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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리얼 뉴 콜로라도 "어디 한번 험하게 굴려 보시지"


입력 2020.09.19 07:00 수정 2020.09.19 05:1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각종 가혹 조건에도 탄탄하게 버텨주는 안정감

등판·도하·견인능력, 비틀림 강성 등 '오프로드 최강자'

진흙길을 주행 중인 리얼 뉴 콜로라도. ⓒ한국GM 진흙길을 주행 중인 리얼 뉴 콜로라도. ⓒ한국GM

튼튼한 차를 내구성에 대한 부담 없이 거친 환경에서 무자비하게 굴리는 것은 레저용 차량(RV) 마니아들의 로망이다. 특히 할리우드 액션 영화나 미국 드라마(미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크에 짐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올라탄 뒤 길이건 길이 아니건 시크하게 달리는 픽업트럭은 그런 로망을 충족시켜주기에 가장 적합한 차다.


요즘은 그런 차가 한국의 도로에서도 자주 보인다. 한국GM이 1년 전부터 광활한 미 대륙을 누비던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그대로 가져다 판매한 덕이다. 그리고 이번엔 좀 더 세련되게 얼굴을 다듬은 ‘리얼 뉴 콜로라도’를 들여왔다. 터프함은 그대로인데 외모는 더 잘생겨졌고, 편의사양은 아주 약간 더 세심해졌다.


지난 16일 인천시 영종도 오성산에서 열린 미디어 오프로드 시승행사에서 리얼 뉴 콜로라도를 시승해봤다.


시승 장소는 인천공항공사에서 미래 시설물 증축을 대비해 마련해 놓은 유휴부지로,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외부에 개방됐다. 한국GM은 이곳에 언덕을 쌓고, 구덩이를 파고 물웅덩이를 조성해 신형 콜로라도를 극한까지 몰아붙여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고 돌아온 리얼 뉴 콜로라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고 돌아온 리얼 뉴 콜로라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콜로라도는 전혀 깔끔하지 않은 자태로 기자들을 맞았다. 이날은 미디어 시승행사 2일차였고, 당일에 앞선 순번도 있었던 만큼 이미 여러 차례 오프로드를 구른 상태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콜로라도에겐 그런 모습이 어울렸다. 범퍼와 문짝에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자갈이 튀어 생긴 흠집 따위는 장식처럼 달고 다니며, 심지어 차체에 총알자국이 있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터프함의 정점에 있는 차가 바로 콜로라도다.


회사측은 행사 장소에 각종 가혹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신형 콜로라도를 마음껏 ‘무자비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했고, 기꺼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단순히 거친 길바닥과 높은 경사를 오르내리는 정도를 ‘가혹 조건’이라고 지칭한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경사도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오르내려야 하고 구덩이는 바퀴 두 개쯤은 떠 있어야 하며, 물웅덩이는 문을 열어놓을 경우 무릎까지는 물이 찰 정도가 돼야 진정한 오프로드다.


리얼 뉴 콜로라도가 사면로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리얼 뉴 콜로라도가 사면로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먼저 왼쪽으로 30도정도 경사진 언덕을 측면으로 주행하는 ‘사면로 코스’를 타봤다. 오른쪽 바퀴는 평지에 붙어 있고 왼쪽 바퀴는 언덕에 올라 있는, 기울어진 상태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차가 이 상태라면 뒤집어질 우려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콜로라도는 전혀 불안감 없이 균형을 잘 유지했다. 서스펜션의 완충력이 극한까지 작용하며 경사 각도에 비해 차체의 기울어짐은 크지 않았다.


락크롤링 코스 위에 멈춰선 리얼 뉴 콜로라도. ⓒ한국GM 락크롤링 코스 위에 멈춰선 리얼 뉴 콜로라도. ⓒ한국GM

다음으로는 ‘락크롤링(Rock Crawling)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십cm 크기로 쪼개진 바윗돌이 쌓인(아마도 인위적으로 쪼갠 바위를 가져다 놓은 듯) 언덕을 주행하는 코스로, 본능적으로 엉덩이에 힘이 들어 갈만큼 큰 충격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일반 도로에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서스펜션이 이런 험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런 길에서는 쪼개진 돌 모서리에 타이어가 찢길 수 있으니 일반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이라면 피해야 한다는 행사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콜로라도에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올 터레인 타이어가 기본 장착된다. 혹시 타이어가 파손될 경우를 대비해 스페어타이어를 임시용이 아닌 풀사이즈 올 터레인으로 하나 더 제공한다. 스페어타이어는 차체 하부에 달려있다.


리얼 뉴 콜로라도가 급경사를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리얼 뉴 콜로라도가 급경사를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이번엔 이게 언덕인가 벽인가 싶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와 맞닥뜨렸다. 무려 35도에 달하는 경사각을 갖춘 언덕경사로 코스였다. 이미 진흙길을 지나온 탓에 타이어 홈마다 미끄러운 진흙이 가득 찬 상태에서 저길 오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콜로라도는 마치 동네 마트 주차장 오르듯 가볍게 언덕을 올랐다.


요즘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유행이라지만, 역시 3649cc에 달하는 고배기량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파워는 든든했다. 최고 312마력의 출력과 최대 38kg·m의 토크가 네 바퀴에 적절히 분배되니 험로 주행에도 걱정이 없었다.


리얼 뉴 콜로라도가 급경사를 내려오고 있다. ⓒ한국GM 리얼 뉴 콜로라도가 급경사를 내려오고 있다. ⓒ한국GM

콜로라도의 전자식 오토트랙 액티브 4×4 시스템은 파트타임으로 2륜구동이나 4륜 고속, 혹은 4륜 저속을 택할 수 있지만 이것저것 신경 쓰기 귀찮다면 차가 주행 상황에 맞게 알아서 구동력을 분배해주는 ‘오토(AUTO) 모드’를 택할 수도 있다.


35도 언덕경사로 정도는 오토모드로도 극복이 가능했지만, 4륜 저속 모드로 설정하면 더욱 가혹한 상황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언덕에서 차가 뒤로 밀릴 상황까지 처해보지 못해 작동 여부를 테스트해볼 수는 없었지만 최악의 경우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가 위험을 막아준다고 한다. 트랙션 차이에 따라 차동 기능을 제한하는 기능이다.


반대쪽 언덕으로 내려올 때는 ‘힐 디센트 컨트롤’을 활성화시킨 뒤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일반적인 차라면 빠르게 곤두박질 칠 상황이었지만, 힐 디센트 컨트롤이 스스로 적절한 제동력을 발휘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리얼 뉴 콜로라도가 범피 로드를 주행하고 있다. 바퀴가 뒤틀리며 차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모습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리얼 뉴 콜로라도가 범피 로드를 주행하고 있다. 바퀴가 뒤틀리며 차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모습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오프로드 코스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범피 로드(Bumpy road)’ 코스도 마련돼 있었다. 언덕과 구덩이가 전후 좌우로 반복되는 곳으로, 수시로 대각선의 두 바퀴(왼쪽 앞바퀴+오른쪽 뒷바퀴, 혹은 오른쪽 앞바퀴+왼쪽 뒷바퀴)가 공중으로 뜨고 나머지 두 바퀴로 지탱하며 주행하는 코스다.


일반 자동차로는 엄두도 못 낼 험로였지만 콜로라도는 큰 무리 없이 범피 로드를 주파했다. 각 바퀴별로 댐핑 스트로크(쇽업쇼버가 위아래로 늘려지거나 좁혀지는 범위) 폭이 워낙 커 차체의 기울어짐을 최소화해줬다.


밖에서 다른 차량이 범피 로드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니 두 바퀴가 하나의 축에 매달려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뒤틀려가며 차체의 중심을 유지해줬다.


2t이 넘는 차의 4분의 1이 구덩이에 처박힐 정도면 차체의 뒤틀림도 심할 텐데 전혀 변형이 없는 차체의 강성도 대단해 보인다.


오프로드 전용 트레일러와 결착된 리얼 뉴 콜로라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오프로드 전용 트레일러와 결착된 리얼 뉴 콜로라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오프로드 전용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코스도 마련돼 있었다. 일반 자동차로는 홀로 다니기도 힘든 언덕과 진흙길, 물웅덩이를 콜로나도는 묵직한 트레일러를 뒤에 매단 채로 거뜬히 주파했다. 사이드미러로 뒤를 확인하지 않으면 뒤에 트레일러가 매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콜로라도의 견인능력은 최대 3.2t인데, 이날 준비된 트레일러는 오프로드 전용이라 사이즈가 작아 움직임이 더욱 날렵했다.


후방카메라에 트레일러 히치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있어 콜로라도에 트레일러를 결착하기가 편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리얼 뉴 콜로라도가 강을 건너고 있다. ⓒ한국GM 리얼 뉴 콜로라도가 강을 건너고 있다. ⓒ한국GM

다양한 오프로드 구간을 연속으로 주행하는 ‘오프로드 투어링 코스’는 콜로라도를 그야말로 ‘막 굴릴 수 있는’ 기회였다.


진흙길에서는 일부러 가속페달을 밟아야 약간의 미끌림을 경험할 수 있었고, 군데군데 파인 구덩이와 돌무더기를 탱크로 밀어내듯이 주파하는 기분도 압권이었다.


도강 코스에서는 일반 승용차라면 절반가량 잠길 듯한 수심의 물길로 콜로라도를 밀어 넣었다. 양쪽으로 물을 튀겨가며 강을 건너는 쾌감이 쏠쏠하다.


오프로드 시승을 끝내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올라오니 콜로라도는 마치 온로드에 특화된 차종인 양 얌전을 떤다. 조금 덩치 큰 SUV 정도의 주행감이다.


리얼 뉴 콜로라도 운전석. 키를 돌려 시동을 켜야 하며, 변속기도 기어봉을 밀고 당기는 방식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리얼 뉴 콜로라도 운전석. 키를 돌려 시동을 켜야 하며, 변속기도 기어봉을 밀고 당기는 방식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리얼 뉴 콜로라도의 실내 디자인과 편의사양은 10년 전쯤으로 시간을 돌린 듯 레트로 감성이 풍부하다. 이 점은 구형에서 크게 변한 게 없다. 요즘 나오는 승용차들의 나긋나긋한 옵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아니 100% 실망할 것이다.


시동은 키를 꼽고 돌려야 걸리고, 변속기는 기어봉을 밀고 당겨 조작해야 하며, 주차브레이크는 발로 깊게 밟아야 한다. 차가 운전에 개입하는 정도도 소극적이다. 요즘 웬만한 소형 SUV도 앞차를 따라 달리며 차선 중앙까지 유지해주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한 것과 달리 콜로라도는 위험을 ‘경고(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등)’만 해준다.


한국GM 측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측에 왜 편의사양들이 구식이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돌아온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이건 트럭이다.”


전기 신호로 물리적 조작을 대신해주는 편의사양들을 적용할 경우 픽업트럭 오너들이 선호하는 레트로 감성과 직관적인 조작감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콜로라도를 직접 경험해 보면 충분히 수긍 가능한 얘기다. 시동키를 돌려 우렁찬 시동음을 듣고, 기어봉을 당겨 전진기어를 넣으며, 주차브레이크의 ‘드드득’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뭔가 개운하게 느껴지는 차가 콜로라도다. 나긋나긋한 옵션은 콜로라도에게는 캠핑용품에 끼워 넣은 꽃무늬 잠옷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다.


리얼 뉴 콜로라도 뒷모습. 중앙 하단에 트레일러 견인을 위한 장치가 있고 범퍼 좌우로는 코너 스탭이 보인다. 테일게이트의 'CHEVROLET' 음각 장식은 리얼 뉴 콜로라도에 새로 적용됐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리얼 뉴 콜로라도 뒷모습. 중앙 하단에 트레일러 견인을 위한 장치가 있고 범퍼 좌우로는 코너 스탭이 보인다. 테일게이트의 'CHEVROLET' 음각 장식은 리얼 뉴 콜로라도에 새로 적용됐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대신, 적재함을 쉽게 여닫을 수 있게 해주는 이지 리프트 및 로워 테일게이트, 적재 및 하차를 편리하게 해주는 코너 스텝, 적재함에 코팅된 미끄러움 방지용 스프레이온 베드 라이너(Spray-on Bedliner), 어두운 곳에서 적재함을 비추는 카고 램프 등 픽업 특화 옵션들은 풍부하다.


터프가이들도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에는 민감하다는 생각을 했는지 상위 트림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도 마련해 놓았다.


콜로라도는 고배기량 수입차 치고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국내 시장 안착에 성공한 차종이다. 이번에 출시된 ‘리얼 뉴 콜로라도’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해 2륜구동 기본트림(EXTREME) 가격은 기존 모델(3855만원)보다 낮은 3855만원으로 책정했다.


대신 고급 사양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4499만원짜리 Z71-X 트림과 4649만원짜리 Z71-X 미드나잇 에디션을 트림에 추가했다. 4륜구동을 지원하는 중간 트림인 EXTREME 4WD는 4160만원, EXTREME-X는 4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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