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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김치 위생관리 '해썹'인증 의무…국내 기업 기회 vs. 소상공인 부담


입력 2020.04.08 06:00 수정 2020.04.07 20:2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2021년 7월 의무화 예정…“중국산 김치 가격 상승 불가피”

먹거리 안정성 보장 할 수 있지만 소규모 외식업체에겐 단기 부담으로 작용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포장김치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관계자가 포장김치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내년을 기점으로 수입김치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통과해야 국내 유통이 가능하다. 명확한 제조 기준과 엄격한 관리를 통해 국산 김치와의 위생관리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크게 받은 외식업계에서는 걱정이 적지않다. 인증 절차를 만족시키기 위해 드는 비용부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입산 김치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중소식당과 수입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 된다는 데 있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수입김치에 대해서도 해썹 품질관리가 의무화된다.


그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김치는 해썹이 적용됐지만 수입김치는 기준이 없어 국산김치와 동등한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가 만들어지는 생산단계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을 거쳐 최종 소비자가 먹기 전까지 단계별로 정밀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기준을 말한다.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건강을 해치는 요소가 해당 식품 또는 식재료에 섞여 들어갔는지, 아니면 혹시 오염이 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위생관리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처음 도입됐으며, 김치는 2008년부터 의무적용 대상으로 지정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식품이라는 것이 우리 밥상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나 김치같은 경우 굉장히 많은 양의 수입이 되고 있음에도 국내 대비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보니 안전관리 형평성을 두기 위해 시행하게 됐다”면서 “해썹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이제 국내로 수출을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7월부터 시행이기 때문에 해썹의 여러 가지 지표 중에서 국내와 동일하게 가져갈 것인지 검토 중에 있다”며 “국내는 식품관리인증원에서 인증을 하고 사후 관리를 해주는 체계인데, 해당 인증원을 작용할 것인지, 아니면 제3의 기관을 이용하거나 중국의 위생관리를 하고 있는 행정청으로부터 진행을 할 것인지 이런 부분은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란 곳은 각 성마다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고, 업체 규모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설비 비용이라든지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라 해썹 인증을 받기위한 시설 투자 비용 등이 얼마 범위인지 정확히 규정해 말하기 어렵다”면서 “국내의 기준으로 대규모 업체들의 경우 수억원이 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썹을 적용하고자 하는 업체의 영업자는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적 요구사항을 준수하면서 위생적으로 식품을 제조·가공·조리하기 위한 기본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작업기준 및 위생관리기준을 포함하는 선행요건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해 시행해야 한다.


특히 해썹 인증을 위한 설비에는 이물질 막기 위한 생산라인 덮개부터 방역, 방충, 방서 등은 물론 이물질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예를들어 작업장 내에는 오염방지 차원에서 악취나 이취, 유해가스, 매연, 증기 등을 배출하는데 충분한 용량의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외부로 개방된 흡·배기구 등에는 여과망이나 방충망 등을 부착하는 등 교체해야 하는 시설에 따른 조건도 수십가지다. 해썹 인증이 까다롭고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김치는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로 수입이 제한될 것이고, 일부 대규모 업체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또 새로 인증을 받은 업체 역시 비용에 대한 부담을 제품에 녹일 수밖에 없어 김치 가격이 뛸 가능성이 크다.


김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김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해썹 인증 의무화는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설비 투자에 따른 김치 가격 인상 등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인증이 의무화가 시작돼 가격이 인상 될 경우 그동안 중국산 김치를 쓰던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김치 대부분은 중국산 이다. 농업관측본부가 지난해 4분기 음식점 농축산물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음식점에서 중국산 배추김치를 사용하는 비중은 87.4%에 달했다.


김치 수입량 역시 매년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입정보를 보면 김치 수입량은 ▲2016년 25만4911톤에서 ▲2017년 27만6034톤 ▲2018년 29만3385톤 ▲2019년 30만7172톤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입 물량 대부분은 대형 급식장이나 중소 음식점 등에서 소비된다.


가격도 이미 꾸준히 오르고 있다. 수출입무역통계 집계를 보면 지난해 ㎏당 494원이었던 중국산 김치 수입 단가는 지난 2월 589원으로 20% 가량 올랐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따른 수·출입 단계가 강화되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입지를 넓히지 못하고 있는 국내 김치 제조 기업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상당수의 외식업체들은 국산 김치에 비해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손님 식탁에 내놓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대비 국내 B2B 김치가 3배정도 가격 차이가 나는데, 중국산이 해썹인증을 받게되고 또 그로 인해 유지하는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가가 관건이 될 듯 하다”면서 “해썹 인증으로 인해 중국산 김치와 한국산 김치의 가격이 얼마나 좁혀지냐에 따라 국내산 김치의 입지가 넓어질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외식업계서는 중국산 김치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김치를 취급하지 않거나, 대체제를 통한 대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관계자는 “현재 김치는 필수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오를 경우 깍두기 등 다른 것으로 대체 하거나 아예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면서 “아무래도 대규모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보다는 소상공인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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