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건전성 규제개선 방향’ 보고서
중소형 증권사 등과 차등적 규제 도입 강조
홍종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KDI
대형 증권사에 대한 현행 순자본비율(NCR) 산식을 개정 이전의 방식으로 전환해 위험 민감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또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서는 업무 범위와 위험 특성을 고려한 차등 규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KDI 포커스 ‘증권사 건전성 규제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NCR 산식은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위험을 보유한 증권사라도 규모가 확대될 경우 지표가 개선되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KDI는 “예컨대 영업용순자본 1조원과 총위험액 5000억원인 증권사와 영업용순자본 10조원과 총위험액 5조원인 증권사를 비교할 경우 두 회사의 위험 구조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NCR 지표는 10배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NCR 산식의 분모인 필요유지자기자본이 고정돼 있어 증권사의 자산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필요유지자기자본이 증가하지 않는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부연했다.
KDI는 현행 NCR 지표의 평균값은 2016년 이후 규제 수준인 100%를 지속적으로 크게 상회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기존 NCR은 같은 기간 뚜렷한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고 봤다.
KDI는 “대형 증권사의 기존 NCR은 규제 기준인 150%에 근접할 정도로 낮아졌다. 이는 대형사의 경우 규모 착시로 건전성이 개선돼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민감도 하락에 따른 규제 실효성 저하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KDI는 현행 NCR이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위험 신호인 레버리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바람직한 건전성 규제지표라면 레버리지 상승 시 NCR이 하락하는 방향으로 반응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이러한 위험 반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험부담 기제 부재에 따른 시스템리스크 누적도 지적했다. KDI는 “현행 NCR은 증권사의 위험 확대를 적시에 포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위험 추구 행위에 대한 충분한 비용 부과 없이 시스템리스크(systemic risk)를 누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리스크는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이나 유동성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돼 신용경색, 자산가격 급락, 실물경제 충격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 금융기관일수록 위험노출이 크고 시장과의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는 특징이 있다.
KDI는 2020년 ELS 마진콜 사태와 2022년 부동산 PF 우려로 촉발된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증권사의 유동성·자산건전성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짚었다.
KDI는 대형 증권사의 자산·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위험을 제고하기 위해 현행 NCR 산식을 기존의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KDI는 “대형 증권사는 자산 확대와 레버리지 상승으로 시스템 내 중요성과 시장 파급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NCR은 이와 같은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증권사의 시스템리스크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규모나 업무 특성과 무관하게 과도한 수준의 건전성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현행 NCR 적용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KDI는 “금융당국은 예측 가능한 이행 일정 제시와 시장 조율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높여 나가는 한편, 업계의 리스크관리 현황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제도 설계 과정에 반영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올해 12월부터 출시되는 IMA 상품을 통해 대형 증권사들은 금융시장에서 역할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NCR 제도의 개선은 증권사 건전성 규제의 기본이자 첫 단계로서, 향후 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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