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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심의위' 뜯어고친다…'무소불위' 견제될까


입력 2020.07.01 06:00 수정 2020.06.30 21:1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송언석 의원 "절차적 요식행위 불과해 금감원장 '입맛대로 제재' 방지한다"

속으로 웃는 금융사 "기대해 볼만"…당혹스러운 금융당국 "실효성 의문"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구성 결정 방식을 바꾸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금융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구성 결정 방식을 바꾸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금융권 논란이 커지고 있다.ⓒ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구성에 유관기관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의 '무소불위 권한'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칫 솜방망이 처벌을 유도하는 등 공정성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말 금감원 제재심의위의 근거를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송 의원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제재심의위원회에 유관기관 및 단체의 추천을 받은 위원을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현재 제재심의위는 금감원 소속 4명과 20명 이내의 민간위원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위원도 모두 금감원장이 임명하고 있어 사실상 금감원의 뜻에 따라 제재결정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중징계를 심의하는 대회의의 경우 금감원 소속 3명과 금융위원회 담당국장, 금감원장이 임명한 민간위원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실적으로 위촉을 해준 금감원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구조다. 금감원의 판단과 다른 입장을 가진 일부 민간위원은 아예 해당 안건에 대한 제재심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해야할 정도다.


이에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눈치를 보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안 통과 가능성을 떠나서 제재심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나"라며 "큰 변화가 없더라도 가려는 방향은 맞지 않다 싶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사태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받은 중징계 효력이 법원 판결에 의해 중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지난 29일 하나은행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금융권에선 "제재위 결정이 과했다는 것을 법원도 인정한 결과"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타깃이 된 금감원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제재가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등 견제장치가 충분하지 않느냐는 반론이다. 오히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개정안 내용 가운데 제재 대상측인 유관기관의 제재심의위원을 추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A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해 제재심의위가 열릴 경우, 금감원이 추천한 위원과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위원이 서로 징계수위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일 수 있다. 은행연합회는 A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이 연합한 비영리 법인이다. 즉, 제재 대상인 금융사측도 위원회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입장에서야 불편할 수 있지만, 그동안 금융사들에겐 서슬퍼런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에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창구가 없다시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무소불위' 권한을 가졌다는 얘기를 듣고도 금융사들의 '원죄'가 크기 때문에 쉽게 지적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면서 "이번 법안의 통과여부를 떠나 그런 부분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그동안 제재위의 민간위원들의 의결은 절차적 요식행위일 뿐 사실상 금감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됐다"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큰만큼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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