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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탐구②] “주연 될 줄 몰랐다”는 박신혜의 조용한 성장

  • [데일리안] 입력 2020.06.23 18:41
  • 수정 2020.08.09 19:29
  •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영화 ‘#살아있다’에서 강인한 생존자 연기로 유아인과 호흡

배우 박신혜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배우 박신혜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박신혜. 어린이 배우가 성인 배우, 그것도 주연급으로 발돋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되돌아보면 화려한 연기력을 뽐낸 적도 없고, 잘못된 공식과도 같은 노출을 한 적은 더더욱 없는데 박신혜는 어느덧 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주연배우가 돼 있다. 그야말로 조용한 성장이었다.


지난 22일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의 주연배우로서 서울 삼청동에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신혜를 만났다. 대번에 질문이 좀 길었다.


# 드라마 ‘상속자들’의 차은상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에요. 박신혜의 선한 인성에 힘입은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데. 자칫 김탄(이민호 분)과 최영도(김우빈 분) 사이의 소위 ‘어장관리녀’로 비출 수 있는데 ‘불굴의 캔디’로 보였어요. 드라마 ‘닥터스’는 김래원의 드라마로 여겨질 수 있었는데 유혜정 역을 차분하게 잘했고, 그래서 드라마 제목이 ‘닥터’ᆢ가 아닌 ‘닥터스’임을 확실하게 어필했다 싶습니다. 하지만 배우라는 게 착함 하나로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닌데, 자신의 자리를 잘 만들어 왔어요. 비결이 뭔가요,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어요?


잠시 생각을 고른 박신혜는 순간적으로 조합해 낸 문장이 아니라 자신만의 연기관, 삶의 철학이 묻어난 이야기를 또렷하게 들려줬다.


ⓒ 드라마 ⓒ 드라마 '천국의 계단' 화면 갈무리

“이렇게 대답하면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처음 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연으로 작품을 하고, 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 못 했어요. 어린 마음에 이 직업이 재미있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살고 만들어내는 작업이 즐거웠고, 누군가를 만나 무엇을 만들어가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죠. 물론 계속하다 보니 오히려 이 작업이 지니는 힘과 어려움을 알게 되면서 배우로서 무게감이 들기도 했고요.”


“저라는 사람이 자극적인 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선선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 좋더라고요. 에너지나 박진감 넘치는 작품도 좋지만, 그 끝에 남아 있었으면 하는 메시지는 ‘편안함’이에요. 작품뿐 아니라 제게도 적용되는 말이에요. 보시는 분들께 부대끼는 게 없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물론 연기나 작품으로 불편함을 줘야 하는 상황도 생길 거예요, 일부러. 언젠가는 작품으로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회피하고 싶은 메시지를 어필할 때가 있겠져.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게, 그 선으로 제가 표현했으면 해요. 그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인간으로서 편안한 사람이고자 해요, 배우로서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박신혜는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작품들이 많다. 드라마에서는 앞서 말한 김래원뿐 아니라 소지섭(숲속의 작은집), 현빈(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또 영화에서는 대선배 최민식(침묵)과 함께 작업했다. 지난 2003년 데뷔해 찬찬히 출연작으로 다져온 덕분일까, 튀지 않지만 밀리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나이 차 나는 분과, 오히려 20대 초반에는 또래랑 많이 연기했어요. 20대 중후반에는 다시 나이 차 있는 배우 분들과 했고요. 선배님들께 쌓여 있는 에너지 내공이 있는데, 현장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노련미는 배우기 어렵지만 ‘선배님 나이 됐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넓혀 가야겠다’고 다짐했죠.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하고 연기하다 보면 상대의 기를 느끼며 연기하게 되는데 그게 어려웠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다 싶어요,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요.”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를 함께한 유아인 배우도 많은 선배님과 연기해 왔고. 저 또한 그러면서 각자의 방식이 생긴 뒤에 만났는데. 10대 때 만났으면 달랐을 텐데, (둘 다 선배들을 통해 성장한 뒤) 좋은 기운들을 같이 가지고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유아인이)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준우를 표현함에 있어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영화 영화 '#살아있다' 촬영현장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아인에 관한 얘기가 보태졌다. 마음 씀이 도톰한 사람이다 보니 이번에 함께 호흡한 배우에 대해 좀 더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읽혔다.


“나이는 오빠인데 데뷔는 비슷해요. 둘 다 2003년 봄 데뷔, 저희가 좀 오래됐더라고요(웃음). 저도 (유아인의 데뷔 드라마) ‘반올림#’을 봤고, (유아인도) ‘천국의 계단’을 봤을 거라 생각하고요. 오빠도 대구에서 올라와 자취하며 매니저랑 살고, 저는 광주에서 올라와서 부모님이랑 같이 하고. 공통점들이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반올림#’ 식구들이랑 한 번 본 것 외에는 작품이든 광고든 함께한 적이 없어요. 시상식이나 행사장에서라도 오가다 인사라도 할 법한데 그런 일이 없었어요. 만났던 건 기억하죠, 그 인연이 여기까지 왔네요.”


10대 때 배우 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 그리고 30대의 시작을 함께한 두 배우. 박신혜에게선 조금의 경잼심도 보이지 않았다. 한 작품 안에서 누가 더 돋보이느냐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고, 동종업계에서 각자 발전을 도모하는 배우로서도.


“함께 연기하면서 되게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얘기하고 있으면 배워가는 느낌을 받았고요.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작품에도 잘 녹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렸을 때 잠깐 본 오빠를 작품에서 만나면 어떨까 생각은 해 봤지만, 그 이상으로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기대 이상의 재미있는 현장이었어요. 만나는 회차가 많지는 않았는데 즐거웠어요. 존중받는 느낌을 주는 배우였고, 힘도 얻었고요. 내가 생각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점에선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열정이 보였습니다. 귀엽고 멋있는 사람이에요.”


와이어 단 박신혜. 와이어 단 박신혜. '#살아있다' 촬영현장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아인의 칭찬을 성심성의껏 진심으로 하는 박신혜도 귀엽고 멋있어 보였다. 박신혜는 영화 ‘#살아있다’에서 나무랄 데 없는 액션 연기도 선보였다. 다른 사람 칭찬엔 목이 마르더니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자랑에 미숙하다. 몇 번을 되물어서야 무술감독에게 칭찬받은 얘기를 부끄러워하며 인정했다.


“실제로 운동을 좋아해요, 활동적 운동이요. 현대무용을 배우기도 하고, 서핑도 좋아하고, 야외활동 좋아해요. 작품에 있어서 몸 쓰는 감각들을 유지해 주는 하나의 방법이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뭔가를 익히는 걸 계속하다 보면 다른 걸 배울 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번에 액션을 따로 배웠다기보다는 현장에서 호흡 맞추며, 합 외워서 했는데. 긴장을 놓치는 순간 바로 사고더라고요. 제가 합을 잊고 마주 오시는 분과 부딪힐 뻔해서 한 번 구르기도 했죠.”


“(부끄럼) 칭찬이요? 받았어요. ‘지금껏 왜 안 했느냐’ 무술감독님이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작품이 없었던 게 사실이고, 드라마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크다 보니 몸 쓰는 걸 상상 못 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한 살 한 살 먹고 작품 수도 늘다 보니 이제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1.5층 높이 세트에서 뛰어내리는 걸 다른 액션보다 먼저 찍었어요. 와이어 달려 있고 매트도 깔려 있어서 야외세트보다 높지만 무술팀 믿고 했지요. ‘연습 때 못하면 실전에선 더 못한다, 하나둘셋 에라 모르겠다’ 뛰어내렸는데. 잡아 주는 분들이 잘 잡아 주셔서 재미있었어요. 무술감독님이 ‘놀이기구처럼 즐기는 것 같은데, 자꾸 태워 주니까’ 놀리시기도 했는데. 올라갈 때도 와이어에 매달린 채로 올라가니까 즐기긴 한 것 같아요(생글생글). 그래도 감독님께 ‘아니에요!’ 외치며 열심히 했습니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박신혜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박신혜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신혜는 끝으로 관객에게 전하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를 상정하고 촬영하지 않았지만, 개봉 시점의 상황이 이렇게 됐어요.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불편해하는 관객 반응도 있을 수 있다 싶어요. 하지만 준우가 유빈을 만나 또 유빈이 준우를 만나 희망을 얻듯이 (공감과 불편의) 양날의 검 배제하고 영화로서 즐겨 주신다면 요즘 힘들었던 것이 조금은 해소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희망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말 한마디, 단어 하나를 고르는 박신혜. 자신보다는 들을 사람, 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박신혜.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들이 스크린 위에서 유빈의 캐릭터를 살려낸다. 데뷔 18년 차, 허투루 보내온 시간이 아님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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