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손영미가 산 윤미향을 잡는 정의연 드라마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6.19 08:00  수정 2020.06.19 07:21

자살한 쉼터 소장이 무릎 꿇은 게 결정적 반전

윤미향과 정의연은 돈과 죽음에 대해 설명해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는 자살했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은 사람을 두 번 죽이지 말라”고 말하지 말라. 그녀의 죽음에 관한 언급은 이제 터부가 아니다. 그녀 사건의 이해 당사자와 윤미향 사태에 분노와 관심과 궁금증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보도되어야 하고 조사되어야 할 사안이 되었다. 그녀가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전 대표이자 이달부터 국회의원 신분이 된 윤미향은 자신의 측근인 마포 쉼터 소장 손영미의 죽음을 두고 보수당(미래통합당) TF(Task Force, 특별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검사 출신 의원 곽상도가 타살 의문을 제기했을 때, 득의의 미소를 지었을지 모른다. 자살을 확신하고(또는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미향은 손영미의 죽음과 관련해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와 마지막 통화를 한 사람이 윤미향이고 그 며칠 동안 부지런히 움직인 정황이 있다. 당일엔 자신의 비서를 파주 손영미 자택으로 보내 생사를 확인하고 119에 신고하도록 했다.


전날 밤에는 추도사인지 추억담인지 모를 그녀에 관한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사망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윤미향은 이 글을 지웠다. 무엇 때문에 그런 감상적인 글을 생사가 오가는 시점에 올렸으며 그것을 왜 또 황급히 삭제했는지 수상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돈이다. 손영미가 그 쉼터에서 지내고 있던, 치매 증상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2)의 매월 350만원 정부 생활지원금과 시민 성금 1억원 등이 쌓인 돈을 매월 몇 백만원, 몇 천만 원씩 다른 곳으로 보낸 사실이 길 할머니 가족에 의해 확인됐다. 이 다른 곳들 중에 한 곳이 바로 정의연이었으며 길 할머니 가족은 손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독촉했다고 한다.


손은 검찰에 의해 쉼터가 압수수색 당해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돼 있었다. 이미 공포에 떨고 있는데, 할머니 돈을 유용(?)한 사실이 발각됐으니 엄청난 패닉에 빠졌을 것임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녀가 자신의 생활 등을 위해 할머니 돈을 썼다면 벌을 받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정의연, 그리고 당연히 윤미향과 관련돼 있어 일이 복잡하고 갈등이 많았을 것이다. 윤에게 보고하고 대책을 궁리했을 것이다. 죽고 싶다고도 말했을 것이다. 윤이 무슨 글을 올리고 한 건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본다.


손영미에 관한 의혹이 이 정도에서만 그쳤다면 윤미향과 정의연은 또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통이 깨지는 증언이 나와 버렸다.


길 할머니에게는 오래전 들인 양아들(황선희 목사)과 그 며느리(조씨)가 있다. 이들 부부는 어머니를 직접 모시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라 그랬는지 전에는 길 할머니가 어디서 어떤 돈을 받고 있는지 자세히 몰랐고 알아보지도 안했다고 한다. 이걸 확인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였다.


정의연이 치매 상태인 길 할머니의 유언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것을 보게 됐고, 이에 의심이 들자 할머니 통장을 소장에게서 받아 들여다보게 됐다는 것이다. 유언 동영상은 ‘저와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정대협은 정의연의 전신이다. 이 단체가 길 할머니 재산 처분권 소유자를 특정한 유언을 왜 만들어 공개를 해놓았는지 의문이다.


정의연은 할머니 양아들이 “아들이 있는데 무슨 유언장이 날아다니느냐”고 항의하며 윤미향 전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니 다음날 이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삭제했다는 것이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 통장의 수상한 송금 내역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아들이 돈을 요구했다”며 초점을 흐리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소장이 돈 사용(송금) 내역을 밝히지 않자 아들 부부는 쉼터로 찾아가 그녀를 다그친 듯하다. 이때 소장이 갑자기 며느리 조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이 대목이 이번 손영미 자살 의혹 사건에서 결정적이다.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장면인 것이다.


조씨는 “그들이 진짜 위안부 할머니를 앵벌이 시켰구나 싶었다. 살이 떨렸다”고 말했다. 그녀가 소장 손영미에게 재차 해명을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며칠 뒤에 손은 숨진 채 발견됐다. 윤미향과 정의연은 손이 검찰과 언론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도리어 죽음을 역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날 손영미는 며느리 조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가 아래층에서 ‘이제 그만 가자’고 하며 올라온 아들 황 목사가 나타나니 또 벌떡 일어섰다고 한다. 조씨에게는 순간 모면을 하려 했고, 목사에게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 것이 분명하다.


윤미향과 정의연은 원래 이 사건을 촉발한 이용수 할머니가 주장한 시민들의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 유용 의혹에 관해 조사를 받아야 할 입장인데, 문제가 의혹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그 증언자들도 90대 할머니가 아닌 60대 부부라 방어 묘책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손영미 죽음 관련 조사에 응해 설명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파헤치려 나선, 상대적으로 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세는 황 목사 부부만이 아니다. 고 곽예남 할머니의 딸 이민주 목사 등도 동참, 엊그제 ‘위안부가족대책협의회(위가협)’를 결성해 기부금과 보조금 처리가 불분명한 정의연을 압박할 진용을 갖추었다.


친정부 시민단체들의 부도덕성과 이중성이 폭로된 정의연 드라마는 손영미가 길 할머니 가족 앞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음으로써 대반전을 이루고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표현을 빌면, 죽은 손영미가 산 윤미향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글 정기수/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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