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포퓰리즘·민족주의 확산에 금융권 촉각 왜


입력 2020.02.01 06:00 수정 2020.01.31 23:1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예측 가능해진 경제 이슈 대신 정치적 불확실성 '새 변수'

소비·투자 위축, 금융 불안 유발…"리스크 관리 강화해야"

새해 첫날인 1월 1일 홍콩 시내에서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뉴시스 새해 첫날인 1월 1일 홍콩 시내에서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뉴시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퓰리즘과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정치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권의 긴장감도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과거에 주목하던 경제적 이슈는 이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요소가 된 반면, 정치적 변화에 따른 역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하나거시계량모형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해외 정치 불확실성 확대 충격은 수출과 설비투자를 위축시켜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모형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0포인트 상승하면 연 평균 설비투자는 0.88%, 통관 수출은 1.14% 축소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에 따른 GDP 감소분은 연 0.47%로 추정됐다.


이처럼 금융권에서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이전의 경제·금융 시장 이슈에서 정치적 사안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나 유로존 재정 부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이 글로벌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유로존 난민 문제와 영국의 브렉시트, 미·중 무역 전쟁, 홍콩 시위 등의 파급력이 더 큰 실정이다.


정치적 변동은 불안정성, 불확실성, 불가예측성의 특징을 갖고 있어 경제나 금융권의 논의에 비해 정책 당국이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주요국들과 국제기구의 긴장 조정 기능이 약화되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경제·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은 완충자본 혹은 외화 규제 등과 같은 거시 건전성 제도 강화에 힘입어 변동성이 상당 폭 완화돼 왔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리 잡은 저성장 장기화 기조로 소득과 자산 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정치·사회적 불만이 높아지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민족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과 파리기후협약 등 국제조약을 무시하고 보호무역을 강화한 것은 이런 대표적 사례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금융 시장 불안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과 가계는 새로운 투자와 소비에 대한 지출을 연기하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에 실물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경향을 띄게 된다. 아울러 투자자가 위험을 감내하는 대신 추가적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자금 중개 비용이 상승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강화로 금융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비해 금융권의 모니터링 강화와 적극적인 위험 조절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수출 의존도가 높고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주요 교역국이나 글로벌 차원의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지적이다. 대외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세계 경기 둔화와 교역량 감소, 투자 위축 등의 경로를 통한 전방위적인 충격으로 국내 경제 부진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우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정치적 리스크 확대는 대외환경 변화에 민감한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산업의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자금중개비용 상승, 대차대조표 악화, 대출 수요 축소 등 금융마찰 경로로 인한 불확실성 충격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