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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화웨이 조달 규제 강화...국내 반도체 영향 ‘촉각’


입력 2020.08.18 16:50 수정 2020.08.18 16:5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대상 확대로 우회 공급 가능성 차단...업계 내용 파악하며 예의주시

당장 영향 적지만 분쟁 심화시 악재...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사진은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통화를 하는 모습.ⓒ뉴시스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사진은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통화를 하는 모습.ⓒ뉴시스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 제재를 강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시행된 조치의 강도가 한층 강화되면서 그동안 영향이 미미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하면서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는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개발되고 생산된 반도체가 화웨이로 공급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요 골자는 지난 5월 시행된 조치와 동일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화웨이가 설계했거나 주문해 생산되는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대상을 화웨이가 '최종 사용자'가 되는 모든 제품이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화웨이가 중간에 제 3의 기업을 끼워 넣어 반도체 칩 기성품을 구매하거나 대체 칩을 생산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해 우회 통로로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원천봉쇄 한다는 것이다.


화웨이가 지난 5월 제재 조치 시행 후 이를 회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것이 상무부의 판단으로 이에 제재를 강화하게 됐다는 것이 상무부의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퀄컴·인텔 등 자국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기 어렵게 하는 제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설계한 반도체 칩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계 1위 타이완 TSMC에 위탁 생산해 공급받는 우회로를 찾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 5월에는 ‘화웨이가 설계·주문한 제품’을 명시해 TSMC를 통한 반도체 칩 공급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었다. 하지만 화웨이는 다시 타이완 미디어텍으로부터 기성품 칩을 대량 구매하는 우회 수단을 찾아내면서 미국 정부와 숨바꼭질을 벌여왔다.


결국 이번 제재 조치는 지난 5월 조치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미국 기술이 사용된 제품은 사전에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브라질·아르헨티나·프랑스·독일·싱가포르·태국·영국 등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가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제재 대상에 추가된 계열사는 총 152개로 늘어났다.


SK하이닉스 초고속 HBM2E D램.ⓒ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초고속 HBM2E D램.ⓒSK하이닉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향에 촉각...‘혹시 우리도?“


미국 정부가 3개월만에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 제재를 한층 강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향후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가 사실상 전 세계 범용 반도체 제품 전체에 해당될 수 있어 메모리반도체 강자인 국내 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을 명시한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로 생산된 반도체’라는 기준은 반도체 설계·소재·부품·장비까지 미국 업체와 기술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석에 따라 이를 피해갈 여지는 많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 1위 통신 장비업체이자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큰 손이다. 화웨이의 제품에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외에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들도 탑재된다.


지난해 화웨이가 국내 기업들로부터 구매한 반도체 물량은 삼성전자가 8조원, SK하이닉스가 5조원 가량으로 약 13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 중 하나로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의 약 10% 차지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향후 미칠 파장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이번 조치에 언급한 반도체 칩에 메모리 포함 여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내용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포함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메모리가 제재 조치의 초점에서 살짝 비켜나 있어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가 화웨이의 모바일AP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이 높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살짝 비켜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설령 미국의 제재 강화 조치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물량이 감소하면서 모바일 D램·낸드 등의 공급이 줄더라도 오포·비보·샤오미 등 다른 중국 업체들로 공급을 늘리는 등 대체자들이 있는 만큼 당장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추가 제재 조치에서 보듯이 미·중 무역분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데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술의 사용을 명목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품에까지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외 변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가 그동안 영향이 거의 없었던 반도체 업계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코로나19에도 공장 가동률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면서 생산량 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갈수록 심화되면 무풍지대에도 향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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