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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진노'에…친여 인사들, 탈북민 의원 혐오발언 봇물


입력 2020.06.10 00:05 수정 2020.06.10 05:1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김여정, 탈북민 향해 "쓰레기" "똥개" '진노'하자

김홍걸·정세현·김갑수, 태영호·지성호 비난 행렬

"김여정 하명이면 '최고존엄 비방금지'도 할 판"

북한 김여정,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DB 북한 김여정,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DB

북한 김여정이 탈북민에 '진노'하는 대남 담화를 내자마자, 친여 정치권 인사들이 탈북민 의원들을 겨냥한 혐오발언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으로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 때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로비 명목으로 금품·주식을 수수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잇단 '음모론' 제기를 거듭한다는 평가를 받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을 겨냥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해서 성실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적응이 안 된 사람을 일부러 골라서 국회의원을 시키느냐"고 비난했다.


지난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 당시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친(親)김정은 포지션에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태영호 통합당 의원을 가리켜 "언제 자기가 여기 온지 몇 년이나 됐다고 무슨 남쪽 사정도 모르고"라며 "뭐 여기에 대해서 가타부타 참견하고 그래"라고 반말조로 역정을 냈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방송 출연 기회를 자주 얻는 김갑수 씨는 전날 오후 KBS TV '여의도 사사건건'에서 이른바 '김여정법(김여정 하명법, 김여정 지시법)' 입법 추진 등 현 정권의 대북 굴종적 자세를 비판하는 여론을 향해 "일반 국민들도 정부 정책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 됐지만, 적어도 좀 삼갈 부분이 있다"며, 돌연 지성호 통합당 의원을 향해 "분수를 알라. 우리가 받아주고 의원까지 시켜줬으면 그런 소리 말라"고 고성을 질렀다.


김갑수 씨 본인이 개인적으로 지성호 의원의 귀순을 받아준 것도 아니며 김 씨가 지 의원을 의원으로 임명해준 것도 아닐진데, 정당투표를 통해서 국민이 선출한 지 의원을 향해 돌연 "분수를 알라"고 세 번이나 소리를 지른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당 미디어국도 이날 김 씨의 돌발 발언에 대해 "김갑수가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궤변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지성호 의원에게 '분수를 아세요! 분수를 아시라고! 우리가 받아주고 의원까지 시켰으면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지성호 의원 분수를 아시라고'라며 흥분해서 소리쳤다"며 "방송 내용을 다시 봐도 지성호 의원이 분수를 지키지 않은 언동을 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황당한 억지발언"이라고 당혹스런 반응을 내놓았다.


친여 정치권 인사들이 이처럼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탈북민 출신 의원들을 향해 혐오발언을 내뱉은 것은 공교롭게도 북한 김여정이 탈북민에 '진노'하는 대남 담화를 내놓은 직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북한 김여정은 지난 4일 대남 담화에서 우리 사회의 탈북민을 겨냥해 "사람 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 "똥개"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북한 김여정이 탈북민 혐오발언을 내뱉자마자, 그 나흘 뒤에 김갑수 씨가, 다시 그 이튿날에 김홍걸 의원과 정세현 부의장이 각각 TV와 라디오 출연 등을 통해 탈북민 출신 의원 혐오발언으로 장단을 맞춘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관측이다.


지성호 통합당 의원은 북한 김여정의 담화는 그렇다쳐도, 그 직후 우리 대한민국 사회 내부에서 이처럼 같은 맥락의 호응하는 발언이 잇따르는 것을 놓고 유감을 표했다.


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의 자격을 떠나 나 또한 북한 정권으로부터 고통을 받은 당사자"라며 "북한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인 인권을 존중받지 못해 한국에 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냉혹한 인권 현실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김갑수 평론가의 말처럼 탈북민을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탈북민이 가지는 천부적 생래적 권리인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고 맞받았다.


통합당은 이러다가는 앞으로 북한 김여정의 하명 한 마디에 '북한 최고존엄 비방금지법'도 제정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들이 진정 분노하는 것은 김여정이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들라'는 엄포에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법을 만들겠다'며 순응하는 우리 정부와, 탈북민과 대북전단 문제의 처벌만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라며 "만약 최고존엄을 사수하겠다는 북한이 하명(下命)하면 '북 최고존엄 비방방지법'도 제정할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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