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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코로나19를 겪는다"…독립영화의 분투


입력 2020.04.23 00:01 수정 2020.04.22 23:13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바람의 언덕',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

박석영 감독 "작품 선보일 기회 만들고파"

'바람의 언덕' 포스터.ⓒ아워스 '바람의 언덕' 포스터.ⓒ아워스

"독립영화는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나 여전히 힘듭니다."


23일 개봉 예정인 영화 '바람의 언덕'을 만든 박석영 감독의 말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 사이에서 독립영화들이 설 자리는 좁고도 좁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22일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에 따르면 영화를 만드는 제작 스태프는 영화 제작이 연기 혹은 취소되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교육 활동에 의존하는 영화인들은 방과 후 수업이나 대학 강의, 미디어센터 강좌 등이 취소되면서 수익원을 상실했다. 비영리 단체와 제작사, 배급사, 독립예술영화전용관 등도 대부분 매출이 50%에서 100%까지 급감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독립영화를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이가 있다. '들꽃', '스틸 플라워', '재꽃' 꽃 3부작을 내놓은 박석영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바람의 언덕'을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가 텅 빈 가운데도 극장의 문을 두드린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를 통해 관객들과 먼저 만나고 있다.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란 영화를 보고 싶은 지역의 커뮤니티 단체들에 그들이 원하는 상영관으로 직접 찾아가 상영하는 방식이다.


앞서 과거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2007년 개봉한 '우리학교'(감독 김명준)는 개봉 전 각급 학교나 단체 등 여러 공동체들을 대상으로 전국 순회 상영회를 열었고 '우리 학교 공동체 상영위원회'를 구성해 꾸준한 상영을 지속했다. 2007년 8월 관객 7만명을 돌파하며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다.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는 '우리학교'가 택한 상영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흥행은 둘째 치고, 영화를 선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에 감독이 떠올린 대안이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월말까지 전국 지역을 찾아가 직접 관객과 만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지금은 상영회를 잠시 멈췄다.


박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인 후 일반 상영 방식보다는 관객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언론 시사회, 일반 시사회 등 행사 위주가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개봉하면 2주 내에 사라진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아쉽고 괴로운 일이다. '최소한 선보일 기회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20회차에 걸쳐 커뮤니티 시네라 로드쇼에 참석한 김 감독은 스스로 발품을 팔거나 지인의 소개를 통해 회차를 짰다. 일반 배급 방식보다는 영화를 공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관객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 곳곳의 다채로운 삶을 가슴속에 채워나갔다.


새로운 배급 방식을 택한 건 수익 때문이 아니다. 박 감독은 "독립영화 자체가 큰 수익을 바랄 수 있는 구조가 아닐뿐더러,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 자체도 경제적으로 무모한 도전"이라며 "어리석은 짓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선보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다. 독립영화 배급사나 감독들에게 묻고 싶다. 독립영화를 알리기 위해 돌아다닐 순 없는지 말이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듯,박 감독도 정부가 독립영화의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문화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독립영화관들이 더 생겨나야 한다"며 "지역과 협의해서 독립영화관을 만들고, 지역 사람들이 모여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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