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 눈] 샌드박스? 현장 아우성에 귀 닫고 규제에서 헤매는 정부


입력 2020.01.06 07:00 수정 2020.01.05 20:35        최승근 기자

온라인 주도로 유통환경 바뀌었지만 규제 대상과 이유는 10년 전 그대로

현장 모르는 정책은 국민들에게 불편함만 안겨…규제 샌드박스는 체감 어려워

온라인 주도로 유통환경 바뀌었지만 규제 대상과 이유는 10년 전 그대로
현장 모르는 정책은 국민들에게 불편함만 안겨…규제 샌드박스는 체감 어려워


규제 샌드박스 성과ⓒ국무조정실 규제 샌드박스 성과ⓒ국무조정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 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2010년 대형마트와 SSM 등의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을 막는 등록제한을 시작으로 2012년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는 갈수록 촘촘해졌다.

정부는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급격한 성장을 보인 대형마트로 인해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업태별 소매판매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6년에는 전통시장(27.2%)과 대형마트(24.0%)의 소매판매액 비중이 비슷했지만, 2012년에는 대형마트(25.7%)가 전통시장(11.5%)을 크게 앞섰다.

10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유통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체 유통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 모두 온라인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환경이 바뀐 것이다. 10년 전 승승장구 했던 대형마트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거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사상 최대 위기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규제 칼날은 대형마트에 머물러 있다.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라는 이유도 10년 전 그대로다. 대형마트를 규제해 전통시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겠다는 당초 취지는 무색해졌다.

산업부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의 쇼핑행태를 묻는 질문에 12.4%만이 ‘전통시장 이용’에 답했다. 오히려 ‘쇼핑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27.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가 모두가 패자인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말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 “전통상권이 살아나지도 않고 대형마트는 규제에 시달리며 온라인으로 다 넘어갔다”며 “온라인 유통의 성장, 젠트리피케이션 등 산업의 변화와 구조적 문제는 보지 않은 채 낡고 실효성 없는 대형마트 규제를 고집하니 고령화 노인 등 국민들의 불편만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종이박스 문제도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대형마트와 환경부 간 자율협약을 통해 실시되는 사안이지만 정부의 1회용품 줄이기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니 정책과 동떨어졌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당초에는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를 아예 치워버릴 계획이었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종이박스만 남고 이를 묶을 수 있는 테이프와 끈은 모두 사라졌다. 조삼모사식 대응에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원성이 가득하다. 전형적인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정치 논리만 혹은 정책 논리만 우선시하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담당 공무원이 한 번이라도 실행을 해봤다면, 국민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봤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면 국민들의 불편함은 알고 있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게 혹은 윗선의 지시에 따라 바꾸고 끼워 넣어야 하는 정부 조직의 특수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부는 지난 3월 규제 샌드박스 시행을 계기로 규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한쪽에서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기업이나 국민 모두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거창한 규제 혁신을 바라는 게 아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휴일이나 밤늦게도 장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작지만 필요한 규제부터 풀어 가면 된다.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