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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조민수


입력 2020.05.26 12:53 수정 2020.05.26 17:43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영화 '초미의 관심사'서 엄마 역

극 전반 이끌며 존재감 뽐내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


'초미의 관심사' 조민수.ⓒ(주)트리플픽쳐스 '초미의 관심사' 조민수.ⓒ(주)트리플픽쳐스

빨간 가죽 코트, 진한 눈화장, 뽀글뽀글 파마머리, 얼굴만 한 귀걸이. 범접할 수 없는 포스로 극 초반부터 사로잡는다. 말투도 거칠고, 얼굴엔 불만이 가득하다. 그래도 이 여자, 어딘가 모르게 끌린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속 초미, 조민수다. 조민수는 극 중 딸 순덕(김은영 분)의 엄마 초미 역을 맡아 극 전반을 이끈다.


영화는 두 모녀를 전면으로 내세운다. 조민수는 시작부터 강렬한 얼굴로 등장한다. 연락을 끊은 딸의 집을 찾던 그는 다른 집 대문을 두들기다 집을 잘못찾은 걸 알고 "죄송하다"며 방긋 웃는다. 이후 딸을 만나자 뾰로퉁한 얼굴로 돌아온다. 짧은 순간에도 표정 하나로 가지각색의 빛깔을 낸다.


본격적으로 딸과 함께 이태원 구석구석을 누릴 때는 더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거친 말을 뱉고 세월에 짓이겨진 얼굴을 한 그는 길 잃은 이방인에게는 한없이 친절한 얼굴을 한다. 직접 나서서 길을 찾아주기도 하며 딸한테서 보여주지 않았던 환한 미소를 띤다.


초미는 이태원에 있는 성소수자, 트렌스젠더, 외국인 등 한 번쯤 편견을 갖고 봤을 법한 인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자신도 이태원에서 자랐다"는 초미의 말은 사연이 있는 듯한 얼굴을 통해 관객의 마음속에 들어온다.


'초미의 관심사' 조민수.ⓒ(주)트리플픽쳐스 '초미의 관심사' 조민수.ⓒ(주)트리플픽쳐스

초미와 순덕은 딸 같은 엄마, 엄마 같은 딸이라는 독특한 모녀 관계다. 초미의 행동 하나하나는 철딱서니 없다. 딸 앞에서 술주정을 하는가 하면, 욕설을 내뱉으며 딸을 지치게 한다. 그래도 초미가 밉지 않은 건 아이 같은 순수함이 엿보이는 조민수의 얼굴 때문이리라. 딸에게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아느냐고 말하는 장면에선 세월의 회한이 얼굴을 통해 번진다. 후반부 딸의 노래를 듣고 이태원 거리에 나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장면에서 조민수라는 배우가 주는 사랑스러운 매력이 얼굴에 빛난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그간 작품에서 조민수는 '센 언니' 캐릭터를 주로 해왔다. 그래도 마냥 세고 거칠지 않다. 공허함, 외로움, 슬픔 등 인간이 지닌 밑바닥 감정은 조민수의 얼굴을 만나 배가 된다. '초미의 관심사'에서도 그랬다. '딸 가진 엄마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방지축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노래 부르는 딸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바라보는 초미의 얼굴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김은영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도 조민수의 공이 크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호흡과 닮은 듯 다른 모녀의 얼굴을 통해 관객들은 영화 속 이야기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조민수는 딸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쏘아붙이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딸을 애틋하게 보는 눈빛을 통해 숨길 수 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조민수의 처음과 끝의 얼굴은 상반된다. 화난 얼굴에서 시작해 미소를 짓는 얼굴로 끝난다.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카리스마,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사랑스러움, 조민수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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