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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전 국방장관의 잘못된 교훈


입력 2020.09.21 05:00 수정 2020.09.20 16:56        데스크 (desk@dailian.co.kr)

덕담으로 넘어가지 못할 국방장관

한점 부끄럼이 없다고?

정치적 중립 의무도 위반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사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덕담으로 넘어가지 못할 국방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冒頭) 발언을 통하여 “떠나는 사람에겐 덕담을 건네는 게 우리 전통입니다.”라면서도 “전임자의 잘못을 후임자가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뜻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라면서 작심 비판하였다.


그는 수분에 걸친 꽤 긴 글을 격앙된 목소리로 읽었는데, “대한민국 국군을 책임진 국방부 장관의 자질과 역량, 기개가 정말 이것밖에 안 되는 것입니까?”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인지, 법무부 장관 보좌관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라면서 정 장관의 잘못을 몇 가지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정 장관은 마지막까지도 정권의 호위무사이자 해바라기 정치군인의 모습만 보여주었습니다.” “군을 정치로 오염시킨 정 장관의 과오는 군의 불명예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기록되고 기억될 것입니다.” “국민은 군의 기강과 사기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정 장관의 행위를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섬뜩한 비판을 가하였다. 이례적인 비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국방이 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정 장관에 대한 실망이 예상외로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안 대표의 말을 상당부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필자도 대부분을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으로 복무하는 동안에도 필자는 실망스러운 부분을 적지 않게 발견하였지만,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귀 문제와 관련하여 정 장관은 정치군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군이 정치의 시녀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치게 하였다. 그런데도 정 장관은 이임에 즈음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생 군인으로서, 공직자로서 부하 장병에게 도덕적으로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합니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서 글을 쓰고자 한다.


한점 부끄럼이 없다고?


국방의 본질은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위”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북한의 핵무기이다. 그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증강하여 60개를 초과한 수준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함으로써 미국을 협박하여 주한미군 철수 및 한국 포기를 강요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방장관은 이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정장관의 재임기간 중에 군의 북핵 대비태세가 얼마나 강화되었는가? 어떻게 북핵 대응하겠다는 개념이나 전략을 정립했던가? 겨우 언급한 내용은 재래식 전력으로 억제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재래식 무기로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정 장관 이외에 이 세계에 누가 있을까? 정 장관 재임기간에 국방부나 합참에서 북핵대응을 활발하게 토의하거나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사례나 업적이 있는가? 필자가 국방부와 합참을 비롯한 우리 군을 ‘홍길동전’이라고 비판하듯이, 우리 군은 그 동안 북핵 문제를 거의 토론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재임 기간 중에 F-35, 공중급유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 무인 정찰기 등을 도입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이전 정부에서 도입을 결정했던 것이 시간이 흘러 획득 및 전력화된 것이다. 경항공모함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처럼심층깊은 토의도 하지 않은 채, 다수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상황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데도, 현 정권이나 정권의 실세들이 선호할 것 같다고 판단하여 정 장관은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예산을 북핵 대응을 위하여 더욱 시급하고 효과적인 전력 증강에 투자해야 하지 않는가?


재임 기간 중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즉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핵 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그것을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핵전략과 핵무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한국군 대장이 어떻게 한미연합사령관 직책을 담당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군의 책임의식을 약화시키고,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철폐로 연결될 수 있는 조치라고 비판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 장관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우려를 한번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현 정권에서 적극 추진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하여 2019년에는 초기작전능력시험(IOC)을 건성건성 실시한 후 잘 되었다고 평가하였고,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금년에 완전작전능력(FOC)을 이렇게 저렇게 실시한 후 모든 사항이 검증되었다면서 현 정부 임기 내 구현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정 장관은 정말, 북한의 핵무장력이 계속 강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사의 지휘체제를 서둘러 변화시켜도 문제없다고 확신하였을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자 자기 스스로 세뇌하였을 수는 있으나, 상식을 가진 군인이라면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하여 위험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장관은 정치적 분위기 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속에서도 군을 최대한 보호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묻고 싶다. 이 문제를 갖고, 대통령에게 한번 허심탄회하게 보고해본 적 있는가?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 북핵 대비를 반대할 것이라고 국방장관이 지레짐작한 것인가? 그렇다면 정 장관은 대통령을 불신할 수 있었다는 것 아닌가?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임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보고받았을 경우 대통령이 화를 내거나 막무가내로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대통령에 대한 모독 아닌가?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고, 혹시 불손하게 보일까봐 보고하겠다는 마음도 먹지 않으면서, 자신의 안일과 개인적 기대를 우선시하여 앞장서서 추진한 것 아닌가? 국가안보야 어떻게 되든 정권의 눈밖에 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온갖 노력을 경주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부하 장병에게 도덕적으로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금전적 부정만 하지 않으면 군대를 이렇게 망쳐도 한 점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인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가장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 아닌가?


정치적 중립 의무도 위반


상당수 사람들은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정경두 국방장관은 군인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였다. 정치적 중립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규정은 국가공무원법 제 65조에 명시되어 있다. 제1항은,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이다. 제2항은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라면서 몇 가지 금지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위 국가공무원법을 보면 정치적 중립의 핵심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사를 편향되게 지지 또는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야당으로 편향되어도 안되지만, 여당으로 편향되어도 안된다. 그런데 정 장관의 국방부는 당정(黨政)협의를 통하여 법무장관 아들이 전화로 휴가연장을 해도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정 장관은 국회에서의 답변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위원이 유도하는 대로 기존의 답변을 번복하기도 했다.


“부득이한 경우”에 전화로 휴가요청을 할 수 있다면서 법무장관 아들의 전화 휴가연장이 어떤 이유로 부득이한 경우인지 살피거나 밝히지도 않은 채, 누구에게 어떻게 보고하여 승인받았는 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규정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할 수 있는가? 야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한 법무장관 아들의 전화 휴가연장이 규정위반이라고 했다가 여당 국회의원이 반대 방향으로 답변을 유도하니 답변을 번복한 것도 사실 아닌가? 누가 봐도 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에 편향되도록 이 문제를 설명하였고, 그렇다면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군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군의 법, 규정, 관행에 충실한 업무수행과 해석이다. 아무리 여당에 불리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군의 법, 규정, 관행에 어긋나면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질문자에 따라 답변이 바뀌지 않아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군 간부들이 이러한 정치적 압력에 동요되지 않도록 보호해야할 국방부장관이 오히려 정치적 압력에 쉽게 굴복한 모범을 보인 것이다. 이래도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우길 것인가?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사례


세계적으로 또는 우리나라에서도 역사를 찾아보면 나름대로의 소신을 유지한 국방장관이나 군 수뇌부가 적지 않을 것이다. 동맹관계라서 자주 접하는 미국의 최근 경우를 보자.


직전의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매티스(Jim Mattis)는 백악관의 소수 “어른(adult)”이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 분야에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애를 썼다. 그러나 그는 시리아에 파견된 미군을 자신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는 등 국방장관과 국방부를 너무나 경시한다고 생각하자 사표를 내었다. 해병대 대장이었던 켈리(John Kelly) 대통령 비서실장도, 육군 중장이었던 맥매스터(H. R. McMaster) 대통령 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를 예방하고자 무척 노력하다가 스스로 자리를 떠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 장관은 현 정부의 국방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기 위하여 고민하거나 설득하려고 노력한 것 같지도 않고, 청와대 등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였거나 각을 세운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바는 없다. 남북한 군사분야 합의,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임명, 법무장관 아들의 미귀 문제 등에서 정부의 입장만 열심히 방어하였을 뿐이다. 정 장관을 국가나 군대보다는 정권이나 정치인들에게 충성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대통령과 국민이 달라져야


같은 군인 출신으로서의 안타까움에, 그리고 다음의 국방장관도 잘못하면 엄청난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자 필자가 정경두 국방장관을 비판하였지만, 그가 그렇게 된 것은 결국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인들의 책임일 수 있다. 따라서 다음 국방장관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들이 변화해야 한다.


국가의 모든 분야가 동일한 상황일 것인데, 국방장관을 국방장관답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과 정치권이다.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권한을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 국방장관과 자주 단독으로 만나서 국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남북한은 휴전상태이고, 북한은 연일 남한에 대하여 험한 말로 위협하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방장관보다 더욱 자주 만나야할 사람은 많지 않다.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북핵 문제, 한미동맹 문제, 한일안보협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제발, 장군 중 누굴 진급시킬 것인가 등은 국방장관에게 맡겨두라. 형식적으로 결재한 후 덕담을 나누고, 국방분야의 고충을 들어주는 시간으로 활용하라.


국민들도 강군 육성을 위해 할 일이 적지 않다. 그 중 한 가지만 주문한다면, 계급만을 기준으로 군인의 우열을 평가하지 않고자 노력해 달라. 해당 군인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지, 탁월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해 달라. 계급은 군의 지휘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대장보다 더욱 똑똑한 중장이 많고, 중장보다 더욱 똑똑한 소장이 많고, 장군보다 더욱 똑똑한 대령도 많고, 대령보다 더욱 똑똑한 중령과 소령, 대위와 중위 및 소위도 있다. 장교들보다 더욱 훌륭하고 똑똑한 부사관도 있고, 간부들보다 더욱 탁월한 병사들도 적지 않다. 계급을 떠나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사람을 높게 평가하고자 노력해 달라. 국민들이 계급만을 기준으로 군인들을 차별할수록 군인들은 진급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진급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수록 본연의 임무보다는 진급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 및 처신하게 되며, 결국은 정치권의 시녀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 근본적으로 우리 모두 군대를 유지하는 목적을 상기해보자. 왜 우리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군대는 육성하고, 유지하는가? 외침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최고의 국방장관을 뽑아서 충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장 막강한 군대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 정치권에 아부잘하는 사람보다 국가에 충성하고, 강군 육성에 모든 정열을 바치는 사람을 국방장관에 임명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 모두 이걸 잘 아는데, 현실은 왜 이리 다른가?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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