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건엄의 i-노트] 게임=도박…누구의 잘못인가


입력 2020.06.19 07:00 수정 2020.06.18 16:54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공급은 수요에 반응…게임사만 탓하긴 어려워

비판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이중적 태도 지양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자료사진)ⓒ연합뉴스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자료사진)ⓒ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 카지노 산업을 육성해야 된다는 주장에 한 네티즌이 “국내 게임 산업을 살리기 위해 리니지와 같은 사행성 게임을 지원하자는 말과 같은 궤변”이라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국내 게임업계의 ‘페이 투 윈(P2W)’으로 인한 문제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으로 인식될 정도로 수준이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2W를 단순히 한국 게임의 ‘특성’으로만 여겼던 것이 불찰이 아닐까 싶다.


국내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변질된 것은 아마도 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로 플랫폼을 옮겨가면서 일명 ‘갸차’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 일정 확률의 아이템을 얻는 ‘뽑기’ 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시간과 열정 보다는 돈을 투자한 사람이 실력자로 우대받는 도박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원인을 게임사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등장은 국내 이용자들의 시간 투자는 최소화 하고 돈을 통해 우위에 서겠다는 강한 욕구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가 지금처럼 변질된 데에는 이용자들의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합법적 울타리 내에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만약 확률형 아이템이 국내 이용자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 판매가 저조하거나 수익이 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사행성이 짙은 비즈니스 모델(BM)을 내세울 이유도 없다.


이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한 게임사들이 패키지나 이용권을 구매한 후 제약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바이 투 플레이(Buy to Play)’ 방식을 택하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돈을 쓰면 이긴다’는 행위 자체를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서구의 이용자들 입장에선 이기기 위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일 수밖에 없다. 덕분에 P2W 모델을 갖고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공급은 수요에 반응한다. 확률형 아이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게임을 과감히 하지 않으면 된다. 게임을 비판하면서도 쓴 돈이 아까워 게임을 떠나지 못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국내 게임 문화와 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넥슨의 피파온라인4의 불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이용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게임사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용자들이 진정 게임성과 재미를 바라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트리플 A’급의 대작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건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