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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낼 땐 쉽지만 집어넣을 땐 진통…금융위의 '공매도 앓이'


입력 2020.08.07 06:00 수정 2020.08.06 17:51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9월 15일 '한시적 금지' 종료 앞두고 고심…"연장이냐 부분적 해제냐"

'개미 반발'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관건…찬반 토론형식 공청회도 관심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자료사진)ⓒ데일리안


'공매도 6개월 간 금지'조치의 유효기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을 감안해 추가 연장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증권시장을 달구는 뜨거운 이슈인 만큼, 어느때보다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금융위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의 선택지는 크게 ▲조치 해제 ▲단계적 해제 ▲추가 연장 등으로 압축된다. 시장에선 공매도 금지가 국내 증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는 만큼 금융위가 추가 연장 카드를 꺼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 입장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는 꺼내는 것보다 다시 집어넣는 게 훨씬 어렵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설득해 반발을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풀기로 한 다음달 15일까지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여론수렴'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공매도 금지 조치를 풀기 위한 '여론달래기' 성격이 강하다.


"개미에 뭇매 맞을라"…여론수렴 과정 외부에 맡겨


이에 금융위는 오는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공매도와 관련한 공청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여론전에 나선다. 5~6명의 학계 교수들이 찬반 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은 논란에서 비켜 있을 수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판단 과정도 외부에 맡겼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의 시장 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 방안' 연구용역을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팀에게 맡긴데 이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팀에도 관련 연구용역을 줬다. 두 교수 모두 공매도와 주식 유동성 연구 전문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매도 찬반 토론이 벌어지면 공매도 순기능과 유지를 주장하는 교수들이 개미들에게 뭇매를 맞지 않겠냐"라며 "금융위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서 공매도 찬성쪽은 토론자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더라. 개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위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예정대로 다음달 공매도 금지를 해제할 경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개미들의 거센 원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여론 청취과정을 거친 뒤 '공매도 추가 연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에 출석해 "코로나19가 현재 종식되지 않은 부분도 감안하겠다"며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2008년과 2011년에도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먼저 풀고, 금융주는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 금지되기도 했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2011년 8∼11월에도 일시적으로 금지됐다. 금융위기 때에는 미국, 일본, 호주 등 다른 일부 국가도 공매도를 금지했다.


뜨거운 찬반 대결 예고…"이참에 없애자"vs"그럼에도 필요해"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여부를 둘러싼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참에 공매도 제도를 없애자"며 목청을 높이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과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공매도를 국내 시장에서만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매도 주문을 냈을 때보다 결제일에 주가가 떨어져야 한다.


예컨대 A기업의 주가가 100원일 때 공매도로 매매 주문을 내고 주식을 팔았는데, 결제일에 주가가 60원으로 떨어지면 이 투자자는 A기업 주식을 사서 돌려주고 40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해당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문제는 공매도가 증시가 안정적일 때는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해주는 순기능이 있지만, 불안정할 때는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과도한 매도를 부추겨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악의 축'으로 통한다.


이와 관련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2008년과 2011년 공매도 금지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추정한 공매도 금지 조치의 코스피 부양 효과는 9%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최근 코스피의 빠른 반등 동력 중 하나"라면서 "만약 같은 기간 공매도가 허용됐다면 현재 코스피 가격 수준은 2,000선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의 경우 대부분의 종목에서 이미 개별주식선물이 상장돼 있어 공매도 금지에도 매도 포지션(선물 매도)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더라도 대차 공매도를 부추길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잔고가 유지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으로 대규모 공매도 잔고 청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주가 급락에 대응해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 동안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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