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홍대거리까지 마비시킨 2.5단계 첫날밤…“하루아침에 배달을?”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8.31 09:35  수정 2020.08.31 10:16

30일 첫날, 주문 밀려들지만 대응 어려워…배달기사 일손 부족

배달 비중 낮았던 고기구이, 주점 등 업종 ‘난감’

음식점, 주점까지 영업제한 하며 편의점으로 몰린 시민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처음 시행된 30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먹자골목 인근에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데일리안 최승근기자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처음 시행된 지난 30일 밤, 거리는 어둡고 한산했다. 예년 같으면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며 왁자지껄했을 서울 주요 상권가는 새벽처럼 조용한 분위기였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도, 문을 연 가게도 없는 고요한 분위기였다.


이날 자정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수도권에 위치한 일반음식점과 주점, 제과점 등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매장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시간에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특히,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 음식·음료 섭취가 금지되고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이날 오후 9시. 서울 대표 먹자골목 중 한 곳인 마포 용강동 맛깨비길은 적막한 분위기였다.


이 곳 대표 먹거리인 돼지갈비를 비롯해 주점,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 대부분 가게가 문을 걸어 닫았다. 코로나19로 불안감이 높던 시기에도 이 시간이면 집에 가려는 사람들과 택시들이 한데 뒤엉켜 복잡한 모습이었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그나마 매장에 불을 켜고 영업을 하는 곳들 대부분은 배달이 가능한 치킨이나 피자 같은 업종이었다.


한 치킨집 사장은 “정부 조치 때문인지 평소보다 주문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주문에 비해 배달기사 섭외가 잘 되지 않아 배달이 많이 밀리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다른 업종은 9시부터 거의 영업을 못하는데 우리는 배달 주문이 늘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매장 손님들은 대부분 술 주문이 같이 들어가 매출에 도움이 되는데 배달은 배달비에 배달앱 수수료까지 빠지면 사실 별로 남는 게 없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다시 매장 영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오후 9시 이후 매장 취식이 금지되면서 24시간 고기구이 전문점 매장이 텅텅 빈 모습.ⓒ데일리안 최승근기자

반면, 배달 비중이 적은 고기구이나 주점 업주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24시간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저녁 장사를 접으라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평소 매장 손님으로 운영하다 보니 배달 서비스도 등록하지 않았다. 갑자기 이렇게 해버리면 미리 준비해둔 식재료며 직원들 월급까지,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떡하란 말이냐. 장사를 접으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음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기사 일손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배달앱 업체에 등록을 주문을 받아도 배달기사가 부족해 배달이 늦거나 아예 불가한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게 외식업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앱을 이용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가게들은 문 앞에 배달 가능 점포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배달 주문을 할 경우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서비스 메뉴를 제공하겠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자체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식당 관계자는 “뉴스를 보고 갑작스럽게 배달 서비스 등록을 하려니 그것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급한 대로 지인을 불러 배달주문을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전에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다보니 아직까지 주문이 없다. 분위기도 안 좋은데 일찍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오후 9시 이후 매장 영업 대신 배달주문으로 전환한 식당. 문 앞에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최승근기자

1년 내내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홍대 일대 상권도 평소에 비해 조용하긴 마찬가지였다. 클럽과 헌팅포차가 몰려있는 거리 등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도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아 거리 자체가 스산한 모습이었다.


앞서 클럽 등 유흥주점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 때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일부 주점들은 성황을 이뤘지만 이번 조치로 일반음식점까지 제재가 가해지면서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진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전체 매장 중 주문이 가능한 1층에만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거나 아예 평소보다 일찍 폐점을 하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홍익대학교 인근 상점거리.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조용한 모습. ⓒ데일리안 최승근기자

한편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실내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대부분 음식점의 매장 취식이 제한되면서 일부 시민들은 삼삼오오 편의점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편의점 앞에 설치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행 식품위생법 제21조에 따르면 휴게음식점인 편의점에서는 음주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 또 편의점 주변에 야외 테이블이나 파라솔을 설치하고 음주를 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오후 9시 이후 음식점, 주점이 매장 영업을 중단하면서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 모여 술과 음식을 먹고 있는 시민들.ⓒ데일리안 최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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