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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의혹 '피해호소인' 용어 왜 나왔나


입력 2020.07.14 15:25 수정 2020.07.14 15:4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정부여당 약속한 듯 ‘피해호소인’ 명칭 사용

고소인 등과 달리 법률용어사전에 없는 명칭

'막연한 일방적 주장'이라는 뉘앙스 담겨

진중권 "영원히 무죄추정으로 두겠다는 의도"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호소인'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호소인'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사실관계를 가릴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라고 지칭할 수 없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청와대와 정부여당도 약속한 듯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썼다.


실제 청와대는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하면서 "피해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2차 가해를 중단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전날 있었던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피해호소인이 제기한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박 시장 빈소를 조문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호소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14일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단어를 썼다. 정부나 정치권 모두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분위기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는 법률사전에 등장하는 공식 용어가 아니다.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을 줄여 피해 호소인이라는 조어를 사용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처럼 정부나 정당 등 기관에서 대대적으로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초기에는 피해자라는 지칭을 했지만, 의혹이 사실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의도적으로 사용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소인이라는 명칭은 ‘공소권없음’이 결정된 상황에서 사용하기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용어도 아닌데다가 형식적 증거를 갖춰서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다소 막연하게 피해를 주장한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박 시장 의혹과 관련해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를 반대로 적용하면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에는 피해자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뉘앙스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피해자라는 말을 놔두고 피해호소 여성이라는 생소한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것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라며 "지금은 여론에 못 이겨 대충 사과하는 척하고, 사건은 종결하고 넘어가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원히 무죄추정 상태로 놔두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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