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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유난히 엄격하고 북한엔 관대한 대학생 진보단체


입력 2020.01.15 15:00 수정 2020.01.15 15:01        이배운 기자 (karmilo18@naver.com)

대진연·국민주권연대·청년당 美해리스 대사 '망발 규탄' 광폭행보

민족적·국민적 자존심 중시하면서…北 미사일도발·대남비방엔 '언급無'

"강공의 길 천명한 북한의 태도가 속 시원하고 당당"…"대사관 월담은 애국적 항거"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등 대학생 단체들이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우리 정부에 '망발'을 내뱉고 있다며 규탄 시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의 도발 행보와 대남 비방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어, 북한에 편향된 태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진연은 지난 14일 미 대사관 앞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망발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단체는 해리스 대사의 호르무즈 파병 촉구,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 진전 속도에 맞춰야한다"는 발언 등을 규탄하며 '일제강점기 총독 발언' '내정간섭' 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8일에는 대진연과 국민주권연대, 청년당 합동으로 국방부 청사 입구에서 국방부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이 남북대결과 한반도 긴장고조를 부추기고 있으며 우리 정부와 국방부가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수근 청년당 공동대표는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에 대비한 미군 정찰기 서울상공 비행을 '전쟁행위', '선제 도발', '영공 침범'이라고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가 미군의 영공침입을 저지하고 남북이 민족자주적으로 통일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규탄 시위를 벌이며 대사관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규탄 시위를 벌이며 대사관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또 국민주권연대와 청년당은 지난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해리스 참수 경연대회' 집회를 개최해 논란을 빚었다. 같은해 10월에는 대진연 회원들이 해리스 대사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규탄하며 미 대사관저 담을 넘었고 4명이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바 있다.


당시 청년당은 입장문을 통해 "해리스는 추방해 마땅한 식민지총독 행세를 해왔다. 만약 일제 시대라면 분노한 백성들은 총독을 거리에서 돌로 때려죽이든지 전범재판으로 끌고 가 참수나 교수형으로 사형 시켰을 것이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단체들은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고 고압적인 태도로 민족적·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북한 당국이 지난해 총 13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신형 전략무기 시험을 예고하면서 긴장을 끌어올린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단체는 지난 9일 올해 첫번째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히며 "선전위원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북한 전원회의 보고내용을 분석하고, 올해 정세를 과학적으로 예상해봤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또 단체는 북측이 우리 정부의 남북미 대화 중재노력에 대해 "주제넘은 일",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신세", "가소로운 넋두리" 등 수위 높은 비난을 가한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들을 '망발' 이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주권연대·청년당·대진연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용산동 국방부청사 입구에서 국방부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국민주권연대·청년당·대진연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용산동 국방부청사 입구에서 국방부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편 미 대사관에 침입한 혐의로 구속된 대진연 여성회원 김 씨는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의 강도적 요구에 흔들리기보다 자력갱생이라는 강공의 길을 천명한 북의 태도를 속 시원하고 당당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지는 이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전부 보란 듯이 넘어버린 북은 무너지기는커녕 미국의 실체를 고발하며 세계 각국이 자주의 길,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로 나설 것을 설득력 있게 호소했다"며 "미국은 양아치와 사기꾼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할 줄 아는 건 전쟁놀음 뿐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증명한 꼴이다"고 말했다.


미 대사관 침입 혐의로 구속된 또 다른 대진연 남성회원 김 씨는 편지를 통해 "해리스는 방위비 인상 요구를 고압적으로 강요해 내정간섭을 일삼고 총독행세를 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일삼고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훼방을 놓는 등 우리 주권을 심각하게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 대사관저 투쟁은 미국의 주권침해와 혈세 6조원 강탈에 대해 항의하며 자주권과 국민의 이익을 지키고자 행했던 애국적인 항거였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 씨는 경찰이 대진연을 탄압하려는 목적에 '조작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반발하며 7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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