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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서진(西進)①] 뚝심 보여준 4개월...호남 마음 사로잡을까


입력 2020.08.20 00:10 수정 2020.08.21 08:19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김종인, 비대위 출범부터 "호남 외면 받으면 통합당 미래 없다" 강조

지속적인 '호남 끌어안기' 행보…민주묘지 찾아 눈물로 진정성 보여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보수정당 당대표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망언 논란 등 과거의 과오에 대해 사죄를 구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는 지난 4월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부터 "호남에서 외면받으면 이 정당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던 김 위원장이 그 진정성을 몸소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민주묘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눈시울을 붉히며 "부디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너무 늦게 찾아왔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발언을 인용했다.


김 위원장이 발언을 인용한 브란트 전 총리는 1970년 12월 폴란드 바르샤바의 게토 봉기 기념비를 찾아 무릎을 꿇고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참회하고 사죄를 구한 바 있다. 당시 브란트 전 총리의 사과는 2차 세계대전 후 주변국의 미움을 한 몸에 받던 독일이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었던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김 위원장이 이날 브란트 전 총리의 발언을 언급한 것도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호남과 통합당의 관계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4·15 총선 후 꾸려진 비대위에 내려진 여러 과제들 중 김 위원장이 가장 특별하게 신경쓰고 주의를 기울였던 부문이 바로 '호남 민심 사로잡기'다"라며 "과거와 같이 말로만 국민 통합을 운운하며 잠깐 반짝하고 마는 것이 아닌, 호남을 향한 통합당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합당, 호남 지역 수해 현장 민주당보다 먼저 찾아 봉사활동 구슬땀
당의 미래 가치 담을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명확히
국민통합특위 설치하고 지속적인 호남 진출 위한 교두보 마련 골몰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성마을에서 침수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성마을에서 침수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위원장과 당 지도부의 이러한 의지는 비대위 출범 후 보여온 행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호남 국민들의 정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5·18 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통합당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제창곡'을 부르며 유족들을 위로해 호평을 받았다. 당의 미래 가치를 담을 새로운 정강정책에 "통합당은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당은 그간 소홀했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및 유공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선제적으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나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강화하고, 5·18 유공자에게 일시 보상금이 아닌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번 여름 홍수 피해가 컸던 호남 지역을 더불어민주당 보다 먼저 찾은 것도 통합당이었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및 당원들 수백명이 피해가 컸던 전북 남원, 전남 구례 등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12일에는 당내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호남 출신의 정운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특위에서는 현역의원 '호남 명예지역구' 배정, 호남출신 비례대표 의무 배정, 당 연수원 호남 건림 등 당 차원의 지속적인 호남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한 정책 마련에 전념할 예정이다.


호남 지역서 통합당 지지율 상승으로 소기의 성과 평가
당내서도 호평…"역사와의 화해 시작했다. 가슴이 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김영록 전남지사와 함께 침수 피해 현황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김영록 전남지사와 함께 침수 피해 현황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위원장의 서진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지표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에서 통합당의 지지율은 14.1%를 기록했다. 그간 해당 지역에서 통합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10%를 넘기기 힘들었던 점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의 행보가 지역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3선의 장제원 의원은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계승하고자 했던 5·18 정신이 그동안 당의 몇몇 인사들에 의해 훼손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김 위원장의 행보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으로, 더 이상 우리 당이 5·18 정신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 이 땅에 다시는 국가 권력이 국민을 짓밟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 조수진 의원 또한 "80이 넘은 노정객이 무릎을 꿇는데 백 마디 말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라며 "역사와의 화해가 시작됐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민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슴이 뛴다"고 평가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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