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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삭제된 '탈북민 월북 영상' 복구 못했다…월북 막을 기회 8번 놓쳐


입력 2020.07.31 14:18 수정 2020.07.31 14:2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초병이 육안으로 '특이동향' 1번 인지

감시장비에는 월북 장면 7차례 찍혀

軍, 탈북민 월북 시점 영상 복구 못해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탈북민 김모(24)씨의 월북 과정이 우리 군 감시 체계에 총 8번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18분께 강화도 연미정에 택시를 타고 내렸다. 연미정은 인천시 강화읍 월곳리 해안가에 있는 정자(亭子)로 유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돼있다.


당시 200m 거리에 있던 경계 초소의 초병은 "새벽 시간 동네 주민이 택시를 타고 내리는 일이 가끔 있어 김씨를 간과했다"고 진술했다. 특이동향을 발견했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군 당국은 김씨가 2시 34분께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이동한 뒤 2시 46분경에 한강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배수로를 벗어나는 데 12분이 소요된 셈이다.


연미정 배수로엔 철근 저지봉과 돼지꼬리 모양으로 둥글게 이어지는 '윤형 철조망'이 있었지만, 해당 장애물이 낡고 일부 훼손돼 '보통 체구의 사람'이 통과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김씨가 연미정 배수로를 통해 헤엄을 쳐 북한 황해도 개풍군 탄포로 향하기까지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가 5회 △열상감시장비(TOD)가 2회 등 군 감시장비가 총 7차례 관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김씨의 월북 과정을 수차례 감지한 셈이지만, 합참은 부표‧통나무 등 부유물이 많아 식별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군의 감시장비가 강 너머 북쪽을 주시하고 있다"며 "김씨와 같이 남에서 북으로 가는 이동에 대해선 구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가 북한 땅에 다다라 걸어 움직이는 모습도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TOD에 관련 정황이 두 건 녹화됐지만, "상륙하는 장면이 2초간 잠깐 나왔다"며 식별이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감시장비 반장이 녹화 영상 삭제
軍 "과학수사결과 고의 삭제 가능성은 없어"
영상 복구했다지만 월북 시점 영상은 복구 못해


합참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일선 부대가 TOD 영상을 삭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TOD 저장장치 오류로 인한 삭제였다며 은폐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북한 보도를 통해 월북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23일, TOD 반장이 해당 장비의 녹화 장애를 확인했고, 이를 저장용량 문제로 판단해 23일 이전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진실 신빙성을 위해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해 진실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5월 초부터 이달 23일까지 녹화됐던 영상파일 64개를 복구했다면서도 김씨 월북 상황이 담겨있는 17일 오후 10시∼18일 오전 5시 사이의 영상은 끝내 복구하지 못해 의구심을 거두긴 어렵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과학수사 결과, 고의 삭제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방부 과학수사와 민간업체가 동시에 복구해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참은 구멍난 경계 태세의 책임을 물어 수도군단장과 해병대사령관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강화도 지역 경계 임무를 맡고 있는 해병 2사단장은 보직 해임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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