원)와 5.0%(2조814억원)씩 보증대출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보증대출도 34조4236억원에서 40조443억원으로 16.3%(5조6207억원) 늘며 40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외부 보증을 토대로 한 은행 대출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코로나19로 예상되는 여신 리스크가 꼽힌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으로 향후 대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이 많아질 공산이 커진 만큼, 보증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얘기다. 보증대출을 내준 은행 입장에서는 훗날 고객에게 불의의 변수가 생기더라도, 연계 기관의 변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보증대출은 담보·신용대출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여신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정부의 금융정책도 은행의 보증대출 확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른바 코로나 대출 정책을 내놓고, 민간 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 중 상당수는 금융공공기관의 보증을 끼고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차주의 신용을 정부가 나서 메꿔준 셈이다.


금융 시장의 구조로 놓고 보면 보증대출은 수면 아래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대출이라는 점에서 상환 능력 심사나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이미 천문학적으로 확대된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추가적으로 증대시키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더불어 보증대출에서의 부실이 가시화할 경우 그에 따른 신용 위험이 보증기관들로 이전될 수 있다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한 코로나 대출에 보증을 지원한 정책금융기관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그리고 지역별로 독립 운영되는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순자산이 1000억원대 초반에 그치는 소규모 지역신용보증재단들로서는 리스크 현실화 시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실제로 보증대출을 둘러싼 우려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제기돼 온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빠른 속도로 늘어난 보증대출이 가계부채를 누증시키고 있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공적기관을 통한 지나친 보증대출 취급이 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저하시키고, 개인들의 신용관리 유인도 떨어뜨려 금융 시스템과 소비자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연체율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은행들의 입장과 공적 대출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보증대출 증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며 "보증대출은 여신 건전성 위기 시 이를 금융권 전체로 전이시키는 취약 지점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감안해 대출 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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