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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터지는 요양병원 집단감염, 어떻게 막을까


입력 2020.10.16 04:00 수정 2020.10.15 23:2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원환자 대부분이 '고령의 기저질환자'

집단감염 발생시 인명피해 클 수밖에 없어

방역당국, 수도권 요양기관 16만명 선제검사

"정기 전수검사 필요…'경고 시그널' 파악해 대응"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도봉구 다나병원 정문에 일시적 폐쇄 명령서가 부착되어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도봉구 다나병원 정문에 일시적 폐쇄 명령서가 부착되어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해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부산시는 해당 요양병원 입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530번 환자가 이날 새벽 사망했다고 밝혔다. 530번 환자는 기저질환을 앓던 80대 고령자로 파악됐다. 이로써 관련 사망자는 전날 사후 확진 판정을 받은 90대 여성을 포함해 2명으로 늘었다.


방역 당국이 이날까지 집계한 해뜨락요양병원 관련 확진자는 종사자 11명·입원환자 42명 등 총 53명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입원환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기저질환자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고령의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인 만큼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요양병원은 감염 취약조건으로 꼽히는 '3밀(밀접·밀집·밀폐)' 조건을 두루 갖춘 데다 이용자 대부분이 고령의 기저질환자일 수밖에 없어 '고위험 시설'로 간주돼왔다.


실제로 지난 3~4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 한사랑요양병원과 대실요양병원에선 확진자의 20%가량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사랑요양병원의 경우 128명의 확진자 가운데 22.6%(29명)가 사망했고, 대실요양병원에선 확진자 99명 중 18.1%(18명)가 눈을 감았다.


추가 인명 피해 외에 집단감염 연결고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잠복기를 감안하면 1차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입원환자·종사자가 추가 검사를 통해 확진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병원과 지역사회를 자유롭게 오간 '종사자 확진자(11명)'의 가족 등이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해뜨락요양병원 전경(자료사진). ⓒ연합뉴스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해뜨락요양병원 전경(자료사진). ⓒ연합뉴스
수도권 요양기관 16만명 선제검사
"잠복감염 파악·지역감염 확산 차단 목적"


방역 당국은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다음 주부터 수도권 요양병원·정신병원·노인주간보호시설 종사자 및 이용자 16만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구체적 검사 대상은 요양병원·정신병원 종사자 13만명과 노인주간보호시설 이용자 3만명이다. 입원환자는 이번 검사 대상에서 빠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종사자·이용자는 매일 출퇴근 개념으로 지역사회와 시설을 반복적으로 오가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선제검사를 해본 뒤 숨어있는 잠복 감염이 있다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혹여나 그로 인한 지역감염 확산이 있다면 차단하는 데 (선제검사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손 반장은 "입원환자의 경우 입원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하게 돼 있는 데다 입원환자까지 검사하면 그 수가 너무 많아진다"며 입원환자 제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방문자들로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방문자들로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요양원·요양병원 정기 전수검사 필요"
"'경고 시그널' 파악해 모니터링해야"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특성상 무증상 감염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정기적인 전수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요양병원에 계신 분들은 면역력이 약해 발열 같은 코로나19 증상이 늦게 나타난다"며 "외국 보고에 따르면 요양병원 확진자의 80% 이상이 무증상으로 발견된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아기들은 면역반응이 좋아 바이러스가 조금만 들어와도 고열이 발생해 병원에 바로 갈 수 있지만,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패혈증이 와도 열이 안 나는 경우가 있다"며 "증상 표현을 못 하는 분도 많다. 요양원·요양병원은 전수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은밀하게 확산되는 코로나19 특성상 요양시설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대규모 발생을 암시하는 '경고 시그널'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누가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집단의 발생 자체를 막는 방법은 없다"며 "단지 그 규모가 커지기 전에 찾아서 조기에 불길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요양기관 관련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수십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 정도 규모면 분명 유증상자가 있었을 것이다. 관심을 갖지 못해 검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집단발생 규모가 커진 후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백 이사장은 "사례별로 조기에 주의를 끌지 못해 놓치고 있는 '경고 시그널'이 무엇이었는지 찾아야 한다"며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하도록 (경고 시그널을) 공유하고 선제적으로 검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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