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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19금 드라마’ 시대③] 다양한 콘텐츠 vs 보호장치 없다


입력 2020.06.02 10:45 수정 2020.06.03 09:22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방송사 자체 심의 강화돼야

다양한 연령 타깃으로 한 콘텐츠 필요

19금으로 방송한 '보이스' 시즌1 포스터.ⓒOCN 19금으로 방송한 '보이스' 시즌1 포스터.ⓒOCN

지난달 10일 인기 웹툰 작가 이말년은 JTBC '부부의 세계'를 우연히 시청한 딸 얘기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털어놨다.


이 작가에 따르면 딸은 엄마 아빠를 끈으로 묶는 행동을 반복하며 "우리는 이어져야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작가는 "극 중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하는 준영(전진서 분)을 보며 자신의 딸이 불안을 느낀 것 같다. 딸의 말을 듣고 TV를 껐다“고 고백했다.


미성년 시청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19금’ 콘텐츠‘를 접한 대표적 사례다. 이 작가는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애들이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애들은 다 안다"고 털어놨다.


방송사는 '19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을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1∼10시)에 내보낼 수 없다. 또 방송 시작 전 등급 분류 사유를 포함한 부연 설명과 함께 방송 중 지속적인 등급 표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치더라도 미성년자의 '19금 프로그램' 시청을 막는 건 쉽지 않다. TV나 셋톱박스에 개별적으로 '19금' 콘텐츠와 관련한 설정을 철저하게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예전에 비해 채널, 플랫폼이 늘어났고 방송사마다 드라마 편성 전략이 다양해지면서 등급으로 시청을 제한하는 게 쉽지 않다"며 "방송사는 등급 기준을 세분화해 등급을 정해야 하고, 청소년이 있는 집에서는 적절한 시청 지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무엇보다 방송사 심의 자체가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령 드라마가 방송 중에도 '19세'였다가 '15세'로 등급을 바꾸면 시청 지도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한 팀장은 "어떤 한 특정 장면만으로 등급을 정하면 의미가 없다"며 "작품 전체의 이야기나 기획 의도, 시청 타깃층 등 분류 기준을 세세하게 나눠야 한다. 방송사 내부 인력 외에 관련 단체들, 외부 심의위원들이 참여해 등급 분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영화와 드라마 경계가 무너지면서 '19금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이 이전보다 적다.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19금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19금 드라마'로 얻는 건 다양성"이라며 "'19금 드라마'를 무조건 선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19금 드라마’ 시장에 대해선 "방송 시스템이 변화면서 다채로운 소재와 장르가 나오면서 '19금 드라마'는 더 많이 제작될 듯하다"며 "드라마의 장르를 확대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19금'이라는 딱지보다 만듦새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팀장은 "매체나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19금 드라마가 범람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채널도 한정된 시청자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19금 콘텐츠'를 줄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19금 드라마'에 비해 청소년, 어린이, 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의 콘텐츠는 함께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팀장은 "청소년들이 '19금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볼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며 "폭넓은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개발이 함께 진행돼서 방송의 균형성을 맞춰야 한다. 방송사들은 성인 콘텐츠에만 집중하지 말고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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