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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⑪] 야권 인물난…'비정치인' 윤석열에 쏠리는 시선


입력 2020.08.16 08:00 수정 2020.08.16 08:33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야당 후보 당선돼야' 45%인데 야당 후보 없다

비(非)여권 1~3위 후보 제1야당 당적 '미보유'

윤석열 9%…정치인도 아닌데 상승세 이어가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미래통합당 당헌 제73조는 대선 240일 전부터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받도록 규정한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역산하면 통합당의 대선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7월 12일부터다. 우리나라 적통(嫡統) 보수정당의 대권 레이스가 불과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통합당 내에서는 흥행과 감동, 확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선후보 경선을 하자는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이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기류로 볼 때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당헌에 정해진 것보다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늦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이 지난 2017년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사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이 지난 2017년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사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더 높아진 가운데, 비(非)여권 '잠룡' 중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계속해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자체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5%로, 정권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41%)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기이한 것은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5%인데, 정작 '야당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함께 설문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9%,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2%를 얻었다. 이들 셋 중 누구도 현재 제1야당 당적을 갖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총장은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사법시험 합격은 상당히 늦었다. 친한 대학 동기들이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했는데, 윤 총장은 사시 33회, 연수원 23기다. 8년 가량 공부를 더한 셈이다.


윤 총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통합당 전직 의원은 "거의 검사 임관이 가능한 마지막 나이에 임관했다"라며 "91년도에 (사시에) 합격해 94년도에 검사 임관했는데, 그 때가 만 34세 아니냐. 당시에는 검사 임관은 만 35세까지만 됐다"고 설명했다.


2002년 대선 불법정치자금 수사팀 검사 때는 '차떼기'로 상징되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 대해서도 엄정히 수사를 했다.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싶다"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이 때 구속됐다.


이 때는 수사를 이끌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정치권이 윤 총장에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의 시선에 든 때는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을 때부터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있다가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맡은 윤 총장은 '성역 없는 수사'로 갓 출범한 박근혜정권에 큰 부담을 줬다. 국감에 나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라는 말을 들었다"며 수사에 외압이 심했음을 폭로한 윤 총장은 이후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 발령났다.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공소 유지만 하는 고검 검사를 전전하던 윤 총장은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특검 수사팀에 발탁되며 재기했다. 문재인정권은 출범 직후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로 임명해 파격적으로 중용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임기 2년이 보장되는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우리 윤 총장'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당부받았던 그에게 요즘은 다시 '시련의 계절'이다.


지난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윤석열 총장은 "검사는 언제나 헌법가치를 지킨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집권 세력은 정곡을 찔리기라도 한듯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를 독재와 전체주의라고 공격했다"라며 "우선 윤 총장부터 끌어내리기 위해 피흘릴 각오를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가 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반응을 놓고 법조 관계자는 "윤 총장의 말 중에 틀린 말 하나 없지만, 여당 인사들이 더 난리인 것 같다"며 "저들 스스로 켕기고 찔리는 대목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는 당연히 배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누군가 '사기꾼이다'라고 외치자 '명예훼손 하지 말라'고 응수한 격이다. 제 발 저린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회창, 임면권자와 갈등 속 대권주자로 부상
야권에 '인물' 없는 상황이 계속해 이어진다면
윤석열 향한 주목도 계속해서 높아질 수밖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개회식에 참석하는 길에 '조국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개회식에 참석하는 길에 '조국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총장의 최근 모습을 보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떠올리는 정치권 인사들도 많다.


노태우정부에서 대법관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회창 전 총재는 서울 영등포을에서 보궐선거가 열렸을 때, 노태우 대통령이 민정당 총재 자격으로 여당 후보에게 서한을 보내자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배"라고 경고를 보냈다.


이같은 '대쪽' 같은 모습은 김영삼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전 총재가 감사원장으로 임명되는 계기가 됐다. 감사원장 임명 당시의 모습은 화기애애했다. 이 전 총재는 "현 정권에 관련된 정치적 비리라 하더라도 성역을 인정치 않고 엄정한 감사를 하겠다"고 다짐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았으면 나오셨을 분이겠느냐"라고 격려했다.


실제로 이회창 전 총재가 평화의댐·율곡사업 등 전두환·노태우 전임 정권의 '적폐'를 집중 감사할 때까지만 해도 둘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적폐청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감사원의 칼날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결국 이 전 총재를 국무총리로 옮겼다. 독립기관에서 '행정부 2인자'로 옮겨 수중에 놓고 통제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총리가 된 이회창 전 총재가 헌법에 명시된 권한 행사를 요구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의 긴장은 되레 더욱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총재는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 이회창 전 총재가 지난 2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장관을 비판한 대목은 결과적으로 윤 총장을 격려하는 측면이 있어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더니 막상 자신의 최측근들을 수사하자 전면적으로 방해했다"며 "원치 않는 수사를 한다고 대통령이 검찰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헌법을 짓밟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추미애 장관은 문 대통령이 원치 않는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냈다"라며 "법을 방편으로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법비(法匪·법을 내세운 도적)'와 같은 짓"이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총장은 이회창 전 총재처럼 정치의 길에 나서게 될까. 이 전 총재는 만 22세인 1957년에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으며, 만 46세에 대법관이 됐는데 이는 역대 최연소 대법관 기록 2위다. 반면 윤 총장은 고시 공부가 길어져 임관 제한 시점에 다다른 끝에 검사가 됐다.


통합당 전직 의원은 "고시 공부를 오래한 사람들이 대개 인품이 괜찮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세상을 알고 인생을 알지 않느냐"라며 "너무 소싯적에 출세하면 삶과 아픔을 잘 모르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인품이 갖춰져 있는 분"이라고 평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법조 관계자는 "대학은 몇 년 후배지만 검사는 선배인 사람들이 많으면, 호칭이나 표현 문제로 마음 상하다가 결국 오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기우였다. 지식도 풍부하고 달변에 친화력도 좋아서 동료 선후배 검사들과의 관계에서 적응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본인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는 불분명하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최근 추미애 장관의 '인사 폭거'에 휘말리자, 윤 총장은 "좀 더 남아있어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의 시야가 '검찰의 미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당 전직 의원은 "강원도 태백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서해로 가고 싶다고 해서 한강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남해로 가고 싶다고 해서 낙동강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반드시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자기 마음대로 할 경망스런 성품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를 할지, 하지 않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보수 진영에 '인물'이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윤 총장이 원하지 않더라도 국민과 정치권의 주목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법조 관계자는 "윤 총장이 비록 팔다리가 다 잘리고 고립무원 같아보여도, 그가 스스로 정치권력에 굴복한 적은 없다"라며 "졌다고 보기에도 아직은 너무 이르다. 더 오래까지 살아 국민들에게 더 오래 기억될 사람이 누구인지 그것을 누가 알겠느냐"라고 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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