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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면세점은 왜?”…소상공인들도 공감 못하는 유산법 개정안


입력 2020.07.13 10:00 수정 2020.07.13 10:0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발의...면세점‧복합쇼핑몰 등 월 2회 의무휴업 내용 담아

규제도 좋지만 현실성 있는 대안 필요

상인 “규제해도 올 사람만 온다” vs “규제만이 전통시장 살린다” 온도차

소비자 “대형마트 의무휴업해도 전통 시장 방문의사 제로, 온라인 쇼핑한다”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임유정 기자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임유정 기자

“대형마트든 면세점이든 강제로 문을 닫게 하고 규제를 한다고 해서 안 오던 손님이 갑자기 오진 않을 것 같다. 면세점은 도대체 왜 포함한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한 재래시장 상인의 반응이다.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에 이어 면세점과 백화점,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 업체까지 의무휴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용만 보면 재래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부의 논리에 적합한 규제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등 규제가 적용된 지 10년, 여전히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 업체들의 적자폭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향한 규제의 칼날은 10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아니, 더욱 깊이 파고 들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임유정 기자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임유정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 시장.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푹푹 찌는 더위 탓에 습한 시장 안은 그야말로 ‘찜통’이 따로 없었다. 냉방시설이 전무한 시장통에서 상인들은 바닥에 물을 뿌리거나 연신 선풍기를 돌려보지만 더위는 씻어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평일 오전 이라지만 이불, 그릇, 옷 매장은 손님의 발길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수산물, 과일 가게 상인들은 드문드문 지나는 손님을 향해 “필요한 것 말씀하세요”라고 허공에 외칠 뿐이었다. 문을 닫은 점포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나마 한 정육점에만 간간이 단골손님을 받을 뿐, 시장 전체를 둘러보며 쇼핑을 하러 온 사람을 손꼽아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이날 만난 전통시장 상인들과 인근 소상공인 대부분은 최근 발의된 유산법 개정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면세점 등 규제 내용을 설명하자 실소하거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을 했다.


아현시장에서 담양상회 주방용품점을 운영 중인 김병기(55)씨는 “대형마트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면세점은 글쎄... 그거는 동네 사람들 상대로 하는 게 아닌데 굳이 강제로 닫게 할 필요가 있나”라고 기자를 향해 되물었다.


인근에 위치한 공덕 시장 상인들 의견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 인근 정육점 관계자는 “여기는 외지 손님들보다 인근에 사는 단골손님이 많이 이용한다”며 “백화점, 면세점 휴업이랑은 크게 관계가 없을 것 같다”며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쉬는 날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최근 코로나 재난금이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 말고는 달라진 점이 없다”고 덧붙였다.


염리동에서 보세 옷가게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동네 장사가 대부분인데 시내에 있는 면세점이나 백화점 쉬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바라는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임유정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임유정 기자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냉담하다. 규제만으로는 전통 시장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나모(38)씨는 “오프라인 시장의 생존권은 지금의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이 더해져 규모와 차등을 둘 수 없을 정도로 침체됐다”며 “오히려 정부가 지역 상생 차원의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모(32)씨도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집 근처 전통 시장을 찾는 일은 없다”면서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이 발달 하면서 그나마 대형마트도 잘 찾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규제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정부가 어리석다”고 꼬집었다.


반면, ‘규제 만이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날인 9일 방문한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정부 규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포 월드컵시장에서 23년째 소문난야채를 운영 중인 양홍식(52)씨는 “그나마 대형마트 규제 후 인근 주택가·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시장으로 몰리는 등 상황이 나아졌다. 때문에 월 4회까지 의무휴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이모(50)씨도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아무래도 아직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울 강서구 화곡시장ⓒ임유정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시장ⓒ임유정 기자

한편,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번 개정안을 명백한 오류로 지적, 규제만이 답이아니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유통학회장을 역임했던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면세점은 국내 방문 외국인과 해외출국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유통 매장으로 중소상인 매출과 상관관계가 미미하다”며 “규제의 효과성이 없는데 면세점 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대기업 때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통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시장을 관광시장으로 발전시키면서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지자체가 진행해주고 여행사 인센티브를 많이주는 등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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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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