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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그가 자살 전에 했어야만 할 세 가지 일

  • [데일리안] 입력 2020.07.11 08:30
  • 수정 2020.07.11 04:47
  • 데스크 (desk@dailian.co.kr)

피해자 여성과 서울 시민에게 사죄부터 하고

지난 선거시안철수에 양보해 빚도 갚았어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언장이 10일 오전 11시 50분 공개됐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언장이 10일 오전 11시 50분 공개됐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서울시장 박원순은 이렇게 유서를 써 놓고 북악산 자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전날 전(前) 서울시장 비서에 의해 성추행으로 피소돼 고소인이자 피해자인 여성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유서 내용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는 자살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선 고인의 죽음에 심심(深深)한 애도를 표한다. 그러나 나라를 이끌어 가는(또는 갔던) 사람들을 비판하고 칭찬하는 일이 직업인 필자로서는 고인에게 아쉬움이 남는 말 몇 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했더라면 더 좋았고, 더 강하게 얘기한다면, 했어야만 할 세 가지를 영전에 드리고 싶다.


유서에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없다. `모든 분'이라는 막연한 대명사 안에 포함돼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표현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유서로 미루어 당신은 고소장에 성추행으로 표현된 성범죄를 시인한 듯하고, 고소 사건 조사 착수와 동시에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아 그 범죄의 종류와 정도가 상당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 여직원을 특정해 그녀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용서를 비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몸을 버려 버림으로써 피해자는 졸지에 천애(天涯) 미아가 돼 버렸다. 가뜩이나 범여권 사람들의 당신에 대한 추모의 헌사(獻辭)가 지나쳐 피해자는 이미 까마득히 잊히고 있는 사람이 되고 있다.


당신이 `영원한 시장님'이라거나 '거인의 삶을 살고 갔다'라고 하는 죽은 자에 대한 예우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또 당신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겠다는 계획에도 인색하게 굴지는 않겠다. 하지만 피해 여성과 서울 시민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시장직에서 내려와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은 뒤 죗값을 받았어야 옳은 일이었다는 쓴소리는 아끼지 않고 싶다.


그것을 피해 몰래 산으로 들어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경찰이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를 고려해 밝히지 않는다고 하니 모르겠으나, 자살을 단행한 것은 용기가 아니고 무책임과 비겁에 더 가까운 행동이었다. 더구나 당신의 시신을 경찰의 수색견(犬)이 발견했으니 이 어찌 최후가 초라하지 않다 하겠는가? 위엄(威嚴)을 지켰어야 했다. 그 위엄은 자살이 아니라 사죄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불행하게도, 몰랐다.


고소장에 따르면 당신은 2017년부터 피해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했다. 시장이 된 지 6년 되던 해이고 재선 임기의 마지막 해였다. 아마도 가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탓이기도 하고, 시장을 오래 하다 보니 자기 자신 내부의 제어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법하다. 그러나 당신이 인권변호사로서의 명성(또는 명예)을 생각하고 세계 굴지(屈指)의 수도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위치를 생각했다면, 한두 번 실수(사실은 범죄이지만)한 다음 바로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


그리고 서울시장 비서실의 여직원을 일반 부서로 전원 인사발령, 남자 직원들로 대체함으로써 성범죄의 싹을 미연(未然)에 잘라내 버렸어야 했다. 필자가 25년 전 민선1기 조순 시장 시절에 서울시를 출입하면서 시장실에 들어가면 눈을 어디로 둘지 몰랐던 기억이 난다. 여비서들의 용모 때문이다.


그 시절 서울시의 각 국장들 방에도 여비서 한 명씩이 배치돼 있었다. 세금을 내는 서울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알면 혀를 찰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비서의 고유 업무, 즉 일정 관리나 회의 준비 같은 일보다는 전화 받고 차 심부름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 일을 위해 시민의 세금이 쓰이고 잘못하면 그녀들의 보스로부터 성범죄나 당하는 것이다.


여직원이 아니어도 전화 받고 차 심부름 하는 일은 남자 등 다른 직원 아무나 할 수 있고, 심지어 본인이 안 바쁠 땐 직접 해도 된다. 민간회사 방식으로 공동 리셉셔니스트(Receptionist, 접대원)를 둘 수도 있다. 2~3명이 한 자리에 앉아 여러 명의 국실장들 비서 보조 업무를 하면 세금도 절약하고 성범죄 발생 가능성도 크게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의 성추행이 시작됐다는 2017년에서 1년이 지난 다음 지자체장 선거가 있었다. 당신은 이 선거에서 제3의 후보 안철수에게 양보를 선언하고 재선 서울시장으로 명예롭게 퇴진했어야 했다. 2011년 안철수가 당신에게 양보했던 은혜의 빚을 갚았어야 했던 것이다.


그때 그 감동적인 장면을 거의 전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일주하고 내려온 수염 텁수룩한 당신과 안철수가 `단일화'를 이룬 다음 포옹하는 모습을 말이다. "서울 시장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한 당신의 솔직함과 포부도 보기 좋았고,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여 자신에게 쌓인 하늘 높았던 당시의 인기를 한 순간에 당신에게 줘 버린 안철수도 멋있었다.


안철수는 그 뒤 후회를 했겠지만, 차마 그런 말은 못하고 2018년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민주당 소속 당신에겐 더블 스코어, 자유한국당 김문수에게는 4% 포인트 차로 지고 오늘날 거의 퇴물로 변하고 있는, 이 선거 저 선거에 얼굴만 내미는 `만년 후보' 처지가 됐다.


그때 양보했더라면 당신은 정치적 의리도 지키고 대인(大人)의 풍모(風貌)를 보이며 시민운동가 박원순, 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이라는 전직 명함을 유지하며 자원봉사자로서 아름다운 만년을 보내게 됐을 것이다.


그 절호의 기회를 일실(逸失)하고, 당신은 대권 도전이라는 세속적 욕심에 부하 여직원을 여자로 보는 미성숙하고 부도덕한 직업의식으로 자신의 명예를 스스로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한 여성에게(이 여성의 경찰 진술로는 여러 명이라고 한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다.


이 글은 하늘로 간 서울시장에게 주기 위해 쓴 내용이지만, 다른 고위공직자, 또 한국의 모든 권력 가진 남성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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