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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vs 99.7%' 보험설계사 부익부빈익빈 '잡음'


입력 2020.09.25 06:00 수정 2020.09.25 20:2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상위 300명' 연봉 2.5억 육박…다른 설계사들은 20년째 '제자리'

소득 쏠림 부작용 우려 목소리…돈 많이 버는 게 죄? 볼멘소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단됐던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이 다시 열린 4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운동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단됐던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이 다시 열린 4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운동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보험설계사들 사이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3%에 속하는 이른바 골든펠로우들의 연봉은 3년 새 1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2억5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설계사들의 벌이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소득 쏠림이 구조적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며 역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반대로 오랜 노력을 통해 성과를 인정받은 우수 설계사들이 고액 소득자라는 이유로 눈총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골든펠로우 인증을 받은 설계사들의 연 평균 소득은 2억4628만원으로 집계됐다. 골든펠로우는 생보협회가 정하는 최우수 보험설계사로, 앞서 연속으로 5년 이상 우수인증설계사에 뽑힌 이들 중 계약 유지율과 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된다.


이렇게 골든펠로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보험설계사는 해마다 300명으로 제한된다. 이는 지난해 생보업계에서 일하는 전속 설계사가 총 9만2211명 중 0.3%에 불과한 숫자다. 즉, 생보업계에서 활동하는 설계사들 가운데 골든펠로우 마크를 달 수 있는 이들은 채 300명 중 1명도 안 되는 셈이다. 실제로 골든펠로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계약 유지율이 90%를 넘기는 동시에, 불완전판매가 한 건도 있어서는 안 되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 같은 골든펠로우들이 받는 연봉은 해마다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생보협회가 처음 골든펠로우 제도를 도입했던 2017년 1억6200만원이었던 이들의 연 평균 소득은 이듬해인 2018년 2억110만원으로 단숨에 2억원을 넘어섰고, 이제 2억5000만원 목전까지 올라왔다. 해당 기간 연봉 상승률은 52.0%(8428만원)에 이른다.


반면 보험설계사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급여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실질적으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멈춰 있다고 해도 무방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생보사 전속 설계사들의 연 평균 소득은 3688만원이었는데, 이는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보험설계사 전체 기록인 3600만원과 비교해 고작 2.4%(88만원) 오른 액수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설계사들의 소득 수준은 국내 보험 시장의 어려운 영업 실태를 보여주는 반증으로 평가된다. 보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다 보니 설계사들의 상품 판매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실상 개인사업자로서 실적에 따라 연봉이 크게 달라지는 보험설계사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더 이상 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영업 조건인 셈이다.


이렇게 최상위 설계사로의 영업 쏠림이 가속화하는 추세에 대해 보험업계 안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의 영업 독식 경향이 짙어지면서 보험 영업 시장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는 모양새여서다. 신입 설계사들로서는 점점 발을 붙이기 힘든 형국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핀테크 열풍 등으로 금융권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와중 보험업계의 보수적 분위기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염려스런 반응도 나온다.


아울러 한편에서는 보험설계사 소득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직 영업이 미숙한 설계사들이 눈앞의 생존을 위한 판매에 몰두하게 되면서 불완전판매의 개연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불완전판매는 금융사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그에 대한 기본 내용이나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정체된 최근의 보험업계의 여건 상 설계사들 간 서로 남의 떡을 뺏는 싸움이 계속되면서, 새내기 영업인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며 "금융권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흐름 속 보험업계만 변화에 둔감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입 설계사들이 무리한 영업 대신 완전판매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의 소득 양극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얻은 대가가 존중받지 못해서는 제대로 된 영업 문화도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높은 소득을 둘러싼 상대적 박탈감만으로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골든펠로우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한결같은 고객 관리가 필요한데, 최근 이들의 고액 연봉만이 부각되며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움이 크다"며 "보험 시장 발전에 기여해 온 우수 설계사들의 노력이 폄훼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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