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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금융위기급 비상 플랜 꺼낸 한은…기대반 우려반


입력 2020.04.10 05:00 수정 2020.04.10 03:3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국채뿐 아니라 은행 채권까지 사들이기로…2008년 이후 처음

잇따른 유동성 대책에도…기대 못 미치는 조치에 실망감 여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에 따른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쓰인 적이 없었던 비상 플랜을 가동했다. 국채뿐 아니라 은행 채권까지 사들여 유동성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한은은 금융권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소극적인 행보란 지적도 나온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14일부터 한은의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과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추가하는 공개시장운영 개정안이 시행된다.


공개시장운영은 한은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증권을 사고팔아 시중 유동성과 금리 수준에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 수단이다. 이 가운데 단순매매는 증권을 매입하거나 매각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환수하는 효과를 영구적으로 낸다. 지금까지 한은은 공개시장운영의 효율성과 대상증권의 신용 위험을 고려해 단순매매 대상증권을 국채와 정부보증채로 제한해 왔는데, 이 범위를 특수 은행채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한은이 단순매매 대상증권을 확대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통해 한은이 특수 은행채 매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면 특수은행은 더 낮은 금리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또 MBS을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포함시킨 것은 안심전환대출 등으로 MBS 보유가 많이 늘어난 시중은행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다.


이에 한은은 이번 단순매매 대상 확대가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을 더 쉽게 하고, 비용도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면 채권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방안은 앞서 내놨던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에 이은 추가 조치 성격이다. 한은은 지난 달 26일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프로그램으로 시중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제공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주고 되사는 채권이다. 사실상 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현금을 빌리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은은 나름대로 강력한 내용의 시장 유동성 공급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너무 신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금융사의 경우 이미 담보 여력이 소진된 상태여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최근 회사채와 기업어음 수급 여건이 어려워지자, 한은이 이들 증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 왔다. 회사채나 기업어음 매입 기구를 설립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처럼 한은도 과감한 시장 안정화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대출 방안을 내놓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이 새 나온다. 이번 달 초 한은이 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을 시행하는 컨틴전시 플랜의 가능성을 언급하고도, 결국 이를 현실화하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이 과거 은행 이외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을 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때가 유일하다. 당시 대출 자금은 한국증권금융 2조원과 신용관리기금 1조원을 통해 자금난에 빠진 증권사, 종합금융사에 공급됐다.


한은의 대응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한은이 내놓은 대안들의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과 버물어, 좀 더 적극적인 선진국형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는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달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내린 이후 이제 막 무제한 RP 매입까지 시작한 와중 추가 유동성 대책을 내놓기에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린 효과는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금융 상황을 완화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며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미리 규모를 정하고 채권 매입을 약속하는 선진국형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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