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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삼성 ‘토지거래허가제’ 첫날…“풍선효과 이미 시작”


입력 2020.06.24 05:00 수정 2020.06.24 08:33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규제 피한 소형아파트·인근 지역 호가 상승

향후 1년 해당지역 갭투자 전면 차단

6.17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6.17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잠실 리센츠 소형평수는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했어요. 매수계획 있으신 분들은 지금 사셔야 합니다. 아마 오늘이 제일 쌀걸요?”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지난 23일부터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다. 앞으로 1년 동안 이곳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전면 차단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잠실·삼성 일대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두고 높아진 투기수요 유입 우려를 차단하고 실수요 중심 시장질서 확립한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규제를 빗겨나간 지역의 풍선효과 부작용이 하루만에 나타났다.


대표적인 풍선효과는 허가 받아야 하는 면적(주거지역 18㎡초과, 상업지역 20㎡초과 토지) 이하인 초소형 아파트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잠실 리센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전용27㎡(12평)은 예외다. 대지지분 18㎡ 이하로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인은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아닌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 여부가 판가름 난다.


리센츠 전용27㎡ 매물 가격은 현재 고공행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 9일 8억9500만원(25층) 등 8억대 실거래가 3건이 있었고, 10억8500만원(14층)에 실거래된 기록이 있다.


올해 상반기 거래된 매물은 모두 8억6500만~10억8500만원 사이에서 이뤄졌다. 6·17대책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이 예고된 이후 현재 호가는 10억~11억대에 형성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 허가제가 시행되기 직전 전쟁같이 걸려오던 문의가 이제 다 줄었는데, 지금 오는 전화는 모두 리센츠 전용27㎡ 관련이라고 보면 된다”며 “대부분 전세낀 매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빗겨간 잠실역과 잠실새내역 인근 ‘파크리오 아파트’의 상승세도 매섭다.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파크리오 아파트 매도시기 문의를 묻는 글에는 “파크리오 33평은 25억까지 갑니다. 지금 절대 팔지 마세요”, “바로 옆 진미크(잠실 진주, 미성크로바 아파트)가 재건축 되면 키맞추기로 높아질텐데 거래허가제까지 피했으니 오를일만 남았답니다”라는 답변이 올라왔다.


파크리오 아파트 전용84㎡는 상반기부터 이달까지 큰 가격변동 없이 16억~17억원 사이에서 실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며칠사이 1억원이 올라 18억원에 형성됐다. 투자자들은 이 아파트가 인근 재건축 아파트 완공·토지거래허가구역 호재를 만나 25억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파크리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밀려오는 전화에 지난주부터 주말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열었다”며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트와 파크리오 투자가치를 높고 저울질 하는 손님들도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송파,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도면 ⓒ국토교통부 송파,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도면 ⓒ국토교통부

이번 규제는 탁상행정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파크리오 아파트와 장미·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등의 경우 행정동으로는 잠실4동·6동이지만 부동산 규제의 기준이 되는 법정동으로는 신천동이기에 규제를 피해갔다.


다만 강화된 재건축 규제로 장미·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가격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대응할 각 구청 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대책 발표 이후 설명이 부족하다는 민원에 뒤늦게 관련 Q&A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추가적인 소수의 담당공무원이 토지거래 허가신청 수백건을 담당해야하기에 세심하게 검토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강남구청 부동산정보과 인원은 26명이며 이중 토지거래허가 관련 담당인원은 2명이다. 현재까지 충원 계획은 없다.


송파구청 역시 실질적인 담당인원은 2명에 불과하지만 관련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앞으로 인력충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시장은 규제를 하면 할수록 풍선효과를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지역은 사실상 ‘이 일대가 오른다’는 투자 시그널을 주는 것이니 소비자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수요자들은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들어가겠지만 투자자들은 허가를 받지 못하니 인근지역으로 가서 가격을 올린다”며 “현재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자금 때문에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어, 궁극적으로 산업구조를 바꿔 투자를 분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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