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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개편 초읽기②] 짙어진 정치금융 그림자 "독립성 확보가 핵심"

  • [데일리안] 입력 2020.07.22 06:00
  • 수정 2020.07.21 21:03
  •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관치금융→정치금융' 악화하는데 견제장치 없이 개편논의

"금융당국, 정치적 입김서 벗어날 독립 시스템 필요" 의견

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감독체계를 제대로 바꾸기 위해선 업무영역 분리나 부처 통폐합 등 하드웨어 중심의 논의에 앞서 우리 금융시장의 특성과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선 고질적인 병폐였던 관치금융이 최근 들어 정치금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벌어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금융감독원 감찰은 금융감독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치금융이라는 문제를 던진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에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정치금융 해결'이 새로운 열쇳말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스템 정비와 함께 정치적 외풍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회사와 학계에서도 이번 개편 논의에서 금융당국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독립된 금융감독기구로 이관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금융감독기구체제의 문제점은 금융 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데 있다"면서 "금융위가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서 견제 장치가 없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를 받게 돼 있어 두 기관 사이 협조가 이뤄질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독립성을 한국은행처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은행법 3조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치적 외압이 있을 때마다 강력한 방패막이가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남대문 출장소'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독립성을 갖출 수 있는 것도 법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인사문제는 고질병에 가깝다. 전직 청와대 행정관들이 잇따라 금융사 및 금융 유관기관 요직에 선임된 데 대해 윤석헌 금감원장이 공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부정적"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현 정부가 임명한 금감원장이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인사들의 금융계 '낙하산'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금융권은 정치권력에 휘둘리기 안성맞춤인 환경이다. 주요 금융회사들의 경우, 지분이 분산된 '주인 없는 회사'인데다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권의 입맛에 따라 내놓는 금융상품의 성질이 달라지고 정부 정책에 동원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금융권에 불법 채용청탁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최근 금융권을 뒤흔든 펀드사태에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안을 결정한 것을 두고도 "정치적 해법을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라임사태에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자 서둘러 금융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선에서 매듭지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은 "금감원이 라임사태가 정치권 인사들과 연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책임 소재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정치적 해법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의 기본을 무시한 정치적 판결은 운영사와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그만큼 금융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금융이 본격화하면서 금융회사들도 서서히 권력에 길들여지고 있다. 실적방어에 집중해도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정권과 금융당국의 뜻을 살피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합리적 근거도 없이 특정계층에 대한 금융혜택이 이뤄지거나 새로운 금융상품을 내놓는 등 경영전략이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손실이 예상되는 정책에 동원되더라도 불만 없이 따라야 향후 제재나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고착화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감독의 정치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미 대법원이 판결하고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난 키코 사건에 배상을 권고한 건 금감원 스스로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금감원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선 안 되고 감독권도 견제받아야 한다"면서 "청와대가 금융위와 금감원을 정치의 시녀로 만들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이를 어떻게 견제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한국 금융을 얘기할 때 관치금융이 문제라고 했는데 지금 더 중요한 건 정치금융의 팽배"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지금은 금융위원회와 대통령비서실이 오히려 정상적인 금융감독을 수행하는 것을 사실상 훼방 놓는 형국"이라며 "금융감독업무 수행의 자율성 및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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