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6·25 기념주간, 알찬 일정으로 바쁜 행보
당일엔 유엔기·참전22개국기 수놓아 '화룡점정'
집권세력 6·25 행사를 양적·질적으로 압도 평가
굳이 '자유우파' 외치지 않고 보여준 보수정체성
6·25전쟁 70주년인 25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실에는 태극기와 유엔기, 전투지원국과 의료지원국 22개국의 국기 등 24개 깃발이 참전일자순으로 놓였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굳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마음 속에 '보수' 정체성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였다. 미래통합당의 치밀했던 제70주년 6·25 기념주간 맞이 일정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의 세련된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당은 6·25 70주년이던 6월 넷째주에 매일같이 관련 행사를 배치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월요일인 지난 22일에는 주초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생존해있는 6·25 참전용사와 함께 시작했다. 이날 비대위원회의 현장에는 6·25 전쟁 당시 꽃다운 나이에 간호장교로 종군했던 35년생 박옥선 여사를 비롯한 참전용사가 자리했다.
참전용사에게 '호국영웅' 배지를 일일이 직접 달아준 김종인 위원장은 6·25 당시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자신이 겪은 전쟁을 회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7~8월 무렵에는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했었다"며 "평화라는 것은 힘이 있을 때 유지되는 것이지, 말로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과거에서 경험했다"고 현 정권의 '대북유화 말잔치'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같은날 정경희 의원이 주최한 6·25 70주년 기념토론회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집권 세력의 인식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왔다. 김종인 위원장은 "1972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원조가 확정이 안되면 우리도 예산을 확정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나라"였다며 "우리나라 (이수혁) 주미대사가 '이제는 우리가 중국과 미국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얘기한 것은 참 납득하지 못할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튿날인 23일에는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간담회가 있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말로는 남북관계가 과거에 비해 원활하다지만 납북인사 문제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남북대화를 주장하는 정부는 특정한 정치 목적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납북자 송환 등) 구체적인 사안에는 전혀 진척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은 6·25 전쟁이 터지자 배우자를 친정인 전남 담양으로 피난 보냈으나, 이 지역에서 극성을 부리던 공산 빨치산 부대가 이를 사로잡아 총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나도 6·25 전쟁통에 할머니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총살을 당하는 것을 겪은 사람"이라며 "우리 미래통합당이 앞으로 이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갖고 노력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류연갑(왼쪽), 박옥선 유공자(오른쪽)를 초청해 6·25 70주년 기념 '호국 영웅'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70주년 6·25 전날인 24일에는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6·25와 관련해 중진의원들과 한목소리를 냈다.
잠재적 당권주자인 서병수 의원은 "1950년 6월 6·25 전쟁으로 시작해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며 "반 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온 미래통합당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한 시점"이라고 규정했다.
또다른 당권주자 홍문표 의원은 "국정교과서 8개 중 6개에서 6·25가 북침인지 남침인지 모르게 전쟁으로만 나와 있다. 좌쪽인 선생님들은 북침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통합당에서만이라도 '6·25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후세에 역사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6·25 70주년 당일에는 태극기와 유엔기, 참전 22개국의 국기 등 24개 깃발로 회의실을 수놓은 가운데, 지도부의 묵념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시작하며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유엔과 대한민국에 뒤이어 전투지원국과 의료지원국의 국기를 참전일자 순으로 가지런히 정렬한 통합당 사무처의 세심한 준비가 단연 돋보였다는 지적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비대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캐나다·프랑스·뉴질랜드·필리핀 등 전투지원국과 스웨덴 등 의료지원국 국명을 일일이 열거하며 전사자들을 추도하는 의미의 묵념 진행을 알렸다. 이후 김종인 위원장은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참배해 국군과 유엔군 전사자들의 넋을 기렸다.
통합당 의원들도 이같은 지도부의 바쁜 움직임에 중진과 초선을 가리지 않고 보폭을 맞췄다.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은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을 인상하고 약제비·의료비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며, 초선 태영호 의원은 6·25 과정에서 납북된 인사와 그 가족들의 피해를 규명하기 위한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진 외교안보특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국회에서 6·25 납북인사가족협의회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같은 통합당의 6·25 기념주간 준비는 양적·질적으로 집권 세력을 압도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6·25 당일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기념식에서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오던 날을"로 시작하는 '6·25의 노래'를 참전용사들과 함께 제창했지만, 이후 애매한 메시지를 내면서 결국 논란을 자초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며 "정치범수용소, 고모부와 형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독재정치와 함께 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행동으로 보여준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6·25 기념주간 행보는 세련된 보수정당으로의 면모 일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드시 태극기를 흔들면서 '자유우파' '애국보수'를 하루에 몇 차례씩 되뇌이고 외쳐야만 보수정당인 게 아니라, 굳이 보수라고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행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이 서울 동부권 원외당협위원장 오찬에서 "보수정당이 굳이 '보수, 보수'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보수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데 본의가 있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확장성이 없는 부분을 앞세우지 말고 실질적으로 (보수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와 관련,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우리 당이 보수를 뺀다고 해서 보수가 빠지느냐"라며 "기본적으로 보수 가치는 계속 유지해가면서, 변화하는 시대를 리드하고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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